M O O N D A L A. 이제노 - 동정표 넌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냐 아니야 나 눈 있어 아니 그 눈 말
그러니까 너랑 사겼었지. 나도 보는 눈 있다 뭐 순진한 얼굴로 과거 꺼내지 좀 마. 아무렇지 않게 내 마음 떠보지도 말고. 그 맑고 깊은 눈빛을 외면하며 까맣게 탄 고기들을 내 앞접시로 옮겨 담았다. 열여섯 살 이제노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모두에게 친절한 반장 이제노는 수업시간에 잘 자고, 땡땡이 치면서 잘 놀고, 툭하면 수업 시간 구분 않고 매점 가서 잘 먹는 나도 예외없이 챙겼다. 그 다정함을 단단히 오해한 주변 애들의 바람에 떠밀려 사귀어야 하나? 사귈까? 그럴까? 식으로 흐물흐물 넘어가게 되었다. 부정은 긍정이 되고, 침묵도 긍정이 되었다. 이제노는 '한번쯤은 사귀어보고 싶은 잘생기고 착한 남자애' 였고, 그래서 엮이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다. 단지 주변 애들 오지랖에 열을 자주 내긴 했다. 우리는 사귀자는 말 없이 커플이 되었고, 좋아한다는 간지러운 표현 없이 연애를 했으며, 헤어지자는 인사 없이 멀어졌다. 이제노는 일관되게 "아무렇지 않았다." 자존심 상하고 속도 상했다. 착하다는 평 듣는 놈들이 더 개자식이다. 라는 교훈도 그때 얻었다. 찌질한 엑스는 되기 싫어서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지금까지 이제노 절친 역할을 하고 있고. 단 한번도 흐트러짐 없이 모범생이었던 이제노는 현역으로 명문대를 갔고, 나는 일 년 무릎 빨개지게 꿇은 뒤 같은 학교로 재수를 해서 들어갔다. 과는 다르지만 이제노는 어딜 가나 경영 간판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제노가 있잖아, 썸 상대로서는 괜찮은데 연애 상대로서는 진짜 아닌가봐. 자기 말로는 새내기 때 공개 씨씨 한 번 했다가 차인 뒤로 쭉 썸만 간당하게 탔대. 어쩌다 사귀게 되면 얼마 못 가서 차인다는거야. 으이구 우리 축구공. 또 무슨 소리 들으면서 차였니?
재미없대. 감동도 없고 설렘도 없대. 웃긴다. 부정은 못 하겠는데 아니, 이제노 얼굴이 감동이고 설렘일 텐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너무 하네 나는 잘 생기기만 했대. 그런데 잘생기면서 재밌기까지 한 남자는 얼마든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어? 미안하고 잘 살라고 네가 보살이야? 지금 누구 걱정을 하고 누구한테 미안해 하는거야 내 곁엔 너 밖엔 없어. 네가 최고야. 가위로 고기 자르다가 내 정신줄도 같이 자를 뻔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거. 요동치는 감정 숨기는 거 정말 고역이다. 이제노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한 점을 집어다 쌈을 싸서 아- 하고 내밀었다. 징그러워. 그런 말 좀 하지 마. 너 그럴 때마다- 너도 나밖에 없지. 웃으면서 가볍게 받아치려고 노력하는 나를 사정없이 밟아버린다. 연이어 나오는 말에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나같은 친구 또 없지? 으응 그래 너 같은 애 또 없지. 이렇게 차이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데 참 대단한 일 한다. 그럴 거면 얼굴 나 주든가. 마음도 주면 더 좋을 텐데. 이제노는 또 열여섯 그 눈빛이다. B. 이제노 - 반칙 새로 들어온 인턴이 그렇게 끼쟁이라고 팀장님이 호들갑을 떨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난리였다. 독한 감기 몸살로 이틀 연달아 쉬고 나온 지라 나와는 첫 대면이었다. 내가 한 달 먼저 들어왔으니 직속 선배로서 잘 챙기라는 말만 여러 번 들었다. 대답도 하고, 인사도 주고 받긴 했는데 챙김은 오히려 내가 받았다. 사탕부터 시작해서 나한테 시킨 복사를 자기가 하겠다고 받아가질 않나, 기침 한 거 가지고 부리나케 물 떠와서 갖다주질 않나...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어... 그냥 누나라고 불러주세요. 네 누나. 이제노라고 하고, 편하게 제노 라고 불러 주시면 돼요. 네. 일단은 이거 문서 작업 해주면 되고요,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요. 바탕화면에 양식 이라고 폴더 있거든요. 거기서 폼 꺼내서 쓰면 돼요. 네. 소매까지 걷어붙이고 열중하는 모습이 참 의욕적이다 싶었다. 모니터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이 상체를 숙여서 보고 있길래 눈 나빠지니까 바로 앉으라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며 힐끔거렸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키보드 위를 바삐 달리던 손이 느려졌다. 얼굴을 스윽 돌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곤 바라보는데 당황해서 눈에 힘이 들어갔다. 아프셨다면서요, 이제는 괜찮으세요? 아, 네. 옆자리에 누나 없어서 외로웠어요. 아.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오래 본 것처럼 굴었다. 뻔뻔한 구석이 있는데 애교 정도로 봐 줄만 했다. 막내 둘이 사이 좋아 보인다는 비아냥이 뒤통수에 따갑게 꽂혔다. 요란하게 목을 가다듬으며 놓고 있던 마우스를 의미없이 바빠 보이게 움직였다.
재미없대. 감동도 없고 설렘도 없대. 웃긴다. 부정은 못 하겠는데 아니, 이제노 얼굴이 감동이고 설렘일 텐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너무 하네 나는 잘 생기기만 했대. 그런데 잘생기면서 재밌기까지 한 남자는 얼마든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어? 미안하고 잘 살라고 네가 보살이야? 지금 누구 걱정을 하고 누구한테 미안해 하는거야 내 곁엔 너 밖엔 없어. 네가 최고야. 가위로 고기 자르다가 내 정신줄도 같이 자를 뻔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거. 요동치는 감정 숨기는 거 정말 고역이다. 이제노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한 점을 집어다 쌈을 싸서 아- 하고 내밀었다. 징그러워. 그런 말 좀 하지 마. 너 그럴 때마다- 너도 나밖에 없지. 웃으면서 가볍게 받아치려고 노력하는 나를 사정없이 밟아버린다. 연이어 나오는 말에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나같은 친구 또 없지? 으응 그래 너 같은 애 또 없지. 이렇게 차이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데 참 대단한 일 한다. 그럴 거면 얼굴 나 주든가. 마음도 주면 더 좋을 텐데. 이제노는 또 열여섯 그 눈빛이다. B. 이제노 - 반칙 새로 들어온 인턴이 그렇게 끼쟁이라고 팀장님이 호들갑을 떨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난리였다. 독한 감기 몸살로 이틀 연달아 쉬고 나온 지라 나와는 첫 대면이었다. 내가 한 달 먼저 들어왔으니 직속 선배로서 잘 챙기라는 말만 여러 번 들었다. 대답도 하고, 인사도 주고 받긴 했는데 챙김은 오히려 내가 받았다. 사탕부터 시작해서 나한테 시킨 복사를 자기가 하겠다고 받아가질 않나, 기침 한 거 가지고 부리나케 물 떠와서 갖다주질 않나...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어... 그냥 누나라고 불러주세요. 네 누나. 이제노라고 하고, 편하게 제노 라고 불러 주시면 돼요. 네. 일단은 이거 문서 작업 해주면 되고요,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요. 바탕화면에 양식 이라고 폴더 있거든요. 거기서 폼 꺼내서 쓰면 돼요. 네. 소매까지 걷어붙이고 열중하는 모습이 참 의욕적이다 싶었다. 모니터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이 상체를 숙여서 보고 있길래 눈 나빠지니까 바로 앉으라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며 힐끔거렸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키보드 위를 바삐 달리던 손이 느려졌다. 얼굴을 스윽 돌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곤 바라보는데 당황해서 눈에 힘이 들어갔다. 아프셨다면서요, 이제는 괜찮으세요? 아, 네. 옆자리에 누나 없어서 외로웠어요. 아.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오래 본 것처럼 굴었다. 뻔뻔한 구석이 있는데 애교 정도로 봐 줄만 했다. 막내 둘이 사이 좋아 보인다는 비아냥이 뒤통수에 따갑게 꽂혔다. 요란하게 목을 가다듬으며 놓고 있던 마우스를 의미없이 바빠 보이게 움직였다.
재미없대. 감동도 없고 설렘도 없대. 웃긴다. 부정은 못 하겠는데 아니, 이제노 얼굴이 감동이고 설렘일 텐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너무 하네 나는 잘 생기기만 했대. 그런데 잘생기면서 재밌기까지 한 남자는 얼마든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어? 미안하고 잘 살라고 네가 보살이야? 지금 누구 걱정을 하고 누구한테 미안해 하는거야 내 곁엔 너 밖엔 없어. 네가 최고야. 가위로 고기 자르다가 내 정신줄도 같이 자를 뻔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거. 요동치는 감정 숨기는 거 정말 고역이다. 이제노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기 한 점을 집어다 쌈을 싸서 아- 하고 내밀었다. 징그러워. 그런 말 좀 하지 마. 너 그럴 때마다- 너도 나밖에 없지. 웃으면서 가볍게 받아치려고 노력하는 나를 사정없이 밟아버린다. 연이어 나오는 말에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나같은 친구 또 없지? 으응 그래 너 같은 애 또 없지. 이렇게 차이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데 참 대단한 일 한다. 그럴 거면 얼굴 나 주든가. 마음도 주면 더 좋을 텐데. 이제노는 또 열여섯 그 눈빛이다. B. 이제노 - 반칙 새로 들어온 인턴이 그렇게 끼쟁이라고 팀장님이 호들갑을 떨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난리였다. 독한 감기 몸살로 이틀 연달아 쉬고 나온 지라 나와는 첫 대면이었다. 내가 한 달 먼저 들어왔으니 직속 선배로서 잘 챙기라는 말만 여러 번 들었다. 대답도 하고, 인사도 주고 받긴 했는데 챙김은 오히려 내가 받았다. 사탕부터 시작해서 나한테 시킨 복사를 자기가 하겠다고 받아가질 않나, 기침 한 거 가지고 부리나케 물 떠와서 갖다주질 않나... 제가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어... 그냥 누나라고 불러주세요. 네 누나. 이제노라고 하고, 편하게 제노 라고 불러 주시면 돼요. 네. 일단은 이거 문서 작업 해주면 되고요, 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요. 바탕화면에 양식 이라고 폴더 있거든요. 거기서 폼 꺼내서 쓰면 돼요. 네. 소매까지 걷어붙이고 열중하는 모습이 참 의욕적이다 싶었다. 모니터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이 상체를 숙여서 보고 있길래 눈 나빠지니까 바로 앉으라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며 힐끔거렸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키보드 위를 바삐 달리던 손이 느려졌다. 얼굴을 스윽 돌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곤 바라보는데 당황해서 눈에 힘이 들어갔다. 아프셨다면서요, 이제는 괜찮으세요? 아, 네. 옆자리에 누나 없어서 외로웠어요. 아.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오래 본 것처럼 굴었다. 뻔뻔한 구석이 있는데 애교 정도로 봐 줄만 했다. 막내 둘이 사이 좋아 보인다는 비아냥이 뒤통수에 따갑게 꽂혔다. 요란하게 목을 가다듬으며 놓고 있던 마우스를 의미없이 바빠 보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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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이거는 어떻게 하면 돼요? 누나 안 바쁘면 저 좀 봐주세요. 이거 안 되는데. 요-거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누님? 몰라서 하나 하나 물어보면 이것까지 알려줘야 하느냐, 생각하며 일 해라 라는 소리를 들었고, 이런 것 정도야 하고 내 마음대로 해버리면 멋대로 판단하지 마라, 물어보고 해라 라는 소리를 들었다. 대체 어디에 장단을 맞추란 말이야 하며 눈치를 보며 내 선에서 해결 해버릇 하니 이제노가 어떻게 하냐고 물어오면 가르쳐줄 게 없었다. 오늘 처음 만났는데 이런 건 다 야매야 라고 하면 일 못하는 한 달차 선배로만 남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이제노가 누나, 하고 운을 뗄 때마다 어깨부터 뻣뻣하게 굳었다. 의자 바퀴를 굴려가며 옆에 바짝 붙어서 궁금한 걸 물어봤다가 다시 자기 자리 모니터 앞으로 돌아갔다가 반복하다보니 움직이는 게 귀찮았는지 아예 의자를 내 옆에 고정 시켜놓고 컴퓨터를 옮겼다. 누나. 어어 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먹, 먹고 싶은 거요? 오늘 누나도 왔고, 저 환영회 해주시겠다고 먹고 싶은 거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아아 그렇구나. 퇴근이나 빨리 시켜줄 것이지 무슨 회식. 하루종일 모니터만 쳐다봐서 그런지 건조한 눈을 비비며 쓰고있던 안경을 내려놓고 웅얼거렸다. 먹고 싶은 거... 주인공이 먹고 싶은 거 먹어야죠. 아까 여쭤봤는데 누나는 환영회 안 했다면서요. 저 들어왔을 때는 일이 엄청 많은 시기였어서 그런 거 챙길 여유가 없었어요. 서운해. 그러니까 같이 주인공 해요. 어차피 한 달 차이잖아요. 소고기? 소고기 좋아해요? 나도 나도. 자연스럽게 손바닥끼리 짝짝 부딪쳤다. 둘이 너무 친한 거 아니야? 상사의 심기불편함이 사이를 가르고 들어왔다. 소고기고 뭐고 집에 가고 싶었다. 아직 면허가 없어서 팀장님 차에 얹혀 타는데 짐이 많은 탓에 이제노와 딱 붙어서 뒷자리에 비좁게 끼여탔다. 내리막길에 놓인 방지턱을 넘다가 천장에 머리를 찧었다. 어디 원망할 때도 없어서 속으로만 찡찡거리고 있는데 그 뒤로 나오는 방지턱부터는 이제노의 손바닥이 정수리에 닿았다. 눈이 마주치면 순한 강아지처럼 사르르 웃었다. 제노는 술 마시니? 네 그으래? 얘는 술 안 마셔서 재미가 없어 나를 가리키며 하는 소리였다. 강요는 하지 않지만 내빼지 말고 일단 받고 마시는 척은 해라 분위기 망치지 말고. 술 안 마신다 한 마디 했다가 표정 관리 안 될 때까지 훈계 들은 기억이 났다. 벌써부터 울렁거렸다. 이제노는 넉살 좋게 주는 대로 다 받아마셨다. 귀랑 목이 빨개졌는데도 괜찮아요 안 취했어요 하며 감사하다고 넙죽. 그러니까 신난 실장님이 덩달아 나한테도 눈치를 주며 자꾸 잔을 부딪쳤다. 다들 취기가 올라 말이 많아졌을 쯤부터 이제노는 내 것까지 가로채서는 빈 잔으로 돌려줬다. 잔이 비었다며 주변에서 채워주면 내가 마시는 척을 하기도 전에 손 빠르게 가져가서 대신 비우고, 비우고를 반복했다. 나중 가서는 눈이 풀린 걸 보고 가져가는 그 손을 붙잡았다. 네가 다 마시려고 하지 마. 조곤조곤 작게 말하자 이제노가 들으려고 머리를 기울였다. 못 알아들은 것 같아서 아예 귀에 대고 다시 말해줬다. 억지로 마시지 말라고. 그러니까 활짝 웃으며 하는 말이 그랬다. 누나 이제 말 놓는 거예요? 음- 좀 설렌다. 콩닥콩닥 아예 무시할 걸. 쓸데없이 기사도 정신이니 뭐니 하며 내 것까지 마시든 말든 신경 쓰지 말 걸. 귓속말 하느라고 하필 얼굴은 또 가까워서. 무구한 그 미소가 점점 걷히고 나니 남는 건 달아날 생각조차 잊게 옭아매는 까만 눈동자였다. - 생각이 나서 짧게 ! + 아니 중간에 나나 출연 뭐야 당황스러워...펖프 보면서 썼더니 이럽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