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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달 전체글ll조회 2177l 5

 

 

 

 

 

 

 

 

 

 

 

 

 

 

 

 

 

 

 

 

 

 

 

 

 

 

 

 

 

 

 

 

 

 

 

 

봄이 왔다. 옷이 얇아졌다. 제노는 무사히 내 옆에 있다.  

편의점은 관두었다. 어느정도 돈벌이도 됐고, 낮동안에 해야 할 일들이 많아져서 감당하기 힘들다고. 그래, 우리 애기 적당히 열심인 척 해. 누나가 먹여살린다. 매일 우리는 만나려고 노력했다. 발길은 제노 집 아니면 흔한 데이트 장소라는 곳들. 우리 집도 괜찮다니까는 절대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활발한 오월이라 제노는 바빴다. 시험 공부도 해야 하고, 과 행사, 동아리 활동, 학교 축제, 행사 등등으로 인해 여기저기 불려다녔다. 대책없이 예쁘니까 우리 애기를 가만 안 놔두고 사방에서 찾는 거 아니야.  

 

 

"포토존 하기로 했거든요. 내일 입을 코스튬인데 어때요? 너무 재미없나? 사진 요청 제일 적은 사람한테 벌칙 있대요." 

 

 

아니 애기야. 장르 다 나왔다. 졸라 멋있는데. 그 얼굴에 그 옷이면 우래기 옆구리 터질 정도로 사진 많이 찍겠다. 특수 요원 복장의 제노가 장난감 총을 가지고 신나게 이 자세, 저 자세를 잡으며 자그마한 원룸을 휘젓고 다녔다.  

 

 

"내가 제노랑 제일 먼저 사진 찍어야지~" 

 

 

하며 카메라를 켜고 제노 옆에 찰싹 붙었다. 착한 강아지 같은 표정을 하고 한 장 찍더니, 더 찍으려니까 내일 공개 하겠다며 얼굴을 돌렸다.  

 

 

"아아아, 아까 그 총쏘는 자세로 한 번만." 

 

 

"안돼요. 안됩니다. 사진 찍고 싶으시면 저희 부스 오세요." 

 

 

"퇴사할까? 퇴사하면 갈 수 있어." 

 

 

"아니에요 누나. 돈 벌어야죠." 

 

 

제노가 고개를 작게 젓고는 내 어깨를 토닥였다. 사실 월차를 쓰면 갈 수 있기는 한데 동생놈을 만나야 한다는 위험부담이 커서 조금의 기회라도 제노에게 흘리지 않았다. 제노랑 나의 사이가 단순하지 않다는 걸 걔가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늦게 들통나고 싶었다. 동생이 이 관계를 알게 된다는 건 다음으론 용케 아직도 속이고 있는 나이도 드러난다는 뜻이니까. 

 

 

"힘 내서 돈 벌게 사진 여러 장 찍게 해줘. 포즈 간지나게 잡아봐." 

 

 

"넹. 근데 누나 진짜 퇴근 후에도 못 와요?" 

 

 

"응. 나 퇴근 불규칙하고 되게 늦는 거 알잖아." 

 

 

"새벽 3시까지 하는 것도 있는데 뭐더라, 모솔대첩? 모솔들끼리 만나서 얘기 나누고 괜찮으면 학교 밖에서 술 마시고." 

 

 

"제노 너!" 

 

 

"물론 저는 솔로 아니죠. 근데 친구들은 아직 제가 여친 있는 걸 몰라서 신청 해놓긴 했는데 그냥 나올 거예," 

 

 

"내가! 간다! 내가 이제노 거기서 낚아 챌 테니까 다른 애들 다 쳐내!" 

 

 

가뜩이나 포토존 한다는 것 때문에 심기 불편했는데 그런 풍기 문란한 행사가 있다는 말에 질투심이 팍 팍 튀어서 간다고 질러버렸다. 제노가 두 손을 들고 만세- 하며 안겨드는데 엎지른 말을 왜 주워담아.  

 

 

"우리 학교 벚꽃 예쁜데. 곧 질 거 같아요. 해 떠있을 때 와서 보면 좋은데 그건 좀 아쉽다." 

 

 

"그러고 보니 벚꽃 구경을 못 해봤네." 

 

 

"그런데 밤에 보는 벚꽃도 예쁠 거예요. 축제 기간이라고 꼬마 전구 같은 것도 달아놨거든요." 

 

 

"벚꽃이 그렇게 예뻐?" 

 

 

자랑 자랑을 할 정도로 예쁘게 피었냐고, 신나서 재잘거리는 제노가 귀여워서 물은 건데 오묘한 표정을 짓더니 앙큼하게도 이렇게 대답했다. 

 

 

"누나가 더 예뻐요." 

 

 

애기야. 인공 호흡 하는 법 제대로 배워놔. 나한테 쓸 일 많을거야.  

 

 

 

 

 

 

 

 

 

 

 

 

 

 

 

 

 

 

 

 

 

 

 

 

요즘 애들은 부킹할 때 뭐 입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어려보일 수 있을까 고심하며 옷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과하면 일 안 하고 어딜 놀러 가냐는 핀잔을 회사에서 들을 수 있겠고, 잘못하면 누가봐도 옛날 사람 되는거야. 

출근 시간의 압박에 못이겨 단순하게 가자고 급히 결정했다. 얇은 흰 와이셔츠에 청바지는 돌고 도는 유행에 빠지지 않지. 포니테일 역시 같은 맥락!  

괜찮은 선택이었는지 회사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십 대 같다고 말해줘서 얼마나 위안되고 동시에 씁쓸하던지. 

 

 

"애인이라도 생겼니? 요새 패션에 엄청 신경쓰네?" 

 

 

"대표님, 저 원래 이렇게 입고 다녔어요!" 

 

 

"흠. 아닌데. 변했는데. 일에나 집중하세요~일찍 퇴근해서 데이트 하고 싶으면."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대표님 때문에 놀라서 손거울을 내려놓았다. 일은 항상 열심히 하는데. 툴툴 거리며 수시로 시계를 쳐다봤다. 오전부터 신나게 나를 놀리던 대표님은 퇴근 인사를 받고 나서도 너무 늦게까지 놀다가 내일 지각하지 말라며 웃었다. 얼굴을 붉히며 대표님! 하고 부르자 가기나 하라고 손을 저으셨다. 

 

 

"콘돔 잊지말고. 하필 오늘 불금이네?" 

 

 

"아이! 대표님!" 

 

 

끝까지 짓궂으셨다. 만족스러우신지 깔깔 웃으시며 제발 더 놀리기 전에 도망가라고 하셨다. 갈 거예요 정말로! 

우리 애기랑 콘돔이라니. 정말 안 어울린다. 아무리 성인이라고 해도 작년의 제노는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를 다녔었다니까! 새삼 징그러운 사실이다. 내가 한창 대학 들어와서 술 퍼마시고 지금은 천하 제일 쓰레기가 된 전남친 새끼와 떡을 치고 있을 때 우리 애기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이랑 뛰놀고 있었어. 여기까지 생각하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뒤에서 삐뽀삐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제노한테 연락을 하고 갈까 고민하다가 깜짝 등장을 하기로 했다. 나를 의식하지 않고 또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제노는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놀려대시더니 생색을 내시며 조기 퇴근을 시켜주신 대표님 덕에 잘하면 이제노 요원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엄빠가 동생 입학식 보러 가자고 했을 때도 그런델 왜 가냐며 안 따라갔던 내가 제발로 동생네 학교에 왔다. 물론 우리 제노가 다니는 학교라는 게 더 큼. 서로의 존재를 숨기려고 노력하는 남매라 아무도 나를 모르겠지만, 괜히 찔려서 눈치를 보며 구부정한 자세로 다녔다. 제노 말대로 축제 스팟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벚꽃 나무들이 줄줄이 단장을 하고 늘어서있었다. 노을에 같이 물든 벚꽃도 예뻤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푸드트럭들과 엄청난 대기줄, 프리마켓 현수막 아래서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학생들, 과 부스, 동아리 부스 , 공연을 위한 야외 무대까지 해서 한 데 뭉쳐있었다. 젊은 이들의 활기에 기가 빨려가는 중. 땀땀 뻘뻘. 영화과 부스는 어디일까 하며 찾아다니는데 엄청난 존재감의 간판이 누가봐도 영화과 부스였다. 애들 어지간히 하기 싫었나보다. 조화를 파괴한 배경색과 글자색의 조합과 '사진 찍힐 사람 구함' 이라는 문구가 강렬해서 도무지 무시할 수 없었다. 누가 종이 박스 날개 떼서 색도화지 붙이고 형광 스티커 사서 글자 오렸니.  

 

 

"거기 누님~ 짱구랑 같이 사진 찍어요!" 

 

 

노란티에 빨간 바지를 입고 눈썹을 두껍게 그린 남학생이랑 눈이 마주쳤다. 상하의 색 반대 아닌가. 저요? 하고 가리키며 되물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든 아이랑 같이 다가왔다. 아니 초면에 누님이라니 내가 그렇게 늙어보이나.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선 짝퉁 짱구가 팔 다리가 많이 자라서 무서웠다. 사진이 실적이라던데 우리 제노는 많이 찍었나 몰라. 짱구랑 나란히 서서 어색하게 웃고 있는데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제노가 나타나서 나를 빼갔다. 

 

 

"야, 야, 얌마! 이제노. 손님 갈취는 오바지!" 

 

 

"흐응? 내 지인인데 무슨 상관이야." 

 

 

"개너무해. 일등 욕심 없다면서 너!" 

 

 

아. 일등도 또 뭐가 있나보다. 쟁쟁한 경쟁 상대였는지 발을 동동 구르는 짱구를 뒤로하고 제노는 나를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제노 사진 많이 찍었어?" 

 

 

"네. 예상 외로 저 인기 많았어요." 

 

 

라며 뿌듯해하는데 우리 애기 아직 자기 얼굴 제대로 모르나봐.  

 

 

"한... 팔십 몇 장 찍었나? 아. 팔십 팔 장 찍었어요." 

 

 

"오~ 영화과 간판~" 

 

 

"아니에요. 저희과 간판 따로 있어요." 

 

 

"말도 안돼. 이제노가 이 학교를 대표하는 명물 아니면 뭐란 말이냐." 

 

 

진지하게 화를 내니 제노가 쑥스러워하며 아니라고 도리질을 했다. 하늘에 붉은 기운이 사라지더니 검푸른 어둠이 몰려왔다. 곧 있으면 연예인이 올 거라고 제노가 알려줬다.  

 

 

"관심 있어?" 

 

 

"누나한테는." 

 

 

"...어우 야~ 이런 능글맞은 멘트는 어디서 배우는거야." 

 

 

하지만 좋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이해 하는데 조금 걸려서 몇 초 늦게 반응했다. 가슴께를 손등으로 팍 치니까 아픈척을 한다. 연기도 늘고. 애기 다 컸어. 

다들 밖에 나와 있어서 건물 안은 텅 비었다. 멀리서 무대 관람하기 좋게 2,3층 정도까지 올라왔다. 면봉 같으면 어때.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고. 오히려 축제 분위기 즐기는 데에 더 좋았다. 관람차 타고 있는 기분. 술 대신 자판기에서 캔음료 두 개 뽑아서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기서도 잘 보이는데 의외로?" 

 

 

"그러게요." 

 

 

"나 진짜 조마조마했어. 동생놈이랑 마주칠까봐." 

 

 

"마주치면 뭐 어때요." 

 

 

큰일날 소리. 식겁하며 손을 저었다. 절대 만나선 안되는 운명이야. 제노가 이제 시간이 지나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겠다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여기 있을 테니까 천천히 갈아입고 와~" 

 

 

"빨리 올게요!" 

 

 

"어휴. 귀여운 짜식." 

 

 

천천히 오라고는 했는데 막상 제노가 없으니까 혼자 남의 학교 건물 안에서 이러고 있는 게 무지 뻘쭘했다. 좀 수상해보인다고 해야하나. 너무 의식한 탓인가.  

카메라를 켜서 얼굴을 확인하다가 사진 찍기에 맛들려서 오늘의 프사 건지기를 위해 셀카를 막 찍어대고 있는데 제노 얼굴이 뒤에서 쑥 들어왔다.  

 

 

"으암마! 아 깜짝이야. 폰 떨어트릴 뻔 했잖아." 

 

 

"몰랐어요? 아는 줄 알았는데. 얼마나 재밌었으면 오는 줄도 몰라요." 

 

 

"어우, 진-짜 몰랐어, 진짜..." 

 

 

라고 말하다가 자세가 상당히 민망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은 백허그 라는 자세 아닌가...!!! 

내가 신경쓰고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제노가 흐흥~하고 웃으며 허리를 끌어안고 어깨에 턱을 폭 묻었다.  

 

 

"누나 그거 알아요?" 

 

 

"뭐어?" 

 

 

"맞춘것도 아닌데 우리 커플룩이에요." 

 

 

"와... 한, 한 번 보자." 

 

 

좋은 핑계를 잡아내서 허리를 감싼 제노 팔을 풀고 뒤를 돌아 살폈다. 무난한 디자인의 얇은 흰 긴팔티에 청바지라니. 제노에게 최선의 코디는 아니지만 코디에게는 제노가 최선이다. 말없이 엄지를 추켜들자 제노가 웃으며 와락 안았다. 

 

 

"여름에는 바다 가고, 가을에는 단풍 보러 산에 가고, 겨울엔...눈꽃 축제? 뭐든 보러가자." 

 

 

제노가 느릿느릿 계절들을 훑었다. 갑자기 말을 놓네? 라고 딴말을 하니까 혼내키듯 턱으로 정수리를 콕 찍었다. 

 

 

"누나가 오래 오래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결혼해야 하는데. 누나한테 장가 올거야?" 

 

 

"한 십 년 뒤에?" 

 

 

쿨럭. 애기야 십 년 뒤면 누나가. 차마 뭐라 덧붙이지는 못하고 제노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채 웃기만 했다. 평소 같았으면 오버해서 눈물 찔찔 흘리고 주접문이나 읊고 오만가지 짓거리를 다 했을 텐데 이상하게 슬프기만 하다. 미안해 애기야. 더이상 모르는 척 하기가 힘에 부쳤다. 눈물이 조금 나왔다. 맨날 나 운다 운다 하더니 정말 울고 앉았다. 

 

 

"제노야, 누나가 고백할 게 있는데." 

 

 

"네." 

 

 

"그동안 속여서 미안해. 나쁜 의도로 그랬던 건 아닌데, 나 사실 스물 여섯 아니야. 그거 보다 더 많아." 

 

 

"그렇구나. 그게 끝이에요?" 

 

 

"응?" 

 

 

얼굴을 들어 제노를 쳐다봤다. 제노가 눈을 깜빡거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나도 도륵도륵 눈운동을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엏, 어떻게?" 

 

 

"뭐요?" 

 

 

"어떻게 알아? 설마..." 

 

 

"음~ 설마. 누나 동생 맞을걸요. 자기 위로 열 살 차이나는 누나 있다고 한 적 있거든요." 

 

 

남 얘기 하듯이 말하는 제노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서 머리를 긁적이다가 엄지와 중지를 부딪쳤다.  

 

 

"알면서도 사귀자고 했어? 야! 이눔 짜슥 이거 안되겠네!" 

 

 

"아야. 때, 때릴 것까진 없잖아요 누나. " 

 

 

"하... 사기죄를 눈감아준 공범이 된거야 너는." 

 

 

"별 거 아니더라고요. 열 살 쯤이야 뭐. 누나랑 나랑 잘 어울리면 그만이잖아요." 

 

 

미친 박력의 당돌한 연하를 어쩜 좋지. 다 알고도 좋다고 고백을 했던 지난 날의 제노를 떠올리며 마른 세수를 했다. 좋아해야 할 지 고민하는데 제노가 장난기를 싹 거두고 말했다. 

 

 

"그 누구도 함부로 잘못됐다고 말할 자격 없어요. 그러니까 누나도 나이에 운운하지 마요. 나랑 누나랑 마음이 맞으면 되는 거잖아요. 나 사랑하잖아요. " 

 

 

"...존나 사랑하지. 진짜 존나게 사랑해서 미칠 것 같어." 

 

 

두 번 미안해할게. 과격한 소리로 표현하더라도 웃으면서 봐줘. 누나가 덕질을 좀 거칠게 했어. 아파트 부수고, 회사 부수고, 24평 짜리 집도 원룸으로 만들어서 말이야. 지금은 휴덕 중인데 대신 우리 애기 때문에 지구 가지고 비행기도 접고 그래. 우주에 눈물로 은하수도 만들고. 진심만 짜내는 내 대답에 제노가 살풋 웃으며 다가왔다. 각이 섰다. 이 각도는 일단 포옹 절대 아니고, 단순히 뽀뽀도 아니고 사십 오~팔 도 정도의 키스각이다. 입술이 발발 떨렸다. 몇 초 뒤 포개질 온기를 생각하면 가만 있어야 하는데. 분위기 깨잖아. 긴장 돼도 꾹 깨물지도 못하겠고, 해서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꽈아아악 감았다. 얼굴을 움찔거리니까 제노가 뒷목을 감쌌다. 

 

 

항상 타이밍이 왜 이래. 아래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올라오는 기척이 들려 황급히 떨어졌다. 집에나 가자며 제노가 손깍지를 껴 잡았다. 

 

 

"그냥 가도 돼?" 

 

 

"네. 상관 없어요. 아니면 기숙사 건물 뒷편에 꽃 예쁘게 핀 데 있는데 가볼래요?" 

 

 

"그래." 

 

 

주차장에 차를 놓고 왔지만 걸어가는 게 운치가 있어서 잠자코 손을 잡고 걸어갔다. 아까보다 하늘이 훨씬 어두워졌다. 그래도 제노 얼굴은 보였다. 기숙사는 언덕배기에 있어서 경사진 보도를 따라 조금 걸어야 했다. 그냥 차 갖고 왔다고 타고 가자 할 걸. 

제노가 손을 놓고 갑자기 앞서 빠른 걸음으로 가더니 꽃이 떨어지지 않고 많이 피어있는 나무 옆으로 가서 섰다. 

 

 

 

"나무야 미안해. 누나도 얼른 사과해요, 나무한테. 나무야 미안해~ 조금만 아프자." 

 

 

제노가 낮게 뻗은 가지 하나를 붙잡고 말했다. 영문 모르고 서 있었다. 제노가 잡고 있던 가지를 살살 흔들었다.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오소소 떨어졌다. 

 

 

"진짜 예쁘죠? 너무 많이 흔들면 나무한테 미안하니까 여기까지." 

 

 

한참을 보고 있다가 툭 터지는 감탄과 함께 뱉었다. 

 

 

"제노야, 너 꽃같다." 

 

 

멀지 않은 축제의 장은 왁시글덕시글 거리는데 우리 주변은 한적하고. 꼭 둘만의 세계 아니면 남들에게는 안 보일 것만 같지. 

 

 

 

 

 

 

 

 

 

 

 

 

 

 

 

 

 

 

 

 

 

 

 

꽃밭에서 아까 못다한 키스를 했다.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는데 제노보다는 못하지만 오종종한 모습들이 사랑스럽긴 하더라. 이 장소에서 웹드라마 촬영도 한 적 있다고 했다. 쪼그려 앉아 구경하고 있다가 또 눈이 맞고 분위기도 묘하게 잡혀서 입을 맞췄는데 미는 힘이 세서 엉덩이를 찧을 뻔 한 걸 제노가 붙들어줬다.  

 

 

"아, 제노야. 네가 너무 좋아서 큰일이다." 

 

 

"나도 좋아." 

 

 

속삭이듯 말하는 거 누가 가르쳐줬냐고요. 감사합니다. 제노가 asmr 하면 고막 녹을 수도 있어.  

 

 

"그런데 제노야. 처음이라면서 왜 이렇게 잘 하는거야?" 

 

 

"저도 사실 놀랐어요. 천재인가? 히히. 죄송합니다." 

 

 

멋쩍은 듯 얼굴을 가리는 제노의 손을 떼어내며 세차게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우리 제노 멘사도 시시해서 안 간 천재잖아. " 

 

 

"누나 정말 말 웃기게 잘 하는 것 같아요. 부럽다." 

 

 

제노가 해죽거렸다. 인생 내공이지. 해학과 희화화의 민족 아니겠니. 그리고 우리 애기는 안 웃겨도 된다. 얼굴부터 보고 있으면 웃음 나오니까. 

 

 

"차 끌고 왔는데 누나 뛰뛰 타고 드라이브나 즐길까?" 

 

 

"애기 아니라니까-" 

 

 

"그래 그래. 가자 가자." 

 

 

후련한 마음으로 제노와 꼭 잡은 손 달랑 달랑 흔들며 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결국은 마주쳤다. 이 정도면 동생이랑 나랑 전생에 엄청난 악연이었던 게 아닐까 싶다. 

 

 

"뭐야? 누나가 왜 여기 있어?" 

 

 

"어? 어... 제노 보러." 

 

 

비밀 친구 아직 유효할까 싶어 조심스레 다음 할 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노가 선수를 쳤다. 

 

 

"우리 사귀는 사이야." 

 

 

"...뭐?" 

 

 

"너네 누나랑 나랑 사귀는 사이야." 

 

 

동생의 표정은 아까 나이를 밝혔을 때 무덤덤한 제노 때문에 오히려 넋이 나갔던 나와 비슷했다.  

 

 

"너,너,너 여자친구는?" 

 

 

둘 사이 기류가 안 좋아 보여서 막 끼어들었다. 더블 데이트라도 할 판. 그런데 할 말이 이 자리에 없는 동생 여자친구 찾는 것 밖엔 없었다. 

 

 

"혜어졌는데. 누나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왜 헤어지고 그래. 무덤 팠네. 동생놈이 스쳐 지나가며 내 팔을 잡고 가려는데 이미 잡고 있던 제노가 꿈쩍도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자 동생이 뭐하는 거냐며 제노에게 따져물었다. 이러다가 우정이 와장창 깨질 것 같아서 동생 손길을 뿌리치고는 제노 먼저 챙겼다. 

 

 

"잠깐이라니까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올게. 제노 차에 데려다 놓고 올 테니까 넌 여기 서 있어." 

 

 

그제서야 제노가 움직였다. 조수석에 태워놓고 얼른 갔다 오겠다고 달랬다. 문을 닫으려는 걸 막고는 제노가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거," 

 

 

"알지. 금방 올게." 

 

 

제노의 턱을 잡고 입에 짧게 뽀뽀를 해주곤 문을 닫았다. 짝다리 짚고 서 있는 동생놈 보라고 하는 것도 있다. 

그 잠시 동안에 화라도 쌓아놨는지 씩씩 거리며 홱 돌아서 가는데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도 대답을 안했다.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주차장에 있는 제노가 안 보일 때쯤 멈췄다.  

 

 

"미쳤어? 제정신이야?" 

 

 

"안 미쳤어. 제정신이야. 말 가려서 해라. 위 아래 없이 눈깔 뒤집지 말고." 

 

 

"어떻게 그래? 몇 살인지 알아? 스무 살이야. 이제 스무 살한테 무슨 몹쓸 짓이야?" 

 

 

"내가 말 가려가면서 하라 하지 않았니? 몹쓸 짓? 내가 뭘 했는데? 네 친구인 것도 몰랐고, 무슨 불순한 의도 가지고 접근한 것도 아니야. 단순히 나이 차 많이 난다는 이유로 미친년 취급 받아야 해? 난 과민반응이라 보는데." 

 

 

"하, 진짜. 그래. 요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게 대수는 아니지. 그런데 누나는 늦게라도 내 친구인 거 알았으면 이러면 안됐지." 

 

 

"내가 제노랑 사귄다고 해서 제노랑 네 사이가 틀어져? 내가 이간질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너는 그냥 내가 거슬리는 거야. " 

 

"안될 거 없어. 나도 그렇게 꽉막힌 새끼 아니야. 남이면 상관 안 해. 근데 내 누나고 내 친구 얘기라서 그래. 누가 아깝고 그런게 아니라, 시발 진짜 모르겠어. 그냥 이상하고 둘이 안 그랬으면 좋겠어. 배신 당한 기분이야." 

 

 

그래. 동생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내 동생이 내 친구랑 사귀는 걸 목격한다면 나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을 거다. 하지만 너만 생각하는 너도 이기적이고 나도 이기적이라서 네 뜻대로는 할 수 없다. 

 

 

"누나가 더 어른이잖아. 그니까 제노 좀 말려. 이제 성인된 애새끼가 뭘 알겠냐고. 그러다가 둘 다 상처 입고 끝날까봐 겁 나." 

 

 

"웃기네. 자기도 애기인 주제에 별 걱정을 다 하고. 꼰대네 뭐네 여기는 거 상관은 없어서 말할게. 내가 너보다 더 살아봐서 알아. 네가 이렇게까지 화 내고 걱정 안 해도 돼. 이해는 해. 나도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너랑 비슷한 반응이 나올 것 같아. 그런데 넌 왜 날 이해할 생각은 안 하고 무턱대고 그래? 말 안 하고 이런 식으로 보여준 거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집에 가서 진정 좀 하면서 정리해봐." 

 

 

마음이 좀 아팠다. 열변을 토하느라 뜨거워진 가슴팍을 쓰다듬으며 뒤돌았다. 그래도 동생이라고 미워도 안쓰럽고 나 자신도 안쓰러워서, 그래서 좀 아팠다. 

 

 

 

 

 

 

 

 

 

 

 

 

 

 

 

 

 

 

 

 

 

 

 

 

 

 

 

야 너 우리 누나 책임져. 꼭 결혼해. 군대 갔다와서 바로 해. 누나 마흔 넘기기 전에 데려가. 

 

 

라고 말했다며 동생 모사를 하며 제노가 전해줬다. 

내 심장이 다 저릿할 정도로 따끔하게 혼내줬더니 반성 좀 했나보지.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기분은 좋아서 히죽 웃음이 나왔다. 

 

 

"나랑 결혼 할거야?안 해도 돼." 

 

 

"제노 스물 여덟이면 안 부담스럽지 않을까, 라고 했다면서요." 

 

 

"제노야 누나 뼈가 흔들리네." 

 

 

아픈 척을 하니까 제노가 심각한 표정으로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애기야... 

 

 

"스물 여덟의 이제노가 돈이 많아야 할 텐데." 

 

 

"왜?" 

 

 

"그래야 누나 고생 안 시키죠." 

 

 

"돈은 누나가 많이 버니까 신랑 수업이나 듣고 와." 

 

 

그러니까 제노가 입을 가리고 놀라는 척을 했다. 

 

 

"누나 이세상 멋짐이 아니다." 

 

 

"어디서 그런 말 배워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어색한 거 아니야?" 

 

 

"누나 요새 부둥부둥 안 해주네요. 예전에는 내가 별 다섯 개짜리 감동과 재미 모두 챙긴 코미디 영화라면서." 

 

 

귀여워서 엉엉 울고 싶다. 제노를 품에 안고 오구오구 우리 애기 해주니까 그거는 또 싫다고 푸다닥 거린다. 변덕스러워. 때찌해줘야겠어. 시쁘둥한 제노의 동그란 뺨을 콕콕 찌르다가 물렸다. 네가 개냐고 야단을 치니까 소곳이 고개를 숙이고는 미안함미다 잘못탯씀다 하고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토라지는 것도 깜찍해서 끙끙거리며 앓는 소릴 냈다. 우리 제노 힘들겠다. 귀여운 거 숨기고 다니느라. 그래서 가끔씩 조절 안돼서 이렇게 애교 흘리는 거지. 중얼중얼 거리니까 귀를 가까이 대서 듣더니 상끗 웃는다.  

 

 

"그런데 제노야. 만약에 네가 스물 여덟이 되기 전에 우리가 헤어지게 되면 어떡하지." 

 

 

"스물 여덟이 되기 전에 다시 만나면 되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고? 다시 만날거야, 나?" 

 

 

"아마 우리가 헤어진다면, 너무 슬픈 가정이지만. 아마 내 잘못일 거예요. 그래서 나는 후회하면서 누나한테 구질구질하게 매달릴 지도 몰라요. 그렇게 해서라도 다시 만나려고 할 거예요." 

 

 

"왜 네 잘못이야. 나 울게 할 거야?" 

 

 

"어리고 철 없는 내가 혹시 몰라, 자라면서 누나한테 못되게 굴 지. 걱정되긴 하네요. 갑자기 내가 한참 어린 앤게 너무 싫네." 

 

 

제노 눈이 촉촉해지는 게 보였다. 화기애애 하고 좋았는데 내가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서 미안했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누워있는 제노 배에 배방구를 뿍뿍 불었다. 이상하다며 도망가려는 걸 잡는다고 좁은 원룸에서 난리를 쳤다.  

 

 

"먼지 날린다 그만 하자. 안 할게. 안 할게 진짜로." 

 

 

제노를 폭신한 이불 위로 자빠트리고 나도 그 위로 엎어졌다. 불신의 눈을 하고서 꿈틀 거리며 움직이길래 그만 하자고 두 손목을 붙잡았는데 자세가 민망했다.  

 

 

"좀...그렇네? 미안 미안. 무겁지. 비켜줄게." 

 

 

결박했던 손을 풀고 일어나는데 제노가 멍하니 가만 굳어 있길래 눈앞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에잇, 내가 너 였으면"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당기는 힘에 끌려갔다. 밑에 깔려서 아무 것도 못하고 목걸이만 만지작 거렸다. 제노가 점점 다가왔다. 몸이 겹쳐졌다. 제노 허리를 안고 등을 어루만졌다. 각이다. 이 각은!! 섹!!! 

 

 

"너무 좋아하니까 여기까지 해야지." 

 

 

"야, 제노야...너 밀당 잘 하네에...얄미울 정돈데..." 

 

 

 

제노가 이마에만 입 맞추고 일어났다. 누나 얼른 씻고 자야죠. 밝히는 누나는 되기 싫어서 흑흑 울며 일어났다. 

내가 밝히는 건 너와 나의 눈부신 미래... 

 

 

 

"누나. 아쉬워요?" 

 

 

"아니? 하나도? 아~ 빨리 씻고 자야겠다~ 그래야 내일 출근하지~" 

 

 

초승달이 어디갔나 했더니 우리 제노 눈에 있구나.  

2000만큼 사랑하는 눈웃음을 지으니 팍 식었던 심장이 다시금 발딱거렸다.  

 

 

"잘 몰라서 그래요. 이참에 가르쳐 주면 열심히 할 수 있는데. 누나 내일 출근 해야 한다니까 어쩔 수 없겠다." 

 

 

대표님 저 내일 회사 쉽니다. 

 

 

 

 

 

 

 

 

 

 

 

 

 

 

 

 

 

 

 

 

 

 

 

 

 

 

 

 

 

언제 말 할거냐는 동생놈의 닦달에도 꿋꿋이 버티다가 가을이 한창 여물어서야 입을 열었다. 나도 내가 참 대단해.  

 

옷 갈아입을 때마다 쳐맞은 등짝이 따끔거려서 힘들다고 징징거렸다. 딸내미 연애 소식에 화색을 띠던 것도 잠시, 제노 나이를 듣고는 성을 내며 등을 내려쳤다. 얼마나 세게 갈겼으면 손자국이 벌겋게 남아서는 쓰라리기까지 했다.  

막상 제노를 데리고 왔을 땐 하하호호 웃으면서 숨겨둔 아들처럼 어화둥둥이었다. 제노 가고 나서는 네가 운을 쟤한테 몰빵했다며 잘 해보라고 하더라.  

 

 

"제노야. 너희 부모님은 네가 나랑 이러고 있는 거 아시니." 

 

 

"이러고 있는 게 뭐예요?" 

 

 

집을 합치는 게 나을 정도로 제노 집에 눌러 붙었다. 우리 집엔 가끔 먼지 쌓이지 않게 청소하러 가거나. 제노 배를 베고 누워 텔레비전을 보다가 마침 나오는 게 가족 갈등을 다룬 프로그램이라 생각이 나서 물어봤다. 

 

 

"이런 거!" 

 

 

꿈틀거리며 다가가 제노 입술에 쪽하고 떨어졌다. 제노가 능청을 떨며 이해가 안 간다고 대답했다. 

 

 

"이제노 변했어. 우리 순둥이 내놔." 

 

 

"누나 순둥이 여기 있잖아요~" 

 

 

하고 입술을 쭉 내밀며 아양을 떤다. 누나 손에 리모콘 쥐고 있다. 부서지면 텔레비전 못 본다. 부들부들 

 

 

"무조건 나만 잘하면 된댔어요." 

 

 

"엉?" 

 

 

"엄마가 아빠보다 일곱 살 연상이시거든요. 그래서 뭐." 

 

 

"와, 그렇구나. 대박. 그렇다면 안심. 이제 우리 제노만 스물 여덟 되면 되겠다. 잡아먹어야지 와아악." 

 

 

놀고 있는 제노 손을 집어서 입안으로 넣는 시늉을 했다. 예전같으면, 이잉 하지마세용 하고 손을 슥 뺐을 거면서 지금은 흥흥 해보등가 식으로 나온다.  

 

 

"애기야." 

 

 

"애기라고 부르면 대답 안 할 거예요." 

 

 

"제노 오빠 사랑해 나 서른 살이야." 

 

 

딱히 웃기려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솔직하게 한 꼬집 정도의 개그 욕심이었다 - 얼굴 발그레지게 웃다가 눈물까지 훔치는 제노였다. 웃음은 전염이 강해서 낑낑 우는 제노를 보며 웃었더니 숨이 가빠서 힘들었다. 

 

 

"누나." 

 

 

"응. 이제 진정이 됐어?" 

 

 

난 그냥 안부를 물은 것 뿐인데 제노가 흐느끼며 울었다. 그만 해달라고 부탁까지 하는데 난 이십 분 전부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 애기야. 매우 억울하군. 

잠시 후 제노가 코를 훌쩍이며 빨개진 눈밑을 닦았다. 

 

 

"제노야. 말 걸어도 돼?" 

 

 

"하, 누나. 지금 얼굴 보기 너무 힘들어요. 자꾸 생각," 

 

 

생각 난다고 말하는 동시에 생각을 했는지 제노는 다시 엎드렸다. 에휴, 내가 잘못했네. 내가 대역죄인이다.  

잠이나 자자고 달랬다. 터진 웃음보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아서. 

 

제노 팔을 베고 누워서 가슴을 토닥여주며 나도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까 웃는다고 쉬어서 낮아진 목소리로 제노가 어둠을 깨웠다.  

 

 

"누나. 변하지 않을 자신은 없지만요." 

 

 

"응." 

 

 

"깊게 파고들 자신은 있어요. 그렇게 누나를 사랑해요.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아까 너무 웃겨서 못 했어." 

 

 

"제노야." 

 

 

"네." 

 

 

"어설퍼서 좋다. 너무너무 좋아해. 

 

그리고 고백할 게 있는데. 나 사실 너 자고 있을 때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 

 

 

제노 가슴이 픽 꺼지더니 작게 웃는 게 느껴졌다. 지우개로 칠판 지우듯이 넓게 쓰다듬으니까 내 손을 탁 잡는다. 

 

 

"먼저 말해버려서 저도 어쩔 수 없이 고백하는 건데요. 누나가 사랑한다고 말 할 때까지 자는 척 다 듣고 있었어요." 

 

 

내 손을 잡은 제노의 손이 제 심장 쪽으로 옮겨간다. 뜨겁고 생생한 울림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워지는 것 같다. 네 마음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오래된 시 하나가 생각났다. 다른 건 다 잊었는데도 평범하고 수수한 첫 구절은 소중해서 달달 외워놨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깊게, 깊게. 너랑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처럼. 흰 눈발 날리는 설원 속으로. 끝없이, 끝없이. 

처음 만났던 흰 계절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꿈을 꿨다. 

 

 

 

 

 

 

 

 

 

 

 

 

 

 

 

 

 

 

 

 

 

 

 

 

 

 

 

 

 

 

 

 

 

 

 

 

 

 

 

 

 

 

 

 

 

 

 

 

 

 

 

 

 

 

 

끝이 났습니다! 아쉽지만 안녕~ 퍼프 보고 이건 억지로라도 써야 돼 하며 진짜 억지로 끼워넣었자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 히히 

로맨틱 밀레니엄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쪽 

 

 

 

 

[NCT/이제노] 로맨틱 밀레니엄 FIN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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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자까님ㅠㅠㅠ글이 너무 예뻐요...💚 오늘도 작가님 덕분에 달달하게 잠들 수 있을 거 같아요
4년 전
문달
달달~ 잘자용~~~
4년 전
독자2
아악 이제노ㅠㅠ 제노야ㅜㅜ 나 8살이야,,,,싸랑해 작가님 최고ㅜㅜㅜ
4년 전
문달
아~ 이거 15세 관람가라 여덟 살은 보면 안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두 댜량해여
4년 전
독자3
녹차라떼) 작가님... 이글...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 제노ㅠㅠㅠㅠㅠ 네노야ㅠㅠㅠㅠㅠㅠ 이게뭐야ㅠㅠㅠㅠㅠㅠ 와 작가님 글은 정말 놀라울정도로 진짜 완벽해요ㅠㅠㅠㅠ 아ㅠㅠㅠㅠ 끝이 아쉽지ㅏㄴ 마무리가 완벽해서 보내줄 수 있어요ㅠㅠㅠㅠ 안보낸다해도 어쩔 수 없지만..ㅠㅠㅠ
4년 전
문달
ㅋㅋㅋㅋ완벽이라뇨..아님미다 (ᵒ̴̶̷᷄ωᵒ̴̶̷᷅*•) )੭⁾⁾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다음에도 대박이라고 들을 만한 글 가꼬 오께용~
4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4년 전
문달
아앗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풋풋 귀욤이라니 역싀 우리 앙콤상코미 애깅이 제노 때문에 글도 귀욤귀욤 해졌나 봅니다 ෆ╹ᴗ╹ෆ ㅎㅎㅎㅎ 감사해용
4년 전
독자5
저 8ㅅ8인데여....진짜 이제노 너어는 진짜.....최고다......... 진짜 제노 성격이 엄청 녹아든거 같거.... 내가 제노 누나였음 좋겠구ㅜㅜㅜㅜㅜㅜㅜ 어떻게 밀당을 저렇게 잘하지... 진짜 어떡하지 너무 이쁜데여...? 자까님.....?
4년 전
문달
안넝 8ㅅ8님!! 제노가..제노가 느껴지시나요???ㅠㅠㅠㅠ 흑 너무 좋은 평이라 기분 찢어집니다 짖짖
*٩ʕ*✪ω✪ʔ۶*

4년 전
독자6
작가님 이 글에 꽃잎 날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설레서 잠은 다 잤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4년 전
문달
ㅎㅎㅎㅎ제가 바구니에 꽃잎 주워담아서 뿌리고 있어서 그으래영 ㅌㅋㅋㅋㅋㅋ 그래도 잠은 자셔야조 제노 꿈에서 만나셔야조
4년 전
독자7
라나입니다😭 아 진짜 현기증 날 것 같아요🤦‍♀️ 너무 두근거려서 잠이나 잘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내일 아니 오늘 출근 어떻게 하죠? 몰라요 그냥 너무 좋은데 어떡합니까ㅠㅠㅠㅠㅠㅠ 일 하다가 졸리면 또 이거 읽죠 뭐ㅠㅠㅠㅠ 만병통치약이에요 완전.. 이러다 작가님과 사랑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정말🤦‍♀️
4년 전
문달
뽈인럽 ♡*+:•*∴”:♡.•♬✧♡*+:•*∴”:♡.•♬✧
출근 아자아자 화이팅 오늘 하루도 힘내세여 라나님~!!로맨티스트 밀레니엄 베이비가 응원함미다 (୨୧ ❛ᴗ❛)✧

4년 전
독자8
제노.... 너땜에 잠 다 깼어.....
제 인생에도 제노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4년 전
문달
ㅎㅎㅎ힣힣 우리 도짜님 인생길에 문달이라도 하나 놔드릴 순 있는데 (๑*◡*๑)٩(❛ัᴗ❛ั⁎)ೄ
4년 전
독자11
작까님 넘귀자나여 💚 (੭ु ˃̶͈̀ ω ˂̶͈́)੭ु⁾⁾
4년 전
독자9
ㅜㅜ 제노 너무 사랑스럽구..제노 덕분에 오늘 할미 하루 피로가 씻겨 내려가네요. 문달님 너무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당.
4년 전
문달
휴 저됴 댓글 찬찬히 읽으니까 마음이 몰랑몰랑하고 좋네욤 ㅎㅎㅎ 감사해요~!! ฅ(^ΦᆺΦ^)ฅ♡
4년 전
독자10
으아아아 진짜 너무 예쁜 글이에요ㅜㅜㅜㅠ 우리 학교 축제는 안저랬는데 저랬다라고 극적 대입하고... 진짜 제가 다 행복했어요ㅜㅜㅜㅠ
4년 전
문달
ㅎㅎㅎ 맞아요..저 판타지 잘 쓰잖아요... 현실에 절대 없어...내가 쓰는 거 죄다 판타지 ・°・(ノД`)・°・ 그래도 행복하시다니 그걸로 됐습니다 쯉-☆
4년 전
독자12
헉....아니 저 어제부터 읽겠다고 했는데 계속 시간이 없어서 이제 봤어요...이게 아니고..헉...제노쓰.....애긔...기엽다...? 정말 연애1도 모르는 사람도 만나봤는데....이게 소설이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저정도 순수,능글 연하면 백트럭 줘도 전 좋을것 같아요....이번 밀레니엄이 자까님께 물론! 좋은 글 이겠지만...진짜...저는...밀레니엄..오조오억...아니 정말...너무 도 부족한데ㅜㅠㅠ 좋아요ㅜㅜ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4년 전
문달
저 농도의 순수와 능글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필수 준비: 이제노 ʕ ᵔᴥᵔ ʔ
밀레니엄 제노는 아쉽게도 바이바이지만 미래의 문달이가 또 분명 다른 칭긔와 함께 올거니까요 너무 슬퍼하지마용

4년 전
비회원27.146
하..작가님 정주행하고 넘 조아서 댓글 남겨요ㅠㅠ 진짜 죽은 연애세포도 소생시키는 글이네요ㅠㅠㅠㅠ 넘 잘보구 갑니당!!
4년 전
독자13
흑흑 말도안돼 끝이라니 우리 밀레니엄이 끝이라니 잘 생각해봐요 지금 이거 늘려서 흰머리뽑는 썰 나올때까지 좋아할 자신 있어요 나...작가님 사랑해 나 8살이야
4년 전
독자14
아 작가님 ㅠㅠ 진짜 너무 재미있게읽었어요ㅠㅠ 나이 들킬까봐 늘 보면서 조마조마했는데 이렇게... ㅜㅜㅜㅠㅠ 그래도 제노가 알게되서 후련해여 ㅠㅠㅠ 진짜 기억조작글 .. 인거같아여 ㅠㅠㅠ 잘 읽고 갑니당😆💚
4년 전
독자15
너무 달달하고 좋아요... 힐링하는 기분이랄까요ㅜㅜ
4년 전
독자16
하....아닌밤중 행복함에 모든 시름을 잊게 해준 이 글에 감사를...표하고 갑미더.....제노 최고..
4년 전
독자17
짜 글이 몽글몽글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 항상 예쁜글 써주셔서ㅜ잘 읽고 있어요,~
4년 전
독자18
즈응말 너무 쥬타 제노야ㅜㅜ이런글 써주시는 작가님 너무 좋다ㅜㅜ문달님 사랑해 하고싶은거 다해ㅜㅠㅠㅠㅜㅜㅠ
4년 전
독자19
ㅠㅠㅠ,,세상에 문달님,,, 스트로니왔습니다,,,,,(머리를 박는다) 혐생을 살고오니 인티는 너무 오랜만이구요,,ㅠㅠㅠ제가 못들어오는 동안 명작을,,진짜 연하가 최고라구요;_; 잘.생.긴.연.하.는 나라를 구합니다 완결까지 보면서 이입을 너무 했네요 하핫,, 일부러 이름 안넣으신거 너무너무입니다 너무너무 사랑,,,love,,, 문달님의 긴 가방끈에 걸려 넘어진 스트로니,,제발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문달릠ㅠㅠㅠㅠ좋은 밤 보내세요 알러뷰입니다,, :)
4년 전
독자20
하... 작가님... 사랑합니다ㅠㅠㅠㅠ 너무 달달하자나요ㅠㅠㅠㅠㅠㅠㅠ 새벽에 너무 달달해서 하이킥하면서 봤어요ㅠㅠㅠㅠ
4년 전
독자21
아닛,,,너무 띵작쓰...이제노 단단한 귀요미..설레죽을꺼ㅠ가타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알라뷰뿅뿅💚💚💚
4년 전
독자22
아 보면서 설레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진짜 달달하고 제노가 귀엽고 잘생겼고... 아주 그냥.. 동생이 누군지 궁금하지만...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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