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홍콩 섬의 한 공동묘지. 그 앞으로 자정과 무섭도록 닮은 검은색의 세단 한 대가 섰다. 그리고 온통 검은색으로 휘감은 한 남자가 조수석에서 내렸다. 남자의 인영은 곧이라도 어둠 속으로 잠식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그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주위를 거닐던 사람 몇몇이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鹿? / MIDNIGHT LU / 19XX年 04月 20日 - 20XX年 XX月 XX日
남자는 마치 자정에 맞추어 온 것이라도 하듯 손목시계를 빠르게 확인한 뒤, 최근 홍콩을 가장 시끄럽게 만들었던 무덤 앞에 섰다. 한참이나 그 앞에 서서 깊고 깊은 침묵을 지키던 남자가 한쪽 무릎을 꿇어 묘비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곤 또 다시 한참을 묘비를 응시하던 남자가 고급스러운 검은색 실크 장갑을 낀 손으로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었다.
“In pace requiescat.”
새하얀 국화를 포함해 여러 가지 고운 꽃들이 놓인 묘지 위로 남자가 카드 한 장을 살며시 올려놓으며 낮고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드를 놓는 남자의 실크 장갑은 우아하게 꺾이며 손가락을 움직였지만 그 떨림은 아주 원초적인 슬픔을 담고 있었다. 카드를 놓고도 한동안 묘비와 그 주위의 꽃들을 바라보던 남자는 꿇었던 무릎을 일으켰다. 걸음을 돌리기 아주 마지막 순간, 남자가 손끝으로 묘비를 스치듯 쓰다듬었고 이 모습을 고결한 밝음으로 묘비를 내비친 달빛이 환하게 담았다. 달빛이 드리우자 남자는 서둘러 차로 발걸음을 옮겼고 남자가 조수석에 타자마자 검은색 세단은 빠르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In pace requiescat.
남자 떠난 뒤에도 남자가 남긴 카드는 오랫동안 달빛을 받고 있었다. 남자가 남긴 카드엔 바닥에 주저앉아 아주 슬픈 얼굴로 울고 있는 조커 그림과 함께 조금 전, 남자의 낮고 음울한 한마디가 적혀 있었다.
최근 홍콩에는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 밤의 비행에서, 지옥궁의 어릿광대가 조커를 살려주었다고.
는 내 주관주의
난 저거 읽으면서 그렇게 펑펑울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