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군요. 저는 지금 좀처럼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는 환경이라 억울합니다ㅠㅠ
오늘은 이 억울함을 연구글에 쏟아볼까 합니다ㅎㅎ
최근 743,744화가 나온 뒤 "도플라밍고의 목"과 "새장"이 가장 큰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저도 분위기를 타서 이 두가지를 다뤄보겠습니다.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뮌히하우젠이라는 주인공이 엄청난 허풍을 섞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입니다.
그 허풍의 예는 이렇습니다.
1. 곰을 잡기 위해 곰의 입에 부싯돌을 던져넣었다. 그리고 항문에 다른 부싯돌을 던졌더니 두 부싯돌이 곰 뱃속에서 부딪혀 폭발했다.
2. 총 없이 오리를 잡기 위해 기름진 햄에 줄을 매달아 오리에게 먹였다. 기름진 햄은 그대로 오리의 항문으로 나왔고, 또 다른 오리가 그것을 먹고 이것이 반복되었다. 결국 수십마리의 오리를 햄 하나로 잡을 수 있었다.
3. 그 오리들에 매달려 날아갔다...
4. 멀쩡한 여우가죽을 얻기 위해 여우 꼬리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여우의 이마에 X 모양 상처를 낸 뒤 고기로 유혹하자, 여우는 고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결과 여우의 알맹이만 빠져나오고 가죽만 남았다.
5. 포탄을 타고 날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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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등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께서 어릴 때 읽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이 허풍선이 남작에게는 4명의 부하가 있습니다.
왼쪽부터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베르톨"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있고, 입김으로 풍차를 돌릴 수 있는 "구스타프"
천하장사인 "알브레히트"
천리안을 갖고 있고, 최고의 명사수인 "아돌프스".
이렇게 4명의 부하들과 한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이 소설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한 영화가 있습니다.
1989년,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으로 국내에는 "바론의 대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습니다.
여기서 '바론'이란 이름이 아니고 '남작'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 영화의 설정이 참 흥미롭습니다.
원작을 그대로 영화화한 것이 아니라, 늙어버린 남작의 후일담 같은 설정을 덧붙였습니다.
배경은 영국과 터키의 전쟁 기간.
이제는 늙은 남작이 전쟁에서 마을을 구하기 위해 옛 부하들을 찾아나섭니다.
흘러간 세월 앞에 부하들도 다 늙어버려서 가장 빨리 달리던 부하는 다리가 아파서 뛰지를 못하고,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있던 부하는 보청기가 필요하고,
천리안을 가진 부하는 눈이 침침하고,
천하장사였던 부하는 왠지 갑자기 여성스러워져서 힘쓰는 일을 싫어하게 되죠.
하지만 그들은 끝끝내 마을을 구해냅니다.
이상이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 "바론의 대모험"의 대략적인 내용입니다.
원피스 속 테리 길리엄
그런데 우리는 우선 이 "테리 길리엄" 감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테리 길리엄의 여러 작품의 장면들을 원피스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테리 길리엄은 "몬티 파이튼의 성배(1975)"라는 작품을 찍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머리가 세 개인 숲의 기사가 등장해 세 머리들끼리 늘 말다툼을 합니다.
그리고 원피스의 에니에스 로비 에피소드에서 역시 머리 셋 달린 재판관 바스커빌이 등장하죠. 역시 세 머리는 말다툼을 하고요.
(이 부분은 '바람개비'님의 글을 참조했습니다. http://cafe.daum.net/onepieceonline/70Pu/567)
또한 "바론의 대모험"에서도 몇몇 장면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널리 알려진 오마주죠. 영화의 명사수 "아돌프스"와 검은수염 일당의 저격수 "반 오거"입니다.
바론의 대모험에서는 "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거대한 물고기"인 장면도 나옵니다.
원피스에서 역시 리틀가든을 떠날 때 그런 일이 있었죠.
동화의 나라
앞서 원피스에 나타난 테리 길리엄 작품의 장면들을 살펴 봤습니다.
이제 현재 에피소드인 드레스로사에서의 테리 길리엄 작품(주로 바론의 대모험)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드레스로사와 바론의 대모험의 공통점을 짚고 가겠습니다.
우리는 드레스로사 에피소드에서 여러 동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데렐라, 걸리버 여행기 등등.
(앨리스의 홍학과 카드, 원피스의 홍학과 카드)
(소인국의 걸리버, 그린비트 지하의 로빈)
(12시 이후로는 밖을 돌아다닐 수 없는 신데렐라와 드레스로사)
이처럼 다양한 동화들이 섞여있는 듯한 드레스로사인데요, 영화 바론의 대모험 또한 그렇습니다.
동화 라푼젤의 머리카락을 타고내리는 장면, 피노키오의 고래뱃속, 그리스로마신화의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의 불륜 등이 이 영화에도 나타납니다.
첫 번째 장면은 머리카락을 밧줄처럼 이용해 탈출하는 장면입니다.
두 번째는 고래에게 삼켜졌는데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장면이고,
세 번째는 그리스로마신화의 비너스의 탄생입니다. 이후에 헤파이스토스와의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이렇듯 드레스로사와 바론의 대모험 둘 다 여러 동화가 섞인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론의 대모험과 드레스로사
더 나아가, 두 작품은 서로 비슷한 장면을 공유합니다.
바론의 대모험에는 이상할 정도로 카드놀이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드레스로사 에피소드에서는 플레잉카드가 유의미한 상징입니다.
바론의 대모험에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드디어!!!
허풍선이 남작이 '달'나라에 가는데요, 그곳의 왕과 왕비는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이렇게요.
그리고 이게 문제의 도플라밍고죠ㅎㅎ
영화에서 목이 분리된 사람은 달나라의 '왕'입니다.
그런데 허풍선이 남작과 마찰이 생기게 되고, 남작을 "새장"에 가둬버립니다.
도플라밍고 역시 "새장" 시전을 선언했죠ㅎㅎ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새장 안에 허풍선이 백작이 갇혀있습니다ㅎㅎ)
왕은 새를 타고 남작을 공격합니다.
새인간이라 불린 도플라밍고에게도 '새'라는 키워드는 상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부하인 '모네'역시 새의 형상이었고요.
드레스로사 이후
이번 744화에서 혁명군의 목적이 밝혀졌습니다. 바로 드레스로사의 무기 수출을 막는 것이죠.
하지만 드레스로사는 무기를 「생산」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사보는 그것을 알아내 드래곤에게 알렸으면 하죠.
한편 본편과 동시 진행된 표지연재에서 카리브는 한 섬에 도착합니다.
그 섬에는 무기공장이 있었고, 여러 사건 끝에 카리브는 그 섬의 공장을 삼켜버립니다.
무기공장이 사라졌으니 이제 사보가 할 일은 없는 것일까요?
물론 아닐 겁니다.
카리브는 이후 나타난 드레이크에게 끌려갑니다. 정황상 드레이크는 이미 카이도우의 산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요.
카리브는 배가 불룩한 상태로 끌려가는데, 삼킨 공장을 그대로 가진 채로 끌려가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카리브를 통해 공장을 새로운 섬으로 옮기고 그곳에서 제조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 과연 어떤 섬일까요?
잠시 바론의 대모험을 살펴보겠습니다.
허풍선이 남작은 결국 새장에서 탈출하고 머리가 분리되는 왕으로부터 도망칩니다.
그 다음으로 도착하게 되는 곳은 헤파이스토스와 키클롭스들이 있는 화산인데요, 그곳은 바로 무기공장입니다.
이를 보아, 역시 현재 겨울섬에 있는 무기공장이 화산섬으로 옮겨가고 그곳이 다음 행선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바론의 대모험 감독인 "테리 길리엄" 기억하시죠?
이 감독에게는 오랜 숙원이 있습니다. 바로 돈키호테를 죽이는 것이죠.
(이렇게???)
물론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라는 작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1998년에 처음 제작준비에 들어가, 2000년부터 조니 뎁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돈키호테 역을 맡은 배우의 건강 악화, 스탭간의 불화, 세트장을 엉망으로 만든 홍수 등 저주를 받았다고 할 정도로 순탄치 않았고 결국 작업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는 이런 과정을 다큐멘터리 "로스트 인 라 만차" (라 만차는 소설 돈키호테의 배경입니다)에 담아내기도 하죠.
이후 포기하지 않고 배우를 바꿔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합니다.
그런 그가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를 빨리 완성시켜서 더이상 고민거리로 남기지 않겠다며 재도전을 선언했습니다.
무려 7번째 촬영 시도라는군요. 아래는 테리 길리엄의 멘트입니다.
"I'm going to try to do 'Don Quixote' again," Gilliam said then. "I think this is the seventh time. Lucky seven, maybe. We'll see if it happens. This is kind of my default position, going back to that. I actually just want to make it and get rid of it. Get it out of my life."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테리 길리엄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 돈키호테 도플라밍고가 파멸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연구글을 썼습니다.
요즘 밖에서 보낼 시간이 적은 게 아쉬워서 썼는데, 하필 주제가 모험가인 뮌히하우젠 남작 이야기네요. 덕분에 더욱더 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ㅎㅎ
어렸을 때 뮌히하우젠 남작 소설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영화도 추천드립니다. 전 그때 되게 좋아했었는데 옛날 기억이 많이 떠오르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