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게 올라간 눈이 반달로 휘어지면서 예쁜 눈웃음을 만들 때 안방극장 앞에 모여 앉은 여심이 크게 흔들렸다.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하게, 또 때로는 남자답게 10살 연상 누나의 마음을 휘어잡은 배우 서인국. 이제는 그의 등까지도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극의 몰입도를 높일 줄 알고, 드라마의 분위기를 이끄는 당당한 배우로 성장한 모습이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고교처세왕'(극본 양희승 조성희, 연출 유제원) 11회에서는 이민석(서인국 분)의 정체를 알게 된 정수영(이하나 분)이 이별을 선언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사랑을 잃은 두 사람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실수를 하는 등 힘들어했다.
수영은 민석이 동생 정유아(이열음 분)가 좋아하는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이별을 선언한 후, 회사까지 그만뒀다. 민석은 수영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회사에 나타나지 않자 일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수영과 민석이 냉랭해진 사이 유진우(이수혁 분)는 수영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면서 민석과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진우는 유아의 도움으로 수영이 있는 고향으로 그를 찾아갔고, 수영에게 또 한 번 도움을 받은 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마침 수영을 만나러 찾아갔던 민석이 진우의 고백 장면을 보면서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방송에서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주인공 서인국과 이하나의 연기였다. 이하나는 기존의 코믹한 모습을 벗고 사랑하는 사람의 정체를 알고 충격 받은, 멍한 상태의 마음가짐을 잘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애틋한 눈물 연기까지 소화하면서 이별 후 아픈 마음을 그려냈다.
서인국 역시 연기자로 한 뼘 성장한 모습이었다. 극중 서인국은 갑자기 사라진 형 이형석을 대신해 대기업 간부와 고등학생으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 서인국은 학교에서는 아이스하키 에이스 선수로 활약하면서, 회사에서는 신뢰받는 본부장 역할을 해냈다.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해내면서 '배우' 서인국의 성장이 더욱 잘 드러났다. 장난스럽지만 진지하고 남자답게 수영을 사로잡는 민석의 모습에 방송을 보는 누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혔다. 또 이별 후 힘들어하며 어깨가 축 쳐지고, 넋을 놓고 방황하는 모습 또한 디테일한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수영과 진우가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장면의 민석은 어느 때보다 좋은 감정을 끌어냈다. 불안하면서도 들뜬 마음으로 수영을 만나러 간 그는 수영이 진우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실망, 허탈해하며 등을 돌렸다. 마치 서인국의 등도 연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뒷모습에서까지 온갖 복잡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만큼 그의 표정에서 읽힌 민석의 마음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됐고, 여운이 길게 남은 것. 전 장면의 표정연기를 통해 다음 장면까지 캐릭터의 감정이 연결되기란 쉽지 않은데 서인국이 이를 해낸 셈이다.
서인국은 지난 2012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윤윤제 역할을 맡으며 연기자로 인정받았다. 맞춤옷을 입은 캐릭터가 서인국의 매력을 잘 살려냈고, 이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오고 있는 상황. '고교처세왕'은 그런 서인국에게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됐다.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어엿한 배우로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서인국의 다음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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