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하, 그리고 그를 연기한 문정혁이다.
이제는 에릭이라는 이름만큼 친숙해진 문정혁이라는 그의 이름 석자를 드라마에서 만난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지난 3년간 배우보다 가수 에릭으로 살았지만 좋아하는 옷을 바꿔 입은 듯 그는 자연스럽게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종영한 KBS2 드라마 '연애의 발견' 속 그는 한여름(정유미 분)의 옛 남자친구 강태하 역을 맡았다. 그는 남하진(성준 분)과 사귀고 있는 여름 앞에 나타나 온통 그를 흔들어놓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결말처럼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이별한 상태에서 또다시 이별했고 끝없는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많은 장면과 대사가 현실적이었어요.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요. 11회 엔딩 부분에 여름이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여름이가 '내가 창밖을 몇 번이나 보는 줄 알아?'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려요. 자기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옛날 남자에 끌리는 마음을 표현한 건데 그때 제일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연애의 발견'은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만큼 연기하면서 스스로 공감한 부분이 유독 많았다. 태하에게서 실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찾았고 여름과의 대화 속에서 과거의 추억도 떠올렸다.
"드라마 제목이 '연애의 발견'이지만 끝나고 나니까 연애를 새로 하고 싶다는 느낌보다 과거를 더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어떤 상황과 대사들 앞에서 '아, 내가 이랬었는데' 이런 게 많았어요. 상대방의 마음과 기분을 더 잘 알게 됐어요. '케세라세라' 때처럼 먹먹한 기분도 들었고요.">
'케세라세라'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정유미의 공도 컸다. 좀 더 편하고 익숙해진 정유미는 현장에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존재였다.
"두 번째로 작품을 같이 하다 보니 편해서 현장에서 서로 장난을 많이 쳤어요. 유미는 참 순수한 애예요. 하나의 대사를 하더라도 리액션이 거울처럼 바로바로 오거든요. 카메라가 있으나 없으나 같아서 더 신기해요. 어떤 대사, 어떤 감정을 받으면 바로 눈물을 흘려요.">
현실의 정유미는 순수하지만 극 중 여름이는 여우 같은 캐릭터다. 실제 이런 여자를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실제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저 자신도 마찬가지고요. 누구나 어느 정도의 이기심은 있잖아요. 한쪽이 양보해야 관계가 지속되긴 하지만 가끔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좀 다른 것 같아요. 극 중 대사 중에 '사귈 때는 더 좋아한 사람이 약자다. 하지만 헤어지고 나면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강자다. 모든 사랑을 쏟았으니 후회나 미련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가장 공감이 됐던 부분이에요.">
극 중 여름은 사랑에 있어 강자였고 태하는 약자였다. 태하는 비로소 이별을 한 후, 진짜 사랑을 깨달았고 모든 노력을 시도한 뒤에야 강자가 될 수 있었다. 그런 태하를 연기한 문정혁 역시 직접 강자와 약자가 돼 그 차이를 확실히 깨달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하게도 한 번도 나쁜 기사가 나오지 않았어요. 또 주변에서도 재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니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참 보람이 있더라고요. 드라마를 보면서 '누가 잘못했네, 누가 잘 될 것 같네' 왈가왈부하면서 설전을 벌이시는 분들이 많아 즐거웠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같은 걸 느낀다는 거니까요.">
어떤 작업보다 즐거웠고 잘 할 수 있는 역할이기에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고 그 결과는 호평으로 돌아왔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모습, 그의 연기에 공감했다는 얘기다.
"스스로 평가를 한다면 제가 했던 연기에 비교해 중상 정도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는 내내 즐거웠고 결과도 만족스러워요. 다양한 배역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앞으로도 제가 잘 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오케이에요.">
두 달 동안 강태하로 살았다 돌아온 그는 뜨겁게 사랑하고 후회 없는 이별을 겪은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웃었다. 찌질하지만 멋있고 구질구질하지만 현실적인 구남친 강태하와 문정혁은 여름에게도, 많은 여자들에게도 제법 매력적인 남자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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