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윤모씨(40세)는 오늘 은행에서 대출금리가 올랐다는 문자를 받고 울화통이 터졌다. 지난 8월과 이달 두차례나 기준금리가 내리면서 예금금리는 연일 바닥을 치고 있는데 대출금리가 올랐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어서다. 은행은 윤씨에게 안내문자를 통해 지난 3월 이사하면서 빌린 1억3000만원 가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지난달 4.08%에서 이번달 4.22%로 올랐다고 공지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는 은행들의 행태에 거센 비난 여론이 쏟아진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지난달에도 대출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부분의 은행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가산금리를 끌어올려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하거나 대출금리 하락폭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오늘(21일) 은행연합회 금리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17개 시중은행 중 국민, 기업, 농협, 우리, 전북, 제주 등 6개 은행이 지난달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를 8월보다 올렸다. 특히 기업은행과 농협은 8월에도 전월대비 대출금리를 올린데 이어 두 달 연속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 기준금리 내려도 가산금리는 줄줄이 인상
한국은행이 8월과 이달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하면서 예금 금리가 줄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되레 상승한 것이다. 이같은 대출금리 인상은 대부분의 은행이 가산금리를 끌어올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통상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구성된다. 기준금리는 각 은행이 산은채, 국고채, CD금리 등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금리로 시장에 연동해 움직인다. 반면 가산금리는 해당 고객의 신용도, 대출 비용, 우대금리 반영분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때문에 기준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8월과 지난달 각 은행의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비교해 보면 기준금리는 17개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이 내린 반면, 가산금리는 17개 시중은행 중 4개 은행을 제외한 무려 13개 은행이 지난달보다 인상했다. 이탓에 대출금리가 상승한 6개 은행은 물론 대출금리가 전월대비 낮아진 은행들도 대부분 기준금리 인하분보다는 적게 대출금리가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두달 연속 대출금리를 인상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예전에 감면폭이 컸던(가산금리가 낮았던) 것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가산금리가 오른 것처럼 보였다"며 "한번에 가산금리를 올릴 수 없어 나눠서 인상하면서 가산금리가 두 달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결국 예전에 더 싸게 팔던 것을 제값 받고 파는 것 뿐인데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여 억울하다는 얘기. 하지만 당장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신규대출을 하려는 기업은행 고객 입장에서는 거꾸로 오른 대출금리를 보며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재우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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