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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4/10/25) 게시물이에요
 ㆍ또 다른 ‘도가니 사건’… 지적장애 세 모녀의 비극
ㆍ경찰 “자매 유린 추가 가해자들 확인하고 별건 수사 중”

지난 2월 이모씨(26)가 지적장애 3급 최민희씨(22·가명)에게 “같이 놀자”며 길을 막았다. 두 사람은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 된 사이다. 최씨는 서울의 한 사회적기업에서 바리스타 직업훈련을 받고 동료들과 집에 가던 길이었다. 최씨는 “싫다”고 거부했고, 동료들도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최씨는 인천 남동구 이씨 집으로 끌려갔다. 두 달간 감금된 채 이씨와 이씨 후배 2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씨 동거녀는 최씨를 때리고 욕하며 집안일을 시켰다.

두 달 뒤 최씨는 의붓할머니 ㄱ씨(73·가명)와 연락이 닿아 풀려났다. 최씨는 겁에 질려 성폭행당한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무서운 존재다. 최씨, 엄마 김민주씨(47·가명·청각, 지적장애), 동생 지희씨(21·가명·지적장애 2급) 등 세 모녀를 자주 때린다.

지난 7월 최씨 배가 불러왔다. 구청 관계자가 최씨와 함께 병원을 찾아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성폭행을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일 이씨와 이씨 후배 2명을 성폭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씨 동거녀를 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에이즈 보균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7월 구청 관계자는 할머니 ㄱ씨에게 최씨의 낙태를 권유했다. 성폭행 임신은 24주까지 법적으로 낙태가 허용된다. 최씨도 출산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천주교 신자인 할머니는 종교 등의 이유를 들어 낙태를 거부했다. 그러다가 최씨는 낙태 시기를 놓쳤다. 지금 임신 7개월째다. 아버지가 누구인줄은 모른다.

ㄱ씨는 동생 지희씨가 성폭행으로 임신했을 때도 낙태를 막았다. 지희씨는 3년 전쯤 최씨와 가출한 뒤 함께 성폭행을 당하며 임신했다. 최씨는 지난 10일 한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상담에서 “할머니와 삼촌(ㄱ씨의 친손자)이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때려서 가출했다”고 진술했다. 지희씨는 2012년 12월 딸을 출산했다. 구청 관계자는 “지희씨가 안 좋은 일을 당한 뒤 말을 거의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생후 20개월인 지희씨 딸의 발달 상태는 7개월 수준이다.

최씨는 그동안 자신과 동생을 성폭행한 이들 7명을 상담에서 지목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23일 “자매를 성폭행한 추가 가해자들을 확인했다. 별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 엄마 김민주씨는 ㄱ씨 강요로 남편과 이혼했다고 말한다. 언어장애가 있던 남편에게 ㄱ씨가 장애 등록을 권했지만, 남편이 구직을 이유로 거부했다. ㄱ씨와 남편 간 갈등이 강제이혼으로 이어졌다. 구청 관계자는 “지금도 남편이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김씨 가족들을 만난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담에서 “(자신과 두 딸이) 수급자인 건 알지만 계모가 전혀 돈을 주지 않았다. 아기 우유 살 돈을 달라고 하면 경찰서에다 아기를 버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19일 ㄱ씨는 지희씨가 딸의 입양을 거부하자 이들을 내쫓았다. 세 모녀와 아기는 지금 보호시설에서 지낸다.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는 할머니 ㄱ씨와 그의 손자를 폭행, 상해, 학대 및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24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고발할 예정이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 9월 기준 최민희씨 가족은 수급비로 월 160여만원을 받지만 이들은 노숙인이라고 할 정도로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 보호 조치 후 집에서 가져온 물품은 아기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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