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이태리 장인이 만든 가방의 가격이 30만원이라는 글이 알싸에 몇차례 올라오고,
성수동에서 구두 맞춘 생각이 나서 댓글을 달아봤더니 대댓글이 많이 달려서
제품이 나오면 한번 글을 써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기존에 신던 구두인 헤리티지 리갈 5011
이유는 모르겠는데,
30대인 필자의 주변 친구들은 마치 교복(?)처럼 모두가 이 모델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색은 조금 달라도 ㅋㅋㅋㅋㅋ
그냥 깔끔한 기본 디자인.
성수동의 장인도 이 구두를 만져보고
안에도 재질이 좋고, 가죽도 괜찮다고 평하더군요.
35만원.
물론, 상품권 신공이 있죠 ㅋㅋㅋㅋ
실구매가는 20대후반
필자는 평소부터 관심이 있었던 커스터마이징에 도전합니다.
그 이유는 발볼이 넓은 원죄(?)로 ㅠㅠ
금강제화에서 275 사이즈를 사면서도
볼은 280으로 맞춰달라고 해야하고,
그러면 10일을 넘게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사면 오른쪽만 뒷굼치가 까지는...
그 이유는 아래에...
(조금 심한 짝발이라서 ㅠㅠ)
커스터마이징을 위한 저의
첫번째 접근 방법은 초록창에서
"성수동 맞춤구두" 로 검색 ㄱㄱㄱㄱ
몇개의 글을 읽다가 "실비제화"라는 업체를 알게되고 다음은 그렇게 검색 ㄱㄱㄱ
그래서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에 있는
47년된 구두 장인 이종천씨가 운영하는 업체로 향하게 됩니다.
가게는 단촐합니다.
1층이 매장.
지하가 공장.
지하에서는 8명의 장인분들이 각자 분업을 하고 계시는데.
이곳은 공장구경을 시켜줍니다.
사장님인 이종천님(52년생)도 직원분들에게
선생님이라고 하면서 존중하시더군요,
40년 경력을 가지신 분들도 많다고 하니...
국내 유수의 업체에서 영입제의가 있었으나
직접 구상하고 제작하는 맛에 하시지
시키는대로 만드는 것은 체질에 안맞아서
안한다고 하셨더군요.
일본에 구두 유학을 다녀오시기도 한 모양이더군요.
일본에서 귀국하자 마자 9.11 테러가 발생했다고 하시니
2001년에 귀국하신 모양입니다.
본인은 사이즈 측정과정에서 깨닫습니다.
'아? 내가 엄청난 짝발이었구나.'
사장님의 아내분이신 1층에서 상담을 하시는 분께서
(무엇을 물어보든지간에 마치 준비라고 하고 계셨던 것처럼 속사포로 답이 ㅋㅋㅋ)
이것저것 설명해주시고 마침내 발사이즈 측정을 하는데
A4용지 위에 왼발, 오른발을 각각 발 모양대로 그리고
발등부분, 그보다 발목에 가까운 부분
두군데의 둘레를 줄자로 측정합니다.
저보고 오른발이 훨씬 크다면서
놀라시며 다시 측정했으나 같은 결과 OTL...
디자인은 비치된 여러모델 중 하나를 고르고
거기에 앞코에 무늬를 넣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앞코 모양을 제가 원하는 모양으로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구두!
아참!
가격은 18만원입니다.
조금 무미 건조한 느낌이 있죠?
광을 내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종천 사장님과 상의 끝에
약품으로 광을 내줄 수는 있지만,
가죽의 수명에 좋지 않으니
구두방에서 닦아서 광을 내라.
근처 구두방에서 작업하고 비용은
사장님이 지불하겠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그래서 작업 후 하루종일 신고 다니다가 집에 옴.
보통 신발사러 가면 맨날 듣는 말
글쓴이: 볼이 좁아요
판매원: 신발은 가죽이라 금방 늘어나요.
오늘
글쓴이: 볼이 여기가 약간 죄는 느낌이 있는데요
사장님: 조금만 기다려요.
지하에 가서 늘려오십니다.
이 이상은 늘리지 말라고, 자연히 적응된다고.
이점이 커스터마이징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선택에 심혐을 기울인 앞코
안쪽의 사진.
여담이지만,
사장님의 자제분도, 딸들도, 사위도
구두일을 한다고 합니다.
모 업체에서 구두디자이너를 뽑는데
다른 경쟁자들은 이미지를 만들어왔는데,
사장님의 자제분은 구두를 완성해갔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업체에서 깜짝 놀라서....
물론, 구분은 채용이 되고 지금도
구두일을 하신답니다.
금강제화에 다양한 라인업과 제품이 있지만,
한 컬레 정도는 맞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가죽수입의 문제로
제작이 조금 지연되었지만,
착용감은 대만족입니다.
기성품을 사면서도 주문을 해야하는 마당에
차라리 완전 주문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사장님은 갤럭시 스마트폰을 쓰시지만,
아내분은 스마트폰을 안쓰시고,
블로그에 광고도 안해봤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어떤 여성분의 자발적 후기를 보고 찾아간 것입니다.
아래의 영상은 사장님이 응모에 당선되서 제작한 광고 영상인데,
정작 사장님은 보신 적이 없다고 하셔서
제가 처음 보여드렸습니다.
저는 해당 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할인을 받은 적은 없으며,
순수하게 전의 대댓글들에 대한 답을 드리기 위해 작성하였습니다.
저처럼 발모양이 특이하신 분들에게 도음이 되셨기를 바라며,
장인들이 인정받는 세상이 오기를!
덧, 이종천 장인 선생님은
롯데백화점과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서울시장상을 수상하신 경력이 있습니다.
550여개의 작품이 응모했는데,
당당히 우승을!!
앞에 자랑스럽게 입간판이 세워져있는데,
뭔가 믿음직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