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리프, 지금은 하드락 전체를 대표하게 된 명곡.
한 사람의 죽음으로부터 나온 그들의 앨범 "Back in Black"은 전세계를 뒤집었다.
어렸을 적 영국에서 호주로 이민 온 말콤 영- 앵거스 영 형제는
1973년부터 AC/DC라는 밴드를 조직하고 활동에 돌입한다.
그러나 영 맘에 들지 않는 작업물, 그리고 마찰 탓에 보컬 교체를 단행하는데, 그 보컬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본 스콧 (Bon Scott)이었다.
형제들보다 10살 가까이 많고, 그 세월 동안 우체부와 바텐더 등 각종 직업군을 전전하며 사회의 쓴맛을 한참 맛 보고도 남았던 28살의 보컬.
그는 가입과 동시에 어린 멤버들을 챙기며 정신적 기둥이 되었고, 음악적으로도 자신의 특징 가득한 보컬을 통해 표류하는 밴드에게 방향을 제시했다.
여러모로 삐끗거리던 결성 초반, AC/DC는 본 스콧 덕에 기틀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High Voltage
T.N.T.
Dirty Deeds Done Dirt Cheap
한 우물만 우직하게 밀고 나가던 AC/DC에게 그만큼 어울리는 보컬은 없었다.
연이어 플래티넘을 기록하는 AC/DC의 작업물, 그 중심에는 언제나 본 스콧이 있다는데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던 1979년, 마침내 AC/DC는 범세계적 밴드로 거듭나는데 성공한다.
Highway to Hell
지금도 AC/DC의 수많은 명곡들 중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Highway to Hell은, AC/DC와 본 스콧을 가장 잘 표현한 명곡으로 평가 받는다.
그만의 그루브가 청취자들로 하여금 지옥을 향한 고속도로에 몸을 실은 것처럼 몸뚱이를 이리저리 흔들게 한다는 극찬이 줄을 이었다.
AC/DC의 락스타 라이프는 이제부터 시작이었고, 아직 한창인 멤버들을 생각하면 이제 모든 길이 탄탄대로였다. 멤버들은 성공에 고무 되어 곧장 다음 앨범을 위해 의기투합했고, 차기작을 위한 곡 구상과 컨셉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의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무난했다.
새 앨범의 녹음을 얼마 앞두지 않은 1980년 2월 19일,
본 스콧이 차 안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 되었다.
그리고 회복하지 못 하고 숨을 거두게 되는데,
사인은 과음 뒤 구토로 인한 질식사였다.
본인의 노래다운, 그리고 어찌 보면 락스타다운 짧고 굵지만 허무한 죽음이었다.
멤버들은 패닉에 빠져 공식입장을 발표하지 못 하고 방황하게 된다. 말콤은 그 심정을 훗날 단 한 마디로 표현한다.
"가족을 잃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없으면 AC/DC 또한 없다고 생각한 멤버들에게
선택지는 해체 외에는 없어보였다.
맨정신으로 작곡을 할 수도 없었고, 이제는 그들의 노래를 소화 할 보컬마저 없었으니까.
그러나 해체 쪽으로 기울던 리더 말콤 영을 붙잡은 건 다름 아닌 본의 부모님이었다.
"아들은 죽었지만,
걔는 이런 일로 너희가 해체하길 원치 않을 걸.
밴드를 계속하렴. 그게 아들이 원하는 일일 거야."
말콤이 고민하는데 걸린 시간은 하루였다.
하루 뒤, 그는 여전히 패닉에 빠져 밖으로 나오지 못 하고 있는 동생을 찾아
"자, 작곡 시작하자."는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우리가 밴드를 이어가야만 하는 이유, 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설명하며
AC/DC를 이어가자고 설득한다.
그들은 한층 독해졌다.
본 스콧의 장례식 바로 다다음날 리허설을 시작하며 밴드 유지의 굳은 열망을 드러냈다.
보컬 오디션을 개최하며, 그들이 가장 먼저 연락한 인물은 브라이언 존슨 (Brian Johnson)이었는데,
당시 형제가 그를 주목했던 첫 번째 이유는
먼 옛날 본 스콧이 그의 공연을 보며 "락앤롤이 뭔지를 아는 친구야. 마치 옛날의 리틀 리처드를 보는 것 같아"라고 극찬한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본이 칭찬한 사람이었다면, 틀림없이 좋은 보컬일 거야.
본은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거든.
본 스콧은 죽었지만 그의 유지는 잇고자 했다.
본과 함께 맞대었던 앨범컨셉을 모두 파기하고,
AC/DC만의 방식으로 그를 추모하고자
차기작을 더욱 즐겁고, 거칠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새 보컬 브라이언에게 리프를 던져주며 가사를 써달라고 부탁한 멤버들은,
아주 신나지만, 본 스콧을 향한 추모 의미도 들어간 가사였으면 좋겠어.
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브라이언은 부담감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언론은 본 스콧 없는 AC/DC가 무슨 의미냐며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황색언론 기질을 발휘했고,
다음 앨범을 물어뜯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그런 부담감 밑에서 멤버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는 가사를 써내려갔는데,
그렇게 탄생한 가사가
Back in black (내가 돌아왔다)
I hit the sack (그 동안은 자고 있었어)
I've been too long I'm glad to be back (너무 오래 쉬었지, 돌아와서 기뻐)
Yes, I'm let loose (날 계속 괴롭히던)
From the noose (올가미는)
That's kept me hanging about (풀어버려)
I've been looking at the sky (날 흥분 시키는 하늘을)
'Cause it's gettin' me high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
Forget the hearse 'cause I never die (장례식은 잊어, 난 죽지 않으니까)
I got nine lives (나는 강인하고)
Cat's eyes (고양이의 눈을 가졌어)
Abusin' every one of them and running wild (모두한테 까여서 강해진 거야)
'Cause I'm back (내가 돌아왔으니까)
Yes, I'm back
Well, I'm back
Yes, I'm back
Well, I'm back, back
Well, I'm back in black
Yes, I'm back in black (내가 블랙으로 돌아왔다!)
라는 완벽한 부활선언이었다.
본 스콧을 향한 경의로
완벽하게 검은색으로 물들인 이 앨범은
역대 전세계 앨범 판매량 2위 (5000만장)
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며 AC/DC를 올타임 레전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또 다른 본 스콧 추모곡 Hells Bells (지옥의 종소리)
* 옛날 MLB 마무리 트레버 호프만의 등장곡이기도 했다
You Shook Me All Night Long
본의 죽음으로 탄생한 Back in Black 앨범의 명곡들은, 대중들이 결코 그의 죽음을 잊지 못 하게 만들었다.
락밴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의이자 추모였고, 본 스콧 없는 AC/DC를 비웃던 언론들은 그제서야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