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먹고사는' 문제에 허덕여서
평일 촛불 집회는 거의 참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박근혜 탄핵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는 날의 '전야제'는
꼭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른 일정을 모두 뿌리친 채 퇴근하자마자 사무실을 나서서
비교적 근처에 위치한 서면 쥬디스 태화 앞으로 부랴부랴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시간을 내서 겨우 도착한 쥬디스 태화 앞은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개최하는 집회라면
으레 그렇듯 손에 꼽을 정도의 사람만 참석했을 거라는 내 예상을 비웃듯
이날은 30명 안팎에 가까운 인원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쥬디스 태화 앞은 제법 열기 어린 광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자체적으로 가두 연설을 펼치는 등
박근혜 정권 탄핵과 더불어 당세 확장에도 힘을 기울이는
녹색당의 활약이 제법 눈길을 끌었다.
두 젊은 남녀 대학생이 노래 가사 바꿔 부르는 공연으로
첫 무대를 장식했다.
그런데 앙증맞은 율동에 비해서 노래 솜씨가 크게 떨어져서
눈과 달리 귀는 적잖이 고통에 시달려야만 했다. ^^
"130일 넘게 (부산 서면에서) 시국 집회를 벌여 나가고 있는 우리는
이미 박근혜 탄핵을 이루었습니다."라는
선언(!)에 참가자들이 열정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다.
"사드가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사드를 보호하고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던
'중년 아재'의 자유 발언
130여 일 동안 부산 서면에서 집회를 이어나갈 수 있게 한
'숨은 주역' 3명의 노고를 박수로 격려하는 장면이다.
지난 1980년대에는 거리에서
살인마 전두환 정권에 맞서서 가열차게 투쟁하며 보냈지만
그 뒤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한동안 생계 문제에만 집착하다가
뒤늦게 다시 거리로 돌아왔다는 말이 조금 애잔하게 가슴을 흔들었던 연설 장면이다.
부산 KBS와 MBC도 이날 집회를 뉴스에 방영하려는지
현장 상황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촛불이 승리한다, 모이자 광장으로!"
집회 뒤에 서면 일대를 수놓는 거리 행진을 펼쳤다.
이날 거리 행진에서는 무심코 지나가는 줄로만 알았던 일반 시민이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어서
내딛는 발걸음과 구호를 외치는 목청에도 힘을 받는 뿌듯함을 맛볼 수 있었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탄핵이라는 역사적 쾌거를 이루고 나서
저녁 7시에 신명나는 대축제를 펼친다고 하니
많은 사람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 뒤에 참석한 터라
검은 코트의 정장 차림에 검은 가죽장갑까지 끼고
집회 현장 제일 뒤에서 열심히 현장을 촬영하는 내 행동에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정보과 형사'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내 정체를 캐묻는 해프닝도 발생했던
2017년 3월 9일 부산 서면의 저녁 거리 풍경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