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꿈이 뭐니?”
“뭐?”
“앞으로 어떻게 살 작정이야? 작정이란 게 계획이란 게 너한테 있긴 하니?”
“있으면, 그게 궁금하기는 해?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아니지? 또 잘난 척 하면서 나 밟으려고 그냥 앞에 하는 말이지? 서론처럼 네 서론은 들을 땐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면 기분이 참, 드럽다? 그거 알아? 아 알겠지 일부러 기분 나쁘게 할려고 하는 말인데 모를 리가 있겠어?”
“발레가 계속 하고 싶긴 해?”
“그럼 하기 싫은데 내가 미쳤다고 맨날 오디션 보러 다니냐?”
“근데 왜 떨어져? 왜 한 번도 안 붙어? 어지간하면 한 군데라도 붙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야, 우리나라 발레단이 수백, 수천 개는 되는 줄 알아?”
“연습은 하니? 죽도록 하는 거야?”
“당연하지!”
“근데 네 발은 왜 그렇게 깨끗하고 예뻐?”
“뭐라고?”
“발레 하는 사람들 발은 발톱이 수십 번이나 빠지고 뼈가 이리저리 튀어나와서 사람 발로도 짐승 발로도 안 보이던데, 네 발은 왜, 평생 한 번도 물집 안 잡혀 본 발 같아? 연습 안 하지? 썩 그렇게 발레가 하고 싶은 것도 아니지? 꿈 같은 거 없는 거지? 작정도 계획도 없지? 아무 생각 없지? 아무 생각 없다고 말해 그럼 네 재미없는 인생 카드나 긁고 다니면서 푸는 불쌍한 애다 이해하고 회초릴 부러뜨리든지 감춰 버리든지 도와줄 테니까”
“말…, 다 했어?”
“내 앞에서 울지 마 짜증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