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영국은 한 래퍼의 퍼포먼스로 인해
전국이 뒤집어졌다.
맨유의 공격수 로멜로 루카쿠를 닮은 래퍼,
스톰지(Stormzy)는
본인의 노래 'Blinded By Your Grace Pt.2'와
'Big For Your Boots'를 2018 브릿 어워드에서
부르면서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영상 2분 25초부터,
스톰지는 영국의 수상 테레사 메이에게
욕설에 가까운 저주를 퍼붓는다.
"Yo 테레사 메이,
그렌펠을 위한 돈은 어디 있는거지?
우리가 그렌펠을 잊었다고 생각했겠지?
이 범죄자 새끼, 우릴 야만인으로 부르나 본데,
어디 너도 감옥살이 좀 해보지 그래?
그리고 너네 집을 불태워버리면,
그땐 니가 어떻게 감당할지 두고 보자"
그리고 스톰지가 이토록 분노했던 이유,
절대 일어나서는 안됐을 참사,
바로 '그렌펠 타워 화재' 때문이었다.
2017년 6월 14일,
영국 런던의 노스 켄싱턴 지역의
그렌펠 타워에서 일어난 화재로
72명 사망, 1명 실종,
74명이 부상당했다.
영국이 받았던 충격을
사고 당시 영국 신문 1면으로 알아보자.
'죽음의 덫'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던 참사'
'15분만에 벌어진 참사'
'어떻게 해서 이런 지옥이 펼쳐진 것인가?'
'그들은 이 곳이 안전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왜 이 참사는
한 매체의 표현에 따르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던 참사'였던 것일까?
그렌펠 타워는 1974년 완공된
런던 시의 구청 소유 임대 아파트로,
대다수의 주민들은 저소득층이었으며,
화재 당시 매우 노후한 건물이었다.
2016년까지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리모델링 이후로도 이 건물은
비상시 대비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영국에서는 30m 이상 주거건물에는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해야 했으나,
그렌펠 타워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 지역이 런던 내 가장 부촌이였던
첼시와 켄싱턴 쪽이였기 때문에
리모델링 당시 그렌펠 타워는
외장 교체에만 신경을 썼으며,
그 리모델링에 쓴 외장재는
화재를 더욱 키우는 역할을 하고 만다.
발화는 4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주민들이 잠든 새벽 1시 경,
4층 주민의 냉장고가 폭발하게 되면서
참사는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
소방차가 제때 도착하기만 하면
불이 난 층과 위 아래층을 제외하면
직접적인 화재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러나, 리모델링을 위해 썼던 외장재는
불에 타기 쉬운 것이였으며,
그로 인해 불길은 삽시간에
위층으로 번져가고 만다.
충격적인 사실은,
원래는 내화성 아연 패널을 쓰기로
주민들과 합의된 상태였으나,
구청이 멋대로 바꿔버리고 말았다는 것.
스프링클러를 포함한
화재 대비를 위한 설비가
전혀 없던 이 건물 전체에
화재가 가장 위층까지 도달한 시간은
겨우 15분.
그리고 이런 답이 없는
건물의 대비 지침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맞다.
인명피해가 심했던 이유이다.
(23층 주민이었던 라니아 이브라힘의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이다.
안타깝게도, 영상의 주인공은
화재에 희생당했다.)
주민들 역시 이 건물이 불안했던지
계속 민원을 넣었지만
당국과 건물 측은 무시했었다.
그리고 화재 당시에도
그들은 "집에 머물러 있으라"고 말했다.
그렌펠 화재 참사가
영국판 세월호 참사로 불리는 이유이다.
우리에게 나온 보도가 아닌,
현지 언론의 보도로 나온 비유이다.
https://www.economist.com/britain/2017/06/16/a-deadly-blaze-in-london-sparks-a-political-crisis
전형적인 중진국형 참사인
그렌펠 타워 참사가
영국판 세월호 참사로 불리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영국의 현 총리,
테레사 메이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 때문.
화재 현장에서
총리 관저까지의 거리는
고작 8km였다.
그러나 테레사 메이는 무려
10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화재 현장에는
하루가 지나서야 갔는데,
이 때 테레사 메이의 태도는
영국 국민들을 분노에 빠뜨렸다.
턱에 손을 괸 채
삐딱한 자세로 건물을 올려다보고,
주민은 만나주지도 않은 채
소방관 윗 간부들만 만나다 자리를 뜬 것.
또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BBC에게,
메이 총리가 한 말은 그저
"무엇이 문제인 것은 안다"라며
즉답을 피한 것.
처음에 테레사 메이는
유족들을 만나주지도 않다가,
엘리자베스 여왕이 직접 행차해
소방관들과 유족들을 만나자
그제서야 허겁지겁 유족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메이 총리가 한 것은,
성공회 대주교를 만나
개인 예배 시간을 가진 것.
사망자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에 이민자들이었고,
이들을 메이 총리와 보수당은
제대로 보살펴 주지 못했다.
화재를 낸 건 4층 주민이었지만,
이 화재에 영국 정부가 큰 책임을 져야했던 이유는
메이와 집권당인 보수당은
온갖 건물 규제 완화정책과
공공부문 예산 삭감 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공공비 지출 삭감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대가를 치르게 한다"
- 제레미 코빈 노동당 당수
영국 정부는 부랴부랴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긴급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으나,
그렇게 해서 처음 이재민들에게 주어진 돈은
단돈 10파운드, 14000원 뿐이었다고 한다.
국민들에게 공분의 대상이 됐음에는 분명하다.
다시 스톰지에게로 돌아가서,
스톰지는 화재 참사 당시
모금 활동을 벌였으며,
이미 1년 전 글래스톤배리 록 페스티벌에서도
"정부는 진실을 말하라,
빌어먹을 정부는 책임을 져라.
그 전까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일갈했던 바가 있었다.
그리고 브릿 어워드라는
영국 전 국민들이 보는 시상식에서,
그는 또 한 번 메이 총리와
정부에게 일갈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내가 브릿 어워드에서
5분 동안 공연을 한다면,
나에겐 막중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고
말했던 스톰지는
아티스트다운 방식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졌던 것이다.
이렇게 스톰지를 포함한
영국의 유명인사들과 지역사회들은
현재도 제 2의 그렌펠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끊임 없는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고,
지금도 그 시도는 유효하다.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거센 물 위의 다리처럼
제가 그렇게 되어드릴게요.
거센 물 위의 다리처럼
제가 그렇게 되어드릴게요.
https://news.joins.com/article/21667880
https://www.huffingtonpost.kr/wagl/story_b_17218776.html
https://www.nme.com/news/music/stormzy-talks-responsibility-tackling-grenfell-tower-brit-awards-performance-2395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