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란 개념이 생겨난 이래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돌이 등장과 퇴장을 반복했다. 이 가운데에는 아이돌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부류가 있고 거기에 안주하는 부류가 있다.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지나치면 사람들의 거부감을 사 도태될 수 있고 안주하려고만 하면 식상함에 외면을 받게 된다. 그 사이에서 현명한 길을 가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아이돌에게 흔히 요구되는 잘 생긴 외모와 위트부터 아티스트에게 요구되는 음악적 역량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김재중은 아이돌로서의 자신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트레이닝 된' 아이돌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대신 자신만의 신념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였다.
김재중은 "아이돌로 평범하지만은 않은 내 특유의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싫어하는 사람은 매우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매우 좋아하는 그런 취향의 연예인이라고 생각했고 최대한 바꾸기 싫었다"며 "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싫어하게 될까봐 겁도 났다. 예를 들자면 코스프레 하는 외국인 팬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그게 하나의 낙이고 즐거운 취미생활 일 수 있는데 내가 변신하는 순간 그걸 깨버리게 될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끊임없이 변신과 발전을 거듭했고 가수 뿐만 아니라 작곡, 공연연출 최근 연기 도전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김재중은 "그걸 바꾸기가 겁나고 무서웠는데 천천히 바꿔가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계속 좋아해주시더라. 감사할 뿐이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가수 좌기박이 김재중이 일본에서 작곡한 동방신기의 '와스레나이데(忘れないで)'를 무단 리메이크 해 논란이 있었다. 좌기박의 리메이크는 김재중 측과 논의 없이 진행됐으며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좌기박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 노래에 많은 사연과 추억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저도 김재중의 재능과 노래를 좋아한다"며 "깊이 반성하고 모든 문제를 김재중 본인과 협상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김재중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어로 "'와스레나이데'는 내 노래도 다른 누구의 노래도 아니다. 동방신기 다섯명의 노래다. 그래서 혼자도, 세명(JYJ)이라도 노래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재중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는 흔한 일이기 때문에 별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그래도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내가 만든 곡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동방신기 다섯명의 곡이기 때문에 나 혼자서도 세명이서도 부르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동방신기를 좋아해줬고, 좋아해주는 팬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에 상처를 주는 것 같다. 그 노래의 향수라는게 팬들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울 때인데 그걸 타인이 허락도 없이 부르면 팬들이 상처를 입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동방신기 시절 노래를 부를 생각이 없냐"고 조심스레 묻자 김재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되도록이면..."이라고 대답했다.
김재중은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가끔은 직설적이다 싶게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뜻을 분명히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오해나 반감을 살 수도 있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할말은 한다. 안 좋은 반응이 있을 수는 있어도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적인 소견을 쓴건 아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 모두들이라면 어떨까..그 기분을 쓰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이돌로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듯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한 후에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국내 첫 드라마에 출연, 연기에 도전하는 김재중은 연기에 대해서도 "주연배우에 대한 욕심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캐릭터를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우선은 맛깔스럽게 캐릭터를 잘 살리는 조연으로 인정 받고 싶다. 욕심내서 유명세로 주연을 맡고 싶은 욕심은 없다"고 다부지게 각오를 밝혔다.
이민지 oing@ / 이재하 ru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