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괜찮아, 극복했나봐. 하고 방심하면 기다렸다는 듯 과거의 불행이 더 크게 덮쳐온다. 끈적하고 검은 이것은 몸에 달라붙어 나를 보지 못하게 하고 과거의 불행인 자신만을 보게 한다. 억지로 하나둘 떨어지지 않는 이것을 떼어낸 후, 숨이 차 주저앉고 싶은걸 참으며 되뇐다. 그래, 이제 다시 괜찮아. 마음을 가라앉히고 같은 상황과 마주쳤을 때 두려워하지 않을 거라고 위안하지만 악순환처럼 생각지도 못한 다른 불행과 또 만나게 된다. 어쩌면 평생 완전히 극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힘겹게 벌어진 작은 상처를 하나 치료하고 나면 또 곪아 터지고, 다시 고치고, 다시 상처가 나고. 상처에 비해 치료하는 게 너무 힘들어 지친 나머지 도로 상처를 보이지 않게 덮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 지금 내가 나아가려면 지겨운 저 악순환을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는 걸. 반복해서 상처받는 바보 같은 내가 싫어도,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없는 이 상황이 지긋지긋해져도 지금은 포기할 수는 없다. 왜냐면 언젠가 한 번은 내가 꼭 맞닥뜨려야할 상황이니까. 그렇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뒤로 미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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