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삼 학생입니다. 상고 재학중이고 취업은 이번달이나 다음날 내로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초등학생 때부터 집을 나가겠다 마음 먹었는데, 제가 이기적인지 궁금해서 조언을 구하려고 합니다. 다 말씀드리기엔 길고, 어쨌든 사업이 망하고 술취한 아빠는 칼을 든 적도 있고, 저를 때리려고 한 적도 있고,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자존감을 크게 깎아내리는 말을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때부터 하셨어요. 오빠는 남자라며 크게 커야 한다고 무시하셨기에 엄마와 할머니 시선에선 혼나는 저보다 무시당하는 오빠가 더 가여웠는지, 서로 장난을 치더라도 여자애가 오빠를 잡아먹으려 한다며 많이 혼났네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오빠는 할머니와 엄마는 내 편이야, 넌 아빠밖에 없으니까 내가 이겼다며 당당해했습니다. 그래도 오빠가 밉지는 않습니다. 집에서 눈치 안 본 사람이 어디있다고. 상을 받고 시험에서 백점을 맞아도 잘 했는데 성격이나 고치라며 훈수를 두시던 할머니에, 몇 주 동안 가방에서 나뒹굴기도 했어요. 작년에 전교 1등 했을 때도 말 안 했습니다. 장학금이 통장으로 들어오니까 알게 되셨지. 엄마는 원래 너 낙태하려고 했는데 낳아줬으니 효도해라, 너 엄마랑 아빠 이혼하면 누구 따라갈거냐, 네가 알아서 잘 해라, 너 엄마가 해주는 거 다 기억하고 돈으로 갚아라, 아빠는 네가 그러니까 친구가 없지, 맞아야 정신 차린다.. 더 많은데 그게 다 기억에 남아 힘들어요. 전에 이래서 서운했었다고 조심스레 말한 적이 있는데, 엄마는 그런 거 기억해서 엄마만 나쁜 사람 만드냐며, 너한테도 좋을 거 없으니 잊으라는데 쉽지 않네요. 유서만 몇장을 썼고 지금도 서랍에 있습니다. 무의식중에 부딪히든 걸려 넘어지든 제가 저를 해하려는 걸 알았고, 그게 그나마 마음의 화를 푸는 방법이란걸 몇 달 전에야 알았네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는데. 그만 울고싶습니다. 나오지도 않는 눈물에 마음만 울고 싶지도 않고 손목도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스트레스로 몸이 상해 먹는 약도 지겹습니다. 보증금에 보태려 알바로 번 돈이 병원비로 빠져나갔습니다. 보증금 모이면 바로 자취할 계획입니다. 평생 가난하게 쪼들리며 살아도 나가서 살고 싶습니다. 근데 매일 괴롭진 않았어요. 일 년에 몇 번 아빠는 치킨을 사서 들어오셨고, 엄마도 기분 좋은 날은 퇴근하시면 웃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모 댁에 같이 놀러간 적도 있고, 몇 년 전엔 영화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하다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네요. 어디까지가 자식의 도리일까요? 집을 나가면 손가락질을 받을까요? 저는 자격이 없을까요?
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