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사업으로 전학와서 일본어가 많이 서투니까 필요한 말 아니면 안하는(못하는) 닝과 원래 말이 없는 사무가 짝꿍으로 만남 재잘재잘 떠드는 여자애들에 비해 말이 너무 없으니까 희안하다싶은데 자기한테 이래저래 말 안 거니 사무는 그냥 그런대로 좋다고 생각함 전날에 훈련이 늦게 끝나서 수업시간 내내 자고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다 되어도 사무가 일어나지 못 함 닝은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야했는데 얠 어쩌나 하며 안절부절하다가 결국 애들을 먼저 보내고 사무의 등을 톡톡 건드림 “..뭐고.” “밥.” “...뭐?” “밥, 시간.” 대충 점심시간이라는 거 같은데 사무는 그제사 몸을 끙차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이미 점심 먹으러가거 없음머리를 한 번 긁적인 사무가 옆에 앉아 자기를 멀뚱히 쳐다보는 닝에게 말 함 “니는.” “응?” “밥 안뭇제.” “응.” “매점 가자.” 사무가 먼저 일어나고 닝도 지갑을 챙겨 사무를 쫄쫄 쫓아가는데 둘이 말 한 마디도 없음. 매점에서 사무가 “뭐 물래.” “빵.” 닝의 빵이랑 우유, 자기 먹을 거 엄청 사서 대충 학생들이 없는 벤치에 앉아 말없이 먹기만 하는 둘. 사무가 닝을 한 번 힐끔 쳐다보곤 “말이 없노.” 하고 물으니까 닝이 빵을 오물오물 씹으면서 말 함 “유학생. 한국. 일본어 잘 못합니다.” “아. 니 유학생이가.” 그리곤 또 둘 다 말없이 점심만 먹음. 원래 말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사무는 그냥 궁금한 거 이거저거 닝한테 물어보고 닝은 더듬더듬 대답하다 점심시간이 다 되자 사무가 고마 일어나자 이러고 또 앞서가고 닝은 뒤를 따라감 그 이후로 닝이랑 사무는 굳이 얘랑은 애써 말 할 필요가 없이 있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서로 묘한 편함을 느낌 같이 점심도 자주 먹고, 닝이 교과서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 있으면 사무를 툭툭 건들며 “이거 뭐야?” “...역학?.. 뭔 소리고, 이게.” “...고마워.” “뭐가 고마운데. 고마 가시내가 인제 사람 놀리네.” 하고 투닥거리기도 하고 닝이 사람들이랑 얘기를하다가 못알아먹은 게 보이면 옆에 끼어들어서 “니, 학교 끝나고, 뭐 하냐고.” “...집.” “나 배구, 야는 독서, 너으 부활동은 무엇입니까.” “아. 나 없습니다. 집 가.” 닝이 부활동이 없다니까 사무는 자연스레 닝 끌고와서 자기 배구부 매니저로 가입시킴. 아는 애들도 별로 없던데 사람 많이 만나면 일본어도 늘고, 더 잘어울리겠지 하고 데려온 거였음. 혈기왕성한 남자애들이 여자애가 들어오니 우오오! 하면서 닝 옆에 붙어 막 말 거니까 닝 멘붕온 게 보여서 사무가 닝 뒤에 딱 서서 “야 일본어 잘 몬한다. 천천히 한 명씩 말 해라.” 하니까 그제사 천천히 말 걸어주는 남자애들이었음. 그런 닝과 사무를 묘하게 바라보는 츠무ㅎㅎ 부활동이 정신없이 끝나고 닝이 지쳐서 축 늘어진 채 뒷정리를 하고 있으니 사무가 다가와서 뒷정리 도와주고 닝이 “고마워.” “놀리는 거가, 진짜 고맙다는 거가. 이제 니 고맙다는 말 안 믿는다.” “뭐?” “ㅋㅋㅋㅋㅋㅋㅋ가시내야 됐다.” 닝을 집에 데려다주고 자기도 집으로 가려는데 닝이 “오사무” 하며 자기를 부르니 뭐고. 하면서 곧바로 뒤돌아 닝을 보는데 닝이 사무의 손 위에 초코렛이랑 사탕같은 걸 쥐어줌 “이게 다 뭐고.” “선물.” “갑자기?” “오사무 고맙습니다. 너 제일 친한 친구. 선물이야.” 닝의 서툰 말이 이제는 다 필터링이 돼서 이해가 가니까 사무는 ㅋㅋㅋㅋㅋ 웃으면서 닝의 머리를 쓸어줌. “내도 니가 젤 친한 친구다. 이제 들어가라 가시내야.” 닝이 웃으면서 손으로 바이바이하고 들어갔는데 사무가 닝이 집을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을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감 얼굴이 살짝 뜨거운데 저녁날씨가 시원해서 다행이다 싶음 집에 도착하니 츠무가 씨익 웃으면서 “어데갔다 이제 들어오는데.” “니 알 바가.” “닝 데따주고 왔제.” “조용히 해라 쫌. 시끄럽노.” 사무가 책상 위에 닝이 준 사탕이랑 초콜렛꾸러미를 조심히 내려놓는데 그걸 본 츠무가 “마, 니 닝 좋아하제.” 하니까 한동안 말 없던 사무가 “그런 거 같다.” “좋으면 좋은 거제, 같다는 또 뭐고.” “가는 나가 젤 친한 친구라는데.” “친구가 별거가. 친구에서 애인되고 애인에서 부부되는 거제.” “주딩이를 찌뿐디. 조용해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닝이 준 것들을 조심히 어루만지며 생각이 복잡한 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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