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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622l 10
이 글은 3년 전 (2021/1/12)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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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다녀와. 차 조심하고. " 

 

오늘도 평소와 같이 잠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다정하게 배웅을 하는 닝은 올해로 벌써 연애 7년, 동거 5년 차에 너무나도 익숙한 뒷모습으로 집을 나서는 제 애인을 바라보고 있었어.  

 

" ...니는 아침 잠도 많은 아가.. " 

 

얼른 들어가 마저 자라. 입꼬리를 올려 웃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쾅 닫힌 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닝은 팔짱을 낀 채 신발장 벽면에 가만히 기대어 서서 처음 동거를 시작하던 날에 츠무가 호들갑 떨며 현관문에 걸어놓은 고운 빛깔의 분홍낮달맞이 꽃줄기를 바라봤어. 연애 초부터 볼 빨개진다며 낯부끄러운 애정표현을 잘 하지 못하던 닝의 남자친구가 꼭 우리와 잘 맞는 꽃이라며 걸어둔거야.  

무언의 사랑이라는 꽃 말이다. 단디 기억해라! 하며 제 귀에 딱지가 앉도록 얘기했어. 예쁘게 말려둔다고 츠무가 고생했었지. 그게 아마 츠무 나름대로의 애정표현이었을거야. 

 

하필 현관문에 걸어둬서 바람이 강한 날이면, 힘이 센 사무가, 키타가, 스나가 놀러오는 날이면 연약한 꽃잎은 속절없이 떨어지곤 했어.  

츠무는 제 머리카락 떨어진것처럼 안타까워하며 새로 꽃을 구해와 다시 말려두는 것을 몇년 동안 반복했었어. 한창 대회 시즌이라 연습으로 바쁜 와중에 모처럼 찾아온 휴일이라 집에서 쉬자고 닝이 엉겨붙어도 아침에 출근할 때 꽃잎이 하나도 안 보이면 마음이 안 좋다고 부득불 꽃을 만졌지.  

 

오늘은 유난히 문이 세게 닫혔던가. 꽃잎 하나 없이 바싹 마른 꽃줄기 마저도 아슬하게 달랑 거리다 결국 현관 바닥으로 떨어졌어. 오래된 꽃줄기는 닝의 손아귀 안에서 너무나도 쉽게 바스라졌지.  

 

닝은 최근 잔기침이 잦아졌어. 콜록,콜록 기침을 하느라 잘게 떨리는 등은 가녀리기 짝이 없었고, 닝은 손에 묻은 부스러기를 대충 털어낸 다음 흘러내리는 가디건을 여미며 츠무가 먹다 남긴 시리얼 그릇을 설거지 하기 시작했어. 설거지를 하고 나면 빨래 해야하고... 또 뭐더라. 닝은 혼잣말을 웅얼거리며 손을 바삐 놀렸어. 얼른 청소를 끝내야해. 오늘은 오랜만에 제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니까. 

 

 

 

" 누나! 오랜만이야~ " 

 

" 히나타! 너무 오랜만이다! " 

 

닝은 밝게 웃으며 반가운 얼굴들을 둘러 보았어. 여전히 밝고 귀여운 히나타와 잘생긴 스나, 더 잘생긴 오사무까지. 닝이 자기도 모르게 오사무의 얼굴에서 몇 초 더 시선이 묶였을 때, 오사무가 물었어. 

 

" 아츠무 그 자식은? 결국 못 온다 카더나? " 

 

" ..으응, 요새 많이 바빠보이더라. 공이 손에 잘 안 잡힌다고 연습해야겠다고 하던데? " 

 

닝은 저가 대신 머쓱해 하며 최근에 약간 슬럼프? 그런게 왔나봐. 집안에서도 기분 나빠보여. 하고 덧붙였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히나타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다 눈이 마주쳤을 때, 스나와 오사무는 조금 굳은 표정이었어. 아니, 오사무는 아예 표정관리가 안됐던가. 그게 오랜만에 다같이 만나는 약속을 피할 이유가. 아츠무 인성봐라. 

내려앉은 분위기에 닝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어.  

 

" 어쩌겠어. 공 만질때 세상에서 제일 예민한 국가대표 남친을 둔 여친으로써 이해해줘야지. 내가 아쉬운 너희 몫까지 집 가서 때려줄게! "  

 

" ..난 두 대 때려줘. " 

 

" 닝은 힘이 약하니까 50 대는 때려야지 않켔나. " 

 

" 풀 스매시로, 닝 알지? " 

 

" 느낌알지! 날 믿어. 힘껏 때려줄게! " 

 

" 힉, 저는 괜찮아요! "  

 

히나타. 이런 기회 놓쳐도 괜찮겠어? 그래!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야! 닝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목소리의 제 친구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밝게 웃었어. 파는 것보다 자기가 먹는게 더 많은지 덩치가 커진 오사무에게 주먹밥을 잔뜩 주문해서 간만에 남이 차려주는 맛있는 식사도 마쳤지. 밥만 먹고 헤어지긴 아쉽다며 카페에서 간단한 디저트를 먹고, 음료를 마시며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몇시간이 훌쩍 지나가있었어. 주먹밥을 먹은지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배가 허해진 닝과 친구들은 마침 저녁이니 몇 잔만 홀짝이다 가자고 근처의 선술집으로 서로를 이끌었지. 

 

조금 붕 뜬 분위기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닝은 무리해버렸나봐. 유리잔에 비친 제 얼굴이 다섯개로 보이는 지경이야. 술에 잔뜩 취해 선술집 전등에 스파이크를 때리려는 히나타를 겨우 말리고, 바닥이 자기 침대인 마냥 코트 덮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스나를 뺨 때려 깨운 오사무가 둘을 힘겹게 부축하며 말했어.  

 

" 닝,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제. 내 금방 이 짐짝들 처리하고 올게. " 

 

" 알았서엉 사무사무!! 금방 다녀와야해 알겠찌이? " 

 

발갛게 부어오른 뺨을 한 손바닥으로 감싸쥔채 손 흔들어 인사하는 스나를 마지막으로 닝은 눈을 감아버렸어. 다들 알거야. 알코올이 들어갔을 때 자는 잠이 얼마나 꿀 같은지. 

 

" ...사무야아? " 

 

닝이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리며 어눌한 발음으로 제 앞에 있는 널따란 등의 주인을 유추했을 때는 이미 밖이었어. 새까만 밤하늘이 세상을 가득 덮어버리고, 싸늘한 바람이 자꾸만 볼을 스치는 새벽이었지. 흔들리는 시야에 제 팔로 앞에있는 목을 더 단단히 끌어안자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잠을 깨웠어. 

 

" ..술 취해서 일어나자마자 부르는게 금마 이름이가. 가지,가지한다. " 

 

닝. 제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울림에 닝은 환하게 웃으며 그 든든한 등에 제 볼을 부비적 거렸어. 우리 츠무잖아.  

 

" 사무한테 전화 왔더라. 니 술 취해서 엎어져 있으니까 데려가라고. 간단하게 밥만 먹고 온다더니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한테 니 참 좋은 꼴 보여줬네. " 

 

" 미안해.... 화난거야 츠무야? " 

 

너 연습하느라 바쁠텐데 이런 일로 오게 해서 미안해. 시무룩하게 닝이 웅얼거렸어.  

 

" ..그치만... 나는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너한테 업혀도 보고, 얘기도 하니까 좋은데.. " 

 

" 누가보면 내가 평소에 얘기도 안 해주는 사람인 줄 알겠네. " 

 

" ..다음부턴 이런일 없게 조심해라. 알겠나. "  

 

그래두 내 걱정 해주는 건 우리 츠무 밖에 없네. 하고 생각하며 닝이 뒤에서 말갛게 웃었어. 고개를 주억거릴 찰나였지.  

 

" 내일 또 일찍 나가야하는데 잠 부족해진다이가. 컨디션이 무너진다고. 선수한테 그날 그날 수면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데. " 

 

" ... " 

 

 

투덜거리는 츠무의 말에 닝은 잠시 할 말을 잃었어. 그래, 수면의 질. 중요하지.. 

 

" ...너 옛날에는 이럴 때 내 걱정 밖에 안 해줬으면서. "  

 

" 뭘 또 옛날 얘기까지 꺼내노. 내가 니 걱정을 안 했겠나. 뻔한 말이니까 아낀거지. "  

 

" .... " 

 

" ..츠무야. " 

 

" 왜 부르노. 졸리면 잠이나 마저 자라. " 

 

닝은 잠시동안 입을 벙긋거렸어. 망설이는 것처럼 입을 꾹 다물다, 열다를 반복하더니 알싸한 알코올 냄새를 맡고 겨우 말을 이었지. 

 

" ..니가 요즘 나한테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감정 없게 느껴져. " 

 

츠무야, 내 기분 탓이야?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은 닝은 떨리는 눈빛으로 츠무의 뒷모습을 바라봤어.  

 

아츠무는 아주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낮은 한숨을 내쉬었지. 이내 한손으로 제 머리카락을 털며 말했어. 뭐가 그리 서운하노. 당연히 기분 탓이지. 

 

" .... " 

 

" ..츠무야... " 

 

" .... " 

 

" ..츠무야..? " 

 

" 대답 기다리지 말고 하려던 말 계속 해라. " 

 

" ....." 

 

" ...날 사랑해? " 

 

아츠무는 또 한숨을 내쉬었어. 그 작은 소리에 닝은 움찔하며 숨을 들이마셨지. 

 

" .. 나 내일부터 합숙 드간다. 오늘 히나타한테 얘기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다음주까지 안 들어올거다. "  

 

" ..... " 

 

으응... 알았어. 닝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눈을 꽉 감아버렸어. 새벽바람이 무척 매섭고, 아팠지만 닝은 살갗보다는 다른 곳이 훨씬 아파서 제 여린 살이 찬바람에 트는 줄도 몰랐어.  

그 후로는 아무도 말을 잇지 않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조용하기만 했고 닝은 차라리 잠들어 버리자고 끊임없이 생각하다 아츠무의 등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지.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잠을 깨웠어. 창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너무 눈부셔서 닝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불 속으로 몸을 웅크렸어.  

몇 시 인지 궁금해 손을 뻗은 침대 옆의 협탁에서는 익숙한 닝의 핸드폰 대신에 부시럭 소리를 내는 종이 한장이 만져졌지. 조금 더 더듬거려서 핸드폰을 손에 쥐고는 이불 속으로 가져왔어. 

 

핸드폰 화면이 반짝거리면서 술이 안 깨서 죽겠다는 히나타와 자기 왼쪽 뺨이 왜 이렇게 부었는지 물어보는 스나, 집 잘 들어갔냐는 오사무의 카톡을 차례대로 띄워주었어. 푸스스 웃으며 하나하나 답장을 한 닝이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나 쭈욱 기지개를 폈어. 그 순간 머리가 지끈거리며 숙취의 시작을 알렸지. 

후다닥 세수를 하고 깔끔하게 씻고 온 닝이 이불보를 정리하려 다시 침대로 돌아왔을 때, 침대 옆 협탁에 있는 메모지가 눈에 들어왔어. 아까는 잠결에 무시했는데 이제 보니 의아하기 짝이 없어. 

이게 웬 거지? 허리를 숙여 종이를 쥔 닝이 천천히 쓰여진 글자를 눈으로 흝었어. 

 

 

 

[ 식탁에 있는 라면으로 숙취 해결해라. 사랑한다. ] 

 

 

" ...... " 

 

닝은 그대로 벽에 기대어 스르륵 내려 앉았어. 씻느라 대충 올려 묶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렸지. 메모를 읽고 또 읽었어. 아무리 못 본지 오래되었다지만 이 필체는 잊을 수가 없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츠무의 투박한 글씨야.  

순간 어제 새벽에 했던 대화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어. 아무래도 아츠무는 제가 했던 마지막 질문이 신경 쓰였나봐.  

닝은 가슴을 부여잡았어. 안 쪽이 뜨겁고, 울렁거려서 잡지 않을 수 없었거든. 

 

" ....츠무야..... " 

 

닝은 멍청하지 않아. 눈치는 오히려 빠른 편에 속했어. 언제나 제게 이벤트 해주려는 츠무를 먼저 눈치채고 모른척 해 줬을 정도로.  

문득 옛날에 좋아한단 말도 제대로 못했던 츠무가 떠올라. 귀를 빨갛게 물들인 채로 한참 말을 더듬다가 겨우 내뱉고는 했었지. 

 

메모지는 지나치게 정갈했어. 한번 고민한 흔적도 없이 매끈해. 펜으로 한치 망설임없이 글을 쓰는 츠무의 모습이 상상됐어.  

 

" ..... " 

 

감정이 들어가지 않아서 쉽게 썼겠지. 그래도 같이 사는 여자친구인데, 어제 대화는 조금 너무했나 싶었겠지. 그렇게 약간의 죄책감으로 메모를 남겼겠지. 사랑한다는 그 말이 뭐가 그리 어렵다고, 하면서. 

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네 글자를 읽자마자 가슴이 수런거렸어.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랐고, 주체 할 수 없는 감정은 눈물이 되어 볼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어.  

 

닝은 아츠무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어. 이런 무색 같은 말에도 끔찍하게 설렐만큼.  

가슴 안 쪽이 너무 뜨겁게 느껴졌어. 불에 데인 것 마냥 홧홧해서 물 부어버리는 것 정도로는 식지 않을 것 같았어.  

그저 메모를 읽고, 또 읽고 있는데 순간 구역질이 났어. 참을 새도 없이 기침과 함께 뱉어버린 가슴 속 가장 뜨겁게 느껴졌던 그것은, 

 

노란빛의 달맞이 꽃 무더기였어. 

 

 

 

[드림] 🏐동거중인데 하나하키병에 걸린 닝🌼🌼 1 | 인스티즈 

 

*흔글의 무색에서 인용한 문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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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닝겐1
헐ㅠㅠㅠㅠㅠ 츠무 뭐야ㅠㅠㅠㅠ 후회공 가나여ㅠㅠ
3년 전
닝겐2
엉어유ㅠㅠㅠㅠㅌ츠무 이 나쁜너뮤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3
헐 달맞이꽃 꽃말 찾아봤는데 기다림... 아츠무 나쁜넘아 ㅠㅠㅠ
3년 전
닝겐4
그게 더 나쁘다 이넘아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5
아니ㅠㅠㅠㅠㅠㅠㅠㅠ 왜그러냐 츠무야ㅠㅠㅠㅠㅠㅠ
3년 전
닝겐6
디스이즈문학........
3년 전
닝겐7
후회공 가줘야지ㅠㅠㅠ센세ㅠㅠㅠ
3년 전
글쓴닝겐
ㅎㅎㅎ이 귀여운 사람들ㅠㅠㅠ재밌게 읽어줘서 고맙다궁
3년 전
닝겐8
센세 이건 2 각이야!!!!
3년 전
글쓴닝겐
2 나왔습니다 봐주시면 기쁘겠어요:)
2년 전
닝겐8
헉.... 센세...🥺🥺
2년 전
글쓴닝겐
너무 늦었죠🥺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오
2년 전
닝겐9
센세.............. 레드카펫 준비중이야
3년 전
닝겐10
나운다...나울어. 전방에 기립박수 발사
3년 전
닝겐11
센세 돌아와 쟈기...
3년 전
닝겐9
센세 아직도 널 기다려
3년 전
글쓴닝겐   글쓴이가 고정함
새 글이 나왔습니다. 오랜만이에요:)

https://www.instiz.net/name/44096425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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