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았어 한참을 듣던 너는 웃으면서 말했고 그냥 그렇게 상처를 끌어안은 채 가벼운 대화가 오갔어 농담처럼 시작한 대화는 점점 진지해졌잖아 너답지 않게 진지하게 전한 말들은 나에게 부딪혔지만 너는 모른 척 했고 나조차 모른 척 했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에 끌리는지 넌 너무 잘 알았고 그걸 나도 알았어 이걸 너도 알고 있었더라 서로 다 알면서 항상 모르는 척 한다 우리는, 아니 ‘우리’ 라고 해도 괜찮을까 우리가? 그냥 우리라고 하고 싶다 우리를. 혼자는 싫고 따로도 싫고 그냥 너랑 나도 싫고 하나로 묶이고 싶어서 그런다 내가 정신병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 어쩌면 정신병자일 수도 있거든 너도 알면서. 난 니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 이해가 돼 농담처럼 뱉은 말들과 진지하게 전한 말들의 뜻을 이젠 알고 있거든 너나 나나 같은 부류인 거 알잖아 섞일 수가 없는데 우리가 안 섞이면 우린 뭐랑 섞여? 아니 어쩌면 이미 섞였을지도 알면서 늘 그랬듯 모르는 척하는 걸지도. 주위 사람들은 다 알아 그걸 우리도 알고 그치만 또 모른 척 지내고.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우린 섞일 수 없지만 한 번 섞어보고 한 번이 두어 번이 되어버리고 또 모르는 척 시간만 태우고 괜히 서로 날 세워 대하고 화내고 짜증내고 무시하고 괜히 그런다는 걸 서로 알지만 그것도 모르는 척 하고 우린 언제 진실 될 수 있을까? 진실 될 수 없단걸 알지 나는. 그냥 이러다 같은 사이가 되어버릴 게 뻔해 우린 섞일 수 없고 다른 것들과 섞이면 더럽혀 버릴 게 뻔해 우린 더러운거라니까? 애써 깨끗한 척 모르는 척 하면 뭐해 이미 다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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