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목적도 없었다. 자기를 계발하거나 지식을 습득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재미있었다. 마음이 가는 책을 산책하듯 읽어나갔다. 책들이 빼곡하게 꽂힌 서가 사이를 천천히 둘러보는게 좋았다. 아침 도서관의 한산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철학, 종교, 사회, 과학, 문학 서가를 가리지 않고 배회했다. 마음에 드는 제목과 적절한 두께의 책들을 골라, 대여섯 권 정도가 되면 자리에 앉아 읽었다. 선택한 모든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이면 고민하지 않고 옆으로 제쳐두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잘 읽히지 않는 책이 있다. 그럼 굳이 읽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잘 읽히지 않는다는 건 내가 그 책을 읽을 준비가 덜 되었거나, 반대로 그 책이 나를 설득할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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