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아프다는 투정없이 3개월전 췌장암이라는 진단서를 툭 내민 엄마가 미웠다. 봄만 되면 나를 고생시키는 천식때문에 엄마의 장례식은 유독 힘들기만 했다. 개운한 몸으로 엄마를 보낸다고 무엇이 다르겠냐마는,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 몸을 실은 나는 슬프기보다 얼른 쉬고싶은 피곤함만 가득했다. 저녁 어스름에 젖어들 무렵에야 집에 당도할수 있었다. 출근하려면 얼른 잠에나 들고싶었다. 모친상이니 내일은 쉬어도 되련만 조용한 집에 틀어박히기보다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냄새를 모처럼은 맡고 싶은것이다.
허기를 달래려 부엌의 냉장고 문을 열었을때 그런 생각들은 기어이 멈춰서고야 말았다. 잘 열지않아 차디찬 반찬내가 좋지않게 풍기는 냉장고안에는, 입맛 까다로운녀석이 한사코 거부하는 찬거리를 채워놓은 엄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메추리알 장조림, 비릿한 코다리무침하며 집에선 끼니를 거르기 일수인 나에게, 유독 좋지않은 냄새는 그날따라 사무치기만했다. 그녀의 영정 앞에서도 덤덤했던 나는, 잠시 주저앉아 있을수밖에 없었다.
'버리지 못하는 돌아가신 엄마의 반찬'이라는 소재를 인터넷 썰로 가끔 봤는데, 몇주전에 그게 생각나서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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