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죠? 우리는 퀴어(queer),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걸 그 일반인들에게 데이고 깨져가며 심지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때에도 우리 내면이 우리를 부정하기도 하며 스스로를 좀먹어 가는 이 과정 동성애자 남성으로 20대 후반이 되어가며 현실의 벽은 점점 높아만 감을 느낍니다 거기다가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 열심히 공부해 나름 좋은 대학교도 가고 괜찮은 스펙들을 쌓았다고 생각하지만 흔히 말하는 흙수저 집안 장남 남자입니다 제 친구들이나 지인의 스펙트럼은 그래서 넓어요 학교나 군대에서 만나 친해진, 평범한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보통 취업할 때까진 적당히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적어도 학업을 끝내기 전까지 돈 때문에 늘 일을 같이 하면서 공부해야 하는 걱정은 없는 극단적으로는 정말 좋은 집안에서 해외 대학교 포함 명문대 학벌을 가지고 슬슬 좋은 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을 갖는 그런 친구들 그리고 이렇게 돈을 벌려 간 공장 같은 데에서 만난 저와 어릴 적 형편이나 지금의 삶의 무게도 너무 무거운 제 또래의 친구들 저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기분이고 실제로도 그러고 있습니다 원하는 직업은 고위 공무원인데 공부에만 올인하기엔 돈이 필요해 계속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런 좋은 집안 친구들과도 가끔 어울리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란 걸 보여주려면 호텔이나 옷 향수 등 남들 못지않게 괜찮은 삶을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고 실제로 그런 삶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성공을 못 했고 과소비 때문에 늘 힘들죠 반면 저와 집안이 비슷했던 그런 친구들은... 아무래도 지금 제 삶과 라이프스타일, 취미에 대해 얘기하면 말이 잘 안 통할 때도 많고 그들 자체도 저는 자기들과 갈 길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잘 안 주는 경우도 많아요 삶이 워낙 버겁기에 미래에 대한 꿈이나 비전은 잃은 지 오래된 그런 친구들 진짜 친구라면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냐만, 성인이 되고 만난 친구들이니 사실 다들 자기에게 이익이 안 되면 관계를 이어가는 거 자체도 귀찮고 버겁잖아요 최근에 그렇게 짝사랑했던 회사 동료도 결국은 그 사람이랑 정말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제가 상류층의 좋은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은 커도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는 그런 조건들은 중요하지 않긴 한 거 같아요 말이 좀 샜지만, 그래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기분이라는 겁니다 살면서 만나는 어느 인간 군상에도 그냥 어정쩡하게 끼질 못해요 그게 너무 외로워요 누군가를 아무리 좋아해도 내가 마음을 주는 만큼 사랑받지 못해오며 쌓인 슬픔과 우울감과 더불어서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혼자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는 거도 잘 알아요 우리보다 불행한 일반들도 많을 테고 퀴어로 살아가는 우리가 자고 일어나서 일반으로 변한다고 무조건 더 행복해질 거라는 보장이 없듯이요 각자의 삶엔 각자의 무게가 있지요 상류층이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게 되어도 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할 거기에 여전히 외로울 테고 그렇다고 공장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면서 꿈도 희망도 없이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게 사치인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그냥 어디에 속하고 평범해지고 싶은데 그게 참 힘드네요~ 가을밤 바람이 많이 차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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