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그 이후로 쭉 엄마 없이 나랑 언니랑 아빠랑 같이 살았는데도 아빠의 투병 기간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서 그런지 슬프기는 해도 별로 힘들어하지 않았어 심지어 장례식 때도 밥 잘 먹고 그랬어 진짜 내 스스로도 아빠에게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별로 안 힘들어했고 빨리 회복했다고 생각했어 언니랑도 아무렇지 않게 아빠 이야기 하고 그랬는데 며칠전에 몸무게를 재보니까 반년도 안되는 기간만에 10키로가 넘게 빠져있더라 난 매번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거든 근데 밥도 무진장 잘 먹고 잘 웃고 잘 지냈는데 몸무게가 이렇게 빠져있어서 그제서야 내가 좀 힘들었나 싶었어 그리고 또 한가지를 깨달았어 언니랑 아무렇지 않게 아빠 이야기를 하고 내가 먼저 아빠 이야기를 꺼내면서도 딱 그뿐이고 깊게 생각하기를 피하고 있더라 깊게 생각하면 슬퍼질거 아니까 그냥 아빠가 살아있었을 때랑 똑같이 행동을 하는 거야 정말 뭐랄까 방어막을 씌워둔 느낌?? 깊게 떠올리려고 하면 거부감부터 들어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더 깊게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 그냥 이대로 지내는게 편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문득문득 아빠에게 죄책감이 든다 나 편하자고 아빠 생각을 너무 안 하는 거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