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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개월 전 (2023/9/18) 게시물이에요
안녕, 난 너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살아온 익이야. 아주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까 관심과 시간이 있는 사람만 읽도록 해.

일단 내 상황을 더 자세히 설명할게.


1. 덜렁댄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2.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정리 정돈이 어렵다.

3.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자주 까먹는다.

4. 약속 시간에 늦는다.

5. 집을 나갔다가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자주 집으로 되돌아간다.

6. 집중력이 자주 흐트러진다.

7. 차분히 집중하기 어렵다.

ㄴ 일할 때도 마찬가지. A 작업을 하는 도중에 머릿속으로 B 작업이 떠오름. 아차, 그것도 해야 하는데. 하다가 A를 끝마치지 않고 B로 넘어간다든지, A를 끝마치고 하려고 하면 B를 다시 까먹음.


8. 충동적이다.

ㄴ 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바로 샀다가 후회하곤 함.

ㄴ 어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바로 예약했다가 취소하곤 함.


★9.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성급하게 생각하고 답한다.

ㄴ 내 의도는 그렇지 않은데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상처 주는 답을 함.


10. 대화를 하다가 종종 주제가 딴 길로 샌다. (ex: 근데 우리 무슨 얘기 하고 있었지?)

11. 기억을 잘 못한다. (친구의 생일, 함께 한 추억 등)


사실 위의 특징은 성인 ADHD의 특징이기도 해. 나는 1~7번의 이유로 스스로 성인 ADHD가 아닌가 짐작하고 있다가 몇 개월 전에 충동적으로 병원을 예약하고 검사를 받았어.

학생 때의 생활기록부와 테스트 결과, 그리고 진중히 나눈 대화 끝에 의사선생님이 성인 ADHD라고 결론지으셨어. 비교적 명확하고 뚜렷하다고 하셨고.

그리고 치료를 하면서 깨달았지. 나한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얼마 없는 것도 성인 ADHD의 영향이구나. 나는 9, 11번은 ADHD와 관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이건 이 글의 주제이기도 해.

나는 학창 시절부터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왔어. 활발하고 웃기길 좋아하는 편이라 주위에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늘 누군가와 깊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웠어. 내가 정한 선 안으로 상대가 넘어오면 어느 순간 벽을 치는 게 내 개인적 성향인 줄 알았거든?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인간관계에서 받았던 상처들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닌가 싶어. 내가 상대에게 줬던 상처가 고스란히 내게 돌아온 탓이겠지.

제목에 서술했던 것처럼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 주며 살아왔던 것 같아. 대화를 끝내고 돌아서면 '아,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하는 순간들이 제법 많았어. 그건 스몰토크 할 땐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야. 관계가 돈독해지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눌수록, 그런 것들이 나한텐 어렵더라.

대화하고 돌아서면 '난 왜 그럴까.' 하고 자책한 적도 많았고,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스스로를 미워한 적도 많았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넌 너무 우리한테 관심이 없다.'는 둥, '어떻게 그렇게 기억을 못 하냐.'는 둥의 얘기를 항상 들어왔어. 나는 정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기억을 못 하는 건데…. 하면서 속상해했지만 그만큼 애들도 속상하니까 나한테 그런 얘기를 했겠지. 싶더라구.

물론 성인 ADHD가 전부 이렇다는 건 아니야. 의사 선생님이 그러길 ADHD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대. 나는 그중에서도 충동성이 높고 절제력이 낮은 편이라고 하셨어.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나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친구가 있다면 혹시 성인 ADHD 일지도 모르니 검사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거야.

나는 약을 먹고 나서 삶이 꽤 바뀌었거든.

우선 약 먹은 첫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온 나 자신이 불쌍하다.'였어. 남들은 약을 먹지 않아도 이런 평온하고 안정적이고 고요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게 부러웠고.

그다음 든 생각은 핸디캡을 안고 살아온 나 자신이 대견하다는 거였어. 난 내 부족한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의 할 일과 이벤트를 수시로 메모하고 정리하고 상기했어. 그럼에도 일하는 도중에 드는 잡생각을 떨치기란 쉽지 않았지만,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었지.

메모하는 습관은 사적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어. 술 마시다가도 A는 치즈 케이크를 좋아한대. 같은 얘기가 나오면 몰래 메모장에 적어 놨었어. 그래야 관심있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근데 약을 먹으니까,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일의 중요도가 매겨지고 업무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 (A 일을 할 땐 잡생각 없이 A 일만 할 수 있게 됐어!) 기억력에 관한 부분도 확실히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어.

ADHD와 기억력의 연관성은 몰랐던 부분이라 의사한테 물었봤더니 그럴 수 있대. 기억은 연상법(예를 들면 같이 여행갔던 날의 날씨, 상황, 감정 등이 연상되면서 떠오르는 것)인데, ADHD 환자들은 그런 게 끊어져 있으니 더 기억해 내기 어렵다고 해.

아, 그리고 대화할 때도 상대의 말이 다 끝내기 전에 생각하고 결론짓고 되받아치거나 주제와는 다른 엉뚱한 대답을 하곤 했는데, 그것도 많이 좋아졌어. 상대의 말이 끝나고 음. 하면서 1~3초 정도 생각하고 답할 수 있게 되니까 내 의견이나 감정을 더 제대로 전달할 수 있더라. 이것도 스스로가 잘 알아서 노력해 왔는데 쉽지 않았던 부분이거든.

근데 웃긴 건, 친구들은 내가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까 놀랐어. 그만큼 겉보기엔 멀쩡했단 소리겠지. 그래도 스스로 의문이 들 땐 의학의 힘을 빌려 보자!

+ 성인ADHD는 스스로가 본인의 부족한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울증 등 기타 다른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해. 나같은 경우엔 우울증이 아예 없지만 만약 이런 증상들 때문에 우울하다면, 성인 ADHD를 치료하다 보면 자연스레 우울증도 나아지 않을까 싶어.

음. 글 주변이 없어서 횡설수설했을 수도 있는데, 나랑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친구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적어 봤어. 아래는 테스트 결과지 첨부할게. 그럼 오늘도 차분하고 안녕한 하루를 위해 다들 파이팅!



상대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 주는 친구들 이리 와봐 | 인스티즈상대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 주는 친구들 이리 와봐 | 인스티즈



+혹시 글삭해야 하거나 카테고리를 옮겨야 한다면 둥글게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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