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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디 짧았지만 행복한 3개월의 연애였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공통된 관심사가 많이 없었고

그 이전의 연애에서 나는 상대방에게 소리지른 적이 없었는데 얘한테는 대화하다가 답답하고 이해가 안가고 막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대화방식은 너무 달랐고, 그의 표정이라던가 말투를 닮아가 따라하게 되니 전환면접에서 '공격적'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문화 차이, 개인의 차이

좋게 포장해서 그러했다.

그렇지만 그는 지난 3개월간 나에게 최선을 다했다.

그의 집에서 노는 날에는 본인이 출근했어야 한 날을 제외하고 항상 집에 데려다줬고

생일 선물로 중고로 건조기를 사줬다.

그는 그때 '혹시나 만약 우리가 헤어져도, 건조기를 생각하면 '걘 좀 멋졌어'라고 생각할거야'라고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되었다.

나에게 4월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에 원래 말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다른거는 다 둘째로 쳐도 공통된 관심사가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우리는 대화를 안한다. 하면 너는 스트레스를 받고 우리는 싸우게된다. This was unevitable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 마디는 굉장히 무미건조했다.

뭐든지 감정을 크게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었기에

혼자 헤어짐을 준비하고 마음 정리를 다 한듯한 모습이었다.

그가 왜 좋았냐 라는 말에는..

내가 첫 애인라고 했다. 누군가의 처음이 된다는 것과 좋은 기억이 된다는 것과

어색하지만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았다.

그냥 아무생각 없이 첫 만남에 에버랜드 얘기를 하는데 눈을 살짝 피하고 괜찮으면 나랑 같이 갈래?하는 모습이 좋았다.

손은 항상 따뜻했고, 살짝 찢어진 눈에 곱게 있는 얇은 속쌍커풀이 좋았다.

운동을 꾸준히 해서 잔근육이 많은 몸이었다.

옷이 얼마 없어도 보풀이 생기면 바로 없애고, 신발을 주기적으로 닦고

그런 부지런한 사람이라 좋았다.

가족에 너무 매여있지않고 독립적이었다. - 지나치게 독립적이긴 했다.

건조기를 사주겠다며 가방같은거 사주느니 이런 실용적인거 사주겠다고 하는 것이 좋았고

건조기를 기사님과 같이 위에다가 올려주며 '내가 설치기사는 부를 필요 없다고 했잖아'라고 말하는 것도 귀여웠다.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했는데,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면 그것이 질릴때까지 먹는 것도 귀여웠다.

공차가 1층에 있다며 스타필드에 1층까지 빨리 내려가려고 내 손을 끄는 것도 귀여웠다.

애인를 사귀면 자기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 첫 애인를 만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다정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책임감있고 본인이 바라는게 확실한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게 쓴 편지마저 다정했다.

너가 원한다면 친구는 될 수 있어. 근데 다시 만나려고 친구하려는 거면 하지말라고 했다.

자기가 하는 게임들이라던가, 종종 자기 친구들과 수원에 올라오면 그때 연락준다고 했다.

친구들 만나는게 싫으면 혼자서는 뭐 트레이더스에 간간히 올때 그때 한번 연락준다고 했다.

나에게 더 이상 감정이 없는 사람과 연락을 해서 친구로 지낸다는 것은 나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

이번이 마지막 연락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화가 끊기기 전에 한국어로 "사랑했어"라고 말했다. 어차피 못 알아들을 것을 알고 있었다.

미국인과의 첫 연애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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