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격 같았어요,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때
/조정인, 불꽃에 관한 한 인상
그가 가진 책들의 제목을 흝어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김이듬, 파도
나는 너한테만 서툴지, 다른 건 다 네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활하고 능숙해.
그건 네가 안 봤으면 좋겠어.
/밀회
사람은 그렇게 괴물이 되는 거야. 잊지 마.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살아 있다는 이 화사한 공포
/장수진, 개와 물
시를 쓴다는 건 밖에서 많이 울었다는 것
/여성민, 사과의 둘레
"싫어하던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을 깨닫고 나면 더욱 걷잡을 수 없소"
"좋아하지 않던 사람을 내가 왜 사랑합니까?"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데 이유가 있소?"
/주성치, 선리기연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첫 문장으로 이별을 하고
/여성민, 장미 여관
내가 너에게 희망을 가지면 왜 안 되느냐고
그것이 왜 두려운 것이냐고.
이미 너에 대한 나의 희망이 나를 살게 하는데
그 희망이 끊기면 나는 병이 들 텐데
너는 왜 그걸 모르냐고.
/신경숙, 깊은 슬픔
사랑했었다
상스럽게
/허연, 살은 굳었고 나는 상스럽다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 중이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고
애써 웃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극은 계속 진행되었다
/강성은, 여름 한 때 中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고 모든 영화에는 엔딩이 있는데
어째서 이 꿈에는 출구가 없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했다.
얼마나 더 아래로 내려가야 바닥에 닿을 수 있는지
과연 바닥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강성은, 저지대
혼자 잠들고 싶다.
타인과 이야기 하는 것은 피곤하다.
나를 좀,
제발,
제발,
외롭게 혼자 죽도록 내버려두라.
/김사과, 미나
"젊은이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군.
행동은 너무 조금하는 대신."
/루이제 린저, 삶의 한가운데
어쩌면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데
누군가로부터 잘못 살고 있다고 계속 비난을 받고 있어서
자꾸만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아닐까
/김중혁, 뭐라도 되겠지
마음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오래오래 곁으로 보낼게요.
/김혜선, 엄마 나야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시간은 적이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는 아문다.
애써 안겨준 상처인데.
/에쿠니 가오리, 제비꽃 설탕 절임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더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한 강, 흰
알아요 교묘하므로 나는 아름다워요
/여성민, 찢은 복도
사랑해, 그러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마.
/황병승, 보람 없는 날들
나는 흔하고, 어디든 있고,
그러니 내가 혼자서 울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유희경, 오늘은
종말은 정말이지 순식간에 온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순간에, 그 사랑이 끝이었어.
/이장욱, 정주역
흰 꽃잎은 조명을 받아 어지러웠지.
어두움과 어지러움 속에서 우리는 계속 웃었어.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함께 웃는 너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는데.
/황인찬, 유독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거라.
/신경숙, 깊은 슬픔
내가 가려는 곳이 지옥이래도 상관 없지만,
만약 지옥이라면 우린 같은 지옥에 있어야 했다.
반드시 같은 지옥이어야 했다.
/오현종, 달고 차가운
만일 내가 죽을 수 있다면 지금, 내가 가장 행복할 때 당신이 날 죽게 해주세요.
당신이 죽일 필요도 없어요. 그저 '죽어라', 하고 말만 하세요.
그러면 제가 죽을게요.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언제까지 있을 건데?"
가끔 나는 물었다.
"있을 수 없을 때까지."
/에쿠니 가오리, 낙하하는 저녁
첫 문장만 세시간째 읽는다
이러다간 다음 문장이 내 무덤이 될 거 같아
/장승리, 깨끗한 침대
어쨌든 나는 너를 사랑해
너는 내 몸 전체에 박혔어
그리고 이건 너와 상관없는 일일 거야, 아마
/김혜순, 겨울나무
어떤 날은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목구멍이 막 아프고.
몰래 얼굴만 보고 올까,
집 앞에서 숨어 있다가 너 들어가는 뒷모습만 보고 올까,
혼자서 막 작전도 짰는데.
/이미나, 풍선껌
열창하듯 사랑했는데
그 사람은 나를 흥얼거림 정도로 느꼈나보다
/타블로, 블로노트
매순간 나를 너라는 드라마 안에 살게 해줘
/김은비, 꽃같거나 같거나
잘 지내세요. 도 그래요.
사실 난 당신이 좀 못 지내면 좋겠거든요.
하지만 그런 소릴 할 수는 없죠.
/황경신, 무거운 편지
너는 내가 마저 태우지 못하는 담배 같았고, 내팽개칠 수 없는 손길이었고,
날 지독히 따라오는 달빛이었고, 등질 수 없는 햇빛이었어.
최대치의 행운이 너였고, 최고치의 불행은 너의 부재였어.
사랑해.
/백가희
분명히 손에 꼭 붙들고 있었는데
집에 와보니 손에 아무 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어쩌다 잃어버렸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휴대폰도 지갑도 우산도 그렇게 잃어버리곤 했다.
너와의 이별도 그런 느낌이었다.
/엄지용, 분실물
나는 너를 적었는데
사람들이 시라고 부르더라.
너더러 시래.
나는 시인이래.
나는 그게, 그렇게 아프다.
/나선미, 시인의 시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내가 바라는 내가 아니거든.
/이숙이, 도플갱어
"아무도 스무살이 이토록 무의미하다는 걸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진은영, 아름답게 시작되는 시
아무도 엿보지 않는데
그렇게나 많이 나를 증명할 필요가 있나
/최문자, 청춘
나를 위해 행복하게 살 것
세상의 잣대에 치이지 말 것
오로지 자신만의 색을 찾을 것
/가오위엔, 나는 내가 괜찮은 줄 알았다
언젠가 해가 지면
너는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넌 낮에 떠 있는 달이라고.
/손씨, 어른은 겁이 많다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황인숙, 꿈
할 말 없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규원,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어디서든 나를 보면 곧장 연락 좀 해줘
바다도 보여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맛있는 것도 실컷 좀 사 먹여서 보내줘
암튼, 하고 싶다는 거 다 해줘서라도
꼭 좀 내 몸한테 돌려 보내줘
우연히라도 나를 보거든 꼭 좀 연락해줘.
/박성우, 오래된 건망증
나는
왜
그 짓을
못했을까,
꺾어들면 시든 다음에도
나의 꽃인 것을
/정규화, 꽃을 위한 헌시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김혜순, 열쇠
너를 위한 완벽한 짝이 될게,
네가 미쳐가면 같이 미쳐줄게
/넥스트 투 노멀
아버지는 인생이 뭔지 몰랐다.
하지만 어른이란 단어에서 어쩐지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건 알았다.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이게 내 삶이야.
이 삶이 누린 기쁨과 상처. 나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왜 삶의 밝은 면만 기억해야 하는 걸까?
빛을 눈부시게 만드는 건 어둠인데 말이야.
/로랑스 타르디외, 영원한 것은 없기에
한참 울다가 누구도 내 등을 두드려주지 않을 거란 것을 깨닫고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골목 하나를 남겨놓고 한 번 더 울었다.
/억수씨, 연옥님이 보고 계셔
언젠가는 모두가 나를 더 싫어할 거야
좋아하라는 부탁을 한 적도 없었는데
/조혜은, 발음되지 않는 엽서
자려고 누워서
가만히 덮었다가
걷어찼다가
다시 끌어안았다가
밀어두었다가
살포시 덮었다가
다시 걷어차버린 것은
이불인지
생각인지
/엄지용, 뭐가 뭔지
"인생을 비관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더욱 엿 같은 일이 너를 기다려."
"......"
"그러니까 절대로 비관하지 마. 알았어?"
"네..."
/이석원, 실내인간
셋이란 건, 결국 모두가 혼자라는 걸 깨닫기 위해 존재하는 수 같아.
/윤이형, 셋을 위한 왈츠
왜 모두가 강해져야 하는 거지
강해야만 나를 지킬 수 있는 건가
사실은, 누구라도 타인이라는 존재를 건드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나에게서 나를 빼앗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바로 폭력인지도 모른다
/은희경, 소년을 위로해줘
아무도 원망하지 않아요
괜찮아요
힘들어하지 마세요
당신도 잘해보려 그랬다는 거 알아요
/신준모, 어떤 하루
여름엔 마음이 춥고 겨울엔 온몸이 추우니
나라에서 계절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박정대, 남만극장
그 날, 텔레비전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만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만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곽효환, 그날
너니까
너라서
너 때문에
지옥에 있었지
/이영주, 병 속의 편지
"그게 말이다. 사람들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면 식물을 좋아하게 된단다."
/초속 5000킬로미터, 마누엘레 피오르
나는 참 간사해
하루 종일 미운 날이라 불렀거든
그런데 네가 왔다 간 이후로는 밉지가 않은 거야
날씨가 너무너무 좋은 거야
/나선미, 네 존재는 참 신기해
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있게 할 테니까요
/김소연, 그래서
사랑하지 않아.
하지만 너에게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
평생 그럴 거야.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내 어두운 마음에 뜬 별 하나
너는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지만
가장 큰 아픔이기도 했다.
/이정하, 저녁별
인간을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일부가 되는 것
그리고는 사라지는 것
/박가람, 젠가
너를 처음 본 순간 예감했지
나는 이제부터 너로 인해 울게 되겠구나
/이미나, 아이 러브 유
너여야지.
나를 망가뜨리는 것은 너여야지.
너밖에 없으니까.
네가 해야지.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잠시 잠깐, 너를 사랑해서 미안했다
네가 나를 영원히 꿈꾸지 않는 걸 알면서도
너를 사랑해서 정말 미안했다
/강태민, 너를 잊어주기까지 나는 꿈속에서도 울었다
"토요일에 뭐할거예요?"
"자살이요."
"금요일 밤에 만날래요?"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죽지도 않고 썩었구나, 마음아
/김륭, 괴사壞死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승자, 내 청춘의 영원한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이병률, 눈사람 여관
사랑은 또 올지 몰라
기회는 또 오겠지
하지만 니가 오는 게 아니잖아
그게 슬픈 거야, 난
/김재식,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알잖아, 나 이유도 없이 울고 그러는 거.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이제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꼭 안아준다.
내가 한 번 창피하면 네가 한 번 웃는다.
난 그 편이 더 낫다.
/손씨, 어른은 겁이 많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어둠 속에서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조금만 있자 하는 거요.
/김경주, 당신의 예쁜 손글씨
나를 따돌리지 마세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좋습니다.
계속, 계속 속이세요.
나는 믿는 척하다 믿겠습니다.
/김행숙, 보호자
우린 결국 이 문제 때문에 언젠가 헤어지자는 소리가 나올 거야.
그럼 그땐 결혼하자.
/모두에게 완자가 中
네가 곁에 있어야 행복하다기보단
네가 곁에 없으면 불행할 것 같은 거지.
/타블로, 블로노트
우울이 극에 치닫는 날에는
싫어하던 말들을 잘만 하게 된다.
차라리 네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낯선 문장에 손가락부터 떨린다.
/향돌, 우울의 양단
아무도 구석에서 울지 않도록 너는 지구를 둥글게 만들었지
그러니까 너를 만날 수 없으면 나는 구석을 찾아서 울어
/RADWIMPS, 유심론
그 해 여름 내 사랑은
짙은 안개 속처럼
참 난감해서 더 절절했다
절절 속 끓이며
안으로만 우는 안개처럼
남몰래 많이 울기도 했다
이제야 하는 얘기다
/오인태, 난감한 사랑
내가 옆에 있어도 당신은 외로울 수 있고, 우울할 수도 있을 거예요.
사는데 사랑이 전부는 아닐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당신이 문 앞에 서 있었어요.
그럴 땐, 미치겠어. 꼭 사랑이 전부 같잖아.
/이도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나는 너 때문에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었지
멀쩡하고 싶지 않았지
/김여원, 너의 행복을 바라며
너는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지?
왜 나를 떠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거지?
/황인찬, 발화
문장을 끝내면 마침표를 찍고 싶은 욕구처럼
생각의 끝엔 항상 당신이 찍힌다.
나는 그냥 태연하고,
태연한 척도 한다.
/박연준, 푸른 멍이 흰 잠이 되기까지
이젠 보고 싶어 하면 안 돼
우린 좀 더 행복해지기 위해 헤어진 사람들이니까
/김재식, 사랑할 때 알아야 할 것들
단 한 번이라도 널 아프게 할 수 있다면 좋겠어
난 너의 마음에 흠집 하나조차 낼 수 없겠지
/MOT, 시니피에
바보가 되어 간다는 얘기지
너에게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 그 외에는 모두 공허하니까
네가 전화를 걸어 주거나 네가 나에게 와 주거나
그것밖에는 중요한 일이 없으니까
/신경숙, 깊은 슬픔
삿포로에 갈까요.
멍을 덮으러, 열을 덮으러
삿포로에 가서 쏟아지는 눈발을 보며 술을 마실까요.
/이병률,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 말이 무서웠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