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어때요.” 여기보단 좋을 것 같은데. 행복하세요? 저 드넓은 바다가 불빛에 반짝이며 일렁이기 시작한다. 포근했던 너의 품은 마치 제 눈앞에 보이는 이 바다와 같았다. 아이는 여전히 그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느 한순간에 바닷바람은 칼날이 되어 아이를 덮쳤다. 춥네요, 제가 너무 늦게 와서 원망스러우세요? 바빴는걸요. 무엇보다 세미 상을 올곧게 바라볼 용기가 없어서요. 아이는 그 말을 덧붙이며 바다 앞 해변가에 앉았다. 파도가 잔잔하게 일어났다. 아이는 기다랗게 한숨을 쉬며 말없이 바다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간신히 무거운 입을 열었다. 뭐하고 지내세요, 요즘. 그곳에서도 미련하게 배구하고 계시는 건 아니죠? 만약 그렇다면 세미 상 정말 미련하시네요. 우시지마 상도 고시키도 우리 대부분이 한동안 공을 놓아버렸는데 세미 상이 그러시면 저희가 뭐가 돼요. 당신을 그렇게 만든 주원인인데, 당신을 그렇게 아프게 한 이유인데 당신을 못 놓으면 어떡해요. 우리와 당신과의 인연을 맺어준 끈이라지만, 전 그게 조금은 원망스러워요. 물론... 당신과 함께 했던 추억에 얽매여서 아직도 배구를 놓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도요. 아이는 제 옆에 있던 작은 돌을 바다에 던졌다. 퐁당, 하고 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린 것을 한없이 쳐다보던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세미 상, 가끔은 사람들 꿈에 좀 나와주세요. … 특히 텐도 상 꿈에요. 선배는 위에서 다 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텐도 상은 아직도 제대로 잠을 못 주무세요. 약을 입에 넘겨야 간신히 잠이 든다고 장난스럽게 얘기하세요. 그렇게 얘기해도 장난 아닌 거 다 아는데. 선배는 텐도 상이랑 친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이 정도는 해주실 수 있잖아요. 텐도 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많이 보고 싶어 해요. 그러니까 꼭 나와주세요. 저는 마지막에 찾아와주세요. 기다릴 수 있으니까 한 명씩 다 다녀오세요. 아, 설마 귀엽지 않은 아이라고 안 오시려는 건 아니죠? … 저도 세미 상 보고 싶으니까 꼭 오세요. "네, 여보세요." ...... "잠시 바다를 만나러 왔어요." ...... "지금 들어갈게요. 네." 이제 가볼게요. 연습을 말도 없이 빼서요. 혼내실 건가요? 혼내지는 마세요. 오늘따라 당신이 그리워서 온 거니까. 다음에는 다 같이 올게요. 세미 상이 그렇게 좋아하셨던 시라토리자와 모두와 함께요. 그럼, 편하게 쉬세요. 세미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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