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같은 옷 입은 것 같다고 한 쭈구리 글 보고 망상 돋아서 쓰는 썰 "이모, 나 왜 쟤랑 같은 옷 입어?" "주현이는 너랑 친구가 아니라 언니야, 윤아야. 주현이 언니라고 불러야지." "아, 싫어 싫어! 나 이 옷 안입을래, 응?" 윤아가 유리의 다리에 매달려 힝힝, 우는 소리를 냈다. 곧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윤아는 지 딴에는 자신이 꽤 컸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혼자 행동하려고 했는데, 그만큼 떼쓰는 것도 늘어나 윤아의 보호자인 유리만 죽어 나가고 있었다. 어휴, 정말. 이 쪼끄만한 걸 때릴 수도 없고. 그나마 윤아를 잘 달래고 어르는 수연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유리가 생각했다. 그나저나 한참 전에 데려온 주현은 피아노 앞에 앉아 줄곧 윤아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낯가림이 꽤 심하다고 하는 주현은 유리의 집에 와서 유리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할 뿐 줄곧 피아노 의자 앞에 앉아있었다. 윤아 혼자도 벅찬 유리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여 주현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 과자라도 꺼내올려고 했더니, 고새 그걸 눈치 채고 윤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내 간식이야, 내 꺼야! 왜 쟤한테 줘? 내가 다 먹을거야! 원래 이렇게 떼 쓰는 애가 아니였는데 왜이렇게 됐나 싶다. 정말 수연이 말대로 내가 너무 오냐오냐해서 그런건가. 유리가 윤아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구길 무렵이였다. "윤아야-" "...?" "너 피아노 칠 줄 알아?" 주현의 목소리는 참 맑고 고왔다. 흰 드레스를 입고 또랑또랑한 눈을 빛내며 묻는 모습이 영락없는 부잣집 딸내미다. 느닷없는 주현의 목소리에 재빨리 유리의 다리 뒤로 가 숨은 윤아는 눈을 날카롭게 치뜨고 한참을 있다가 머리를 가로로 저었다. 피아노가 집에 있으면서도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유리의 바지를 잡은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간다. 이게 지금 뭔 상황인가 싶어 유리는 아무 것도 못하고 굳어있었다. 유리의 직업은 피아니스트였다. 연주회에 가서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가끔 작곡도 해 간간히 앨범을 내며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윤아는 그런 유리의 조카였고, 주현은 수연의 아주 어린 동생이었다.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수연과는 작업때문에 처음 만났었고, 지금은 꽤 사이가 돈둑해져 가까운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피아니스트가 꿈이라는 주현이 자신을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안 유리가 수연 몰래 주현을 데리고 집에 왔다. 수연은 아무것도 모르고 유리의 집에 오는 중이었다. 유리는 수연이 화를 낼까 생각하며 나름의 스릴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윤아였다. 이렇게 버릇 없이 굴 줄이야. 유리는 탄식하며 동그란 윤아의 정수리를 내려다봤다. "언니가 피아노 치는거 보여줄까?" "...난 맨날 이모가 치는거 봐." "아니면, 나랑 같이 칠래? 언니가 가르쳐줄게!" 여전히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던 윤아가 주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피아노? 내가? 윤아가 정말 그래도 되냐는 듯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유리를 올려다봤다. 그러고보니 피아노에 손도 못대게 했네. 뭐가 아깝다고. 유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쭈뼛거리며 주현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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