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환은 김한빈을 좋아한다. 김진환은 김한빈을 좋아해. 그런데 김한빈은? 김한빈은 김진환을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싫어하는 것도 아니야. 그건 분명해. 진환이 아무 의미없는 내용을 노트에 적어 내려가며 멍하니 끄적일 때쯤, 진환의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웅하고 울린다. 안봐도 알 것같은 톡을 보낸 이의 얼굴이 진환의 머릿속에 스친다. 뻔질나게 연락하는 너도, 못밀어내는 나도, 병.신 병.신... 죄다 상병.신들뿐이야. 라고 생각하며 진환이 폰을 확인했다. 오늘 우리집 비니까 야자마치면 우리집으로 가자 -한빈이 진환은 기분이 나빴다. 한빈은 언제나 제멋대로니까. 진환의 의사는 묻지도않고 언제나 결과를 통보했으며 진환은 그런 한빈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가기 싫은데... 김한빈은 제 여친이랑 만나지 않는 날이면 진환에게 함께 집에 가자고 했다. 게다가 제 집으로 가자는 말은 필시 오늘 진환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할 참이었다. 오늘만큼은 해보지도 않은 반항을 하고싶었다. 카톡창에 뭐라 쓸까?... 거절하는 적은 처음이라 썼다 지웠다 하던 진환이 이내 결심한 듯 빠르게 손을 놀리며 톡을 보냈다. 기말도 얼마안남았고.. 그냥 다음에 해.. 짜증이 묻은 얼굴로 폰을 어서 끄고 폰과 함께 진환은 책상위에 엎드렸다. 김한빈때문에 되는게 없어... 완전 미워.. 혼자 푸념을 늘어놓을 쯤, 다시 손에서 진동이 웅웅 울렸다. 엎드린 진환은 눈 앞으로 폰을 가져와 액정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미리보기로 뜨는 한빈의 카톡. 김지혜는 오늘 생.리해서 안될거같아 -한빈이 그리곤 다시 웅-. 너라도 같이가. -한빈이 너라도. '라도'라는 그 말이 진환에게는 참으로 가슴을 후비는 말이었다. 왜 맨날 지 여친 대용품취급이야. 안그래도 싱숭생숭했던 진환의 맘이 더욱 어지러워졌다. 이젠 눈물도 안난다. 사실 진환은 한빈이 너무도 좋았으니까. 한빈이 하자는대로 하고, 달라는 건 모두 다 퍼줬던 진환이었다. 한빈에게 끌려다닌 지 벌써 3년이었다. 진환이 답답한 건 확실하지 않은 한빈의 태도였다. 그래 이렇게 잘해주다보면 나에게도 관심을 주겠지. 좋아해주겠지. 싶었던 진환의 바램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한빈은 진환을 만나면서도 여자친구를 끊이지 않고 만나댔다. 너는 날 도대체 왜 만나는거야. 그런데도 니가 더 좋아지는 나는 뭘까. 한빈아. 넌 왠 줄 알아? 어쩔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쉰 진환이 폰을 켜 카톡창에 다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