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들 |
A는 C와 이야기가 잘 통했다. 우리 셋 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들은 거의 씨네필에 가까웠고. 나는 그저 잠시 흥행하는, 아니 영화를 ‘좋아할’ 뿐이었다. 전문 지식, 미쟝셴이 어떠니 하는 건 나에게 통하지 않았다. A와 C는 만나기만 하면 영화 이야기를 한다. 아주 적은 확률로 책의 대한 이야기를 하겠지. 그들의 관심은 오직 영화로 시작해서 영화로 끝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나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게 다였다. 나름 정기 모임인 월요일 오후, 우리는 A의 집에 모여 앉아 고전 영화를 봤다. A와 C의 취향이 다분히 녹아있는 작품이었다. 흑백 필름은 재미가 없었다. 화면 속의 검정 그림자도, 회색 얼굴도 나에겐 그저 재미없는 영화의 한 장면일 뿐이었다. 아, 그림이나 그리게 공책이나 가지고 올 걸 그랬다. 그들의 침묵, 정확히 말하자면 A의 침묵을 깰 수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잠을 청하기로 했다. 오디오로는 자막 없이는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만이 흘러나왔고, 그렇게 어느새 나는 잠들어버렸다. 내가 눈을 뜬 건 엔딩 크레딧이 거의 다 올라갈 무렵이었다. |
장마 |
“요즘 구름은 존, 나게 기분파인가보다.” 나는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하늘이 어둡다. 다음 교시가 체육시간인데. 3반과 세기의 축구대결을 앞둔 우리 반에서는 괴상한 언어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씨'바, 야. 비와도 해.” 어찌나 승부욕이 불타는지 반 아이들 모두에게 동의를 얻어 우리는 빗속의 축구 한 판을 하기로 했고, 나는 비 맞기 싫다는 의견을 냈지만 가볍게 묵살 당했다. “찝찝하게 비 맞고 어떻게 있어. 난 안 뛸 건데.” “마지막 교신데 좀 젖으면 어떠냐, 꼬우면 벗든가.” 이길 날이 없다. 자칭 축구 매니아인 A의 고집을 꺾지 못하는 우리 반 학우, 아니 병'신들이 한심해 보였다. 못 말리냐 저거. 구름 너머로 아득히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 * * 여름이 끝나가는, 초가을의 문턱 앞에서 우리는 손을 잡았다. |
구체적인 틀은 하~~~~~~~ 나도 안 잡혔는데
그냥 장면이 떠올라서 써봐따
징들 의견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