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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9년 전 (2014/10/05) 게시물이에요
닛포리 역에서 북쪽으로, 준회는 느리게 발을 내딛었다. 복잡한 시내가 보였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준회가 머플러 안으로 좀 더 고개를 묻으면서 가방 끈을 움켜 잡았다.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어떠한 신념 비슷한 감정이 깃든 움직임이었다. 준회는 크랩 맛이 나는 멘치카츠를 하나 입에 물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이 월의 바람은 찼다. 말캉한 두 뺨을 얼게 했고, 시야를 흐리게 만들어서 몸을 금방 지치게 만들었다. 준회는 다시 한 번 가방 끈을 쥐고 흔들면서 눈 앞에 나타난 고양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옅게 깔린 눈 위를 우아하게 걸어다니는 고양이는 걸음을 좀 더 옮기면서부터 차차 늘어났다. 준회는 고양이를 따라갔다. 꼬리에 방울을 달고 여유롭게 네 다리를 움직이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야나카, 긴자, 라고 쓰인 간판이 준회의 마음을 크게 몇 번 두드렸다. 주위엔 온통 고양이뿐이었다. 고양이가 울고, 세수를 하고, 낯선 이방인들을 말간 눈동자로 예리하게 시선했다. 거기엔 준회도 포함됐다. 일본어가 복잡하게 뒤엉키고 있는 시내에서 멍청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타지인은 오로지 그가 전부였다. 준회는 색이 알록달록하고 털이 곧게 뻗은 고양이에게 손 인사를 했다. 고양이는 그런 준회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몇 분 쯤을 걷자 거리는 조용해졌다. 관광객들에게 튀긴 음식을 건네는 상인들도 없었고, 시끄러운 호루라기를 불며 주위를 끄는 우편배달부도 없어졌다. 비로소, 정말로 고양이 마을이 나타난 것이었다. 준회는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꺼냈다. 초점을 맞추고, 피사체를 확인한 뒤 굼뜬 동작으로 셔터를 눌러 풍경을 담아냈다. 준회는 카메라에 담긴 화면을 잠시 쳐다보다가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여행 정보를 주로 다루는 잡지사의 거의 잘릴 위기인 취재 기자 중 하나였지만, 그래도 낯선 외지를 담는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모든 걱정이 사라질 정도로 가슴이 떨리고 행복했다. 준회는 무언가가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계속해서 셔터를 눌러댔다. 사진이 찍히면, 그 안엔 자신을 바라보는 표정의 고양이가 있었다. 

어떤 가옥 하나가 보였다. 준회는 걸음을 멈추고 그 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한옥처럼 보였지만, 마루 안에 와시츠가 숨겨진 걸로 보아 일본풍의 전통 주택이었다. 준회는 멋대로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당엔 고양이 여섯 마리 쯤이 우글거리게 모여 작은 연못을 할짝이고 있었다. 준회는 그걸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었다. 각기 다른 색상의 고양이들은 준회가 들어와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갈증을 달래는 데 급했다. 

준회는 가옥의 풍경 몇 장을 더 찍었다. 낙엽이 떨어진 나무를 찍고 그 위를 올라탄 검은색 고양이를 찍고, 해가 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배경으로 한 장 더 찍었다. 준회는 어느 틈엔가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부비고 있는 고양이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감촉에 잔뜩 털이 묻어날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짐승의 평화로운 움직임에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누구세요? 

 

준회는 뜻 밖의 한국말을 듣고 급히 몸을 일으켰다. 짙은 색의 기노모를 걸친 소년이 묘한 경계심이 서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준회의 다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던 고양이는 이제 소년에게로 건너가 몸을 부볐다. 준회는 카메라를 쥔 손을 움찔했다. 저도 모르게 셔터를 누를 뻔 했다. 

 

미안해요. 주인이 없는 집인 줄 알고. 

...... 

아, 그렇다고 이 집이 그럴 정도로 멋있지 않다는 게 아니고...... 

 

준회는 급하게 말을 덧붙이면서 소년의 모습을 쳐다봤다. 길게 찢어진 눈꼬리는 분명 일본의 소년상을 닮았다. 준회는 카메라를 들어 그런 소년을 한 장 찍었다. 소년은 그런 준회의 태도에 화를 내지도 짜증이 치민 얼굴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고양이를 닮은 표정으로 말 없이 준회를 응시하고만 있었다. 

정적을 깬 것은 준회였다. 

 

혼자 살아요? 

...아니요. 고양이들이랑. 

 

준회는 약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가느다랗고 또박또박한 발음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어넣어 마음을 일렁이게 했다. 

 

예쁘네요. 

...... 

고양이들이. 

 

해가 저물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준회는 중얼거렸다. 예쁜 마을이에요. 준회는 카메라를 도로 가방에 집어넣고 가옥을 떠날 준비를 했다. 고양이 특유 묘함을 담은 눈빛이 모두 준회를 향했다. 준회는 그 짐승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줬다. 아까처럼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고양이는 없었다. 

 

멋대로 들어와서 미안해요. 사진을 좀 찍었는데, 괜찮겠죠? 이거 마감 안 지키면, 나 진짜로 백수 될 위기라. 

...... 

갈게요. 만나서 즐거웠어요. 사진은 다음 달 쯤에 보낼게요. 꼭 봐요. 

 

준회는 소년한테도 길게 손을 흔들었다. 이윽고 가옥을 벗어나고, 그는 망설임 없이 다시 닛포로 역으로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소년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이내 바로 앞에 놓인 고양이를 한 번 쓰다듬었다. 

 

 

 

 

우편배달부는 힘껏 호루라기를 불었다. 워낙에 인적이 드문 곳이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편을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었다. 그 때보다 아주 약간 더 머리칼이 자라난 소년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우편물을 받았다. 

보낸 이, 구준회. from Korea. 받는 이, 소년. 소년은 반듯하게 쓰인 글씨를 한 번 쓸었다. 

봉투를 열자, 여러 장의 사진이 쏟아져 나왔다. 가옥을 찍은 사진, 하늘을 찍은 사진, 한가롭게 물을 마시고 있는 고양이들을 찍은 것까지 그 용도는 다양했다. 소년은 제 다리로 엉켜 붙는 고양이를 떼어내며 마루 위에 앉았다. 마지막 다섯 장의 사진은, 가옥 밖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가 그 때 한동안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셔터를 누른 모양이었다. 고양이를 쓰다듬고, 이내 방 안으로 들어가는 자신의 뒷모습이 연속해서 찍혀 있었다. 소년은 마지막 사진을 확인하고 뒷면을 펼쳤다. 마지막은 아무 것도 없는, 자신이 사라져 마당이 텅 비어버린 가옥의 모습이었다. 

거기엔 서투른 일본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私の初の日本. 

初の愛. 

美しさ. 

そして君. 

나의 첫 일본. 첫 사랑. 아름다움. 그리고 너. 

소년의 위로 붉게 번진 벚꽃이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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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완전 ㅂㅑㄹ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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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대박이다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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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동동이 기모노 입어도 잘 어울리겠다ㅠㅠㅠㅠㅠ진짜 소년소년한 분위기 날듯...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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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하면안돼...읽을거야...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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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허허우허ㅏㅎ어아ㅜㄴ 그삥이 바로 나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탸댱해ㅠㅠㅠㅠㅠㅠ바로이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후하 내머릿속에선 진전되지도 않던 소재를 이런 금글로 만들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삥의 금손에 경의를 표할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후하후하 숨이 안쉬어진다ㅠㅠㅠㅠ
9년 전
글쓴둘리
어머어머 이렇게 격하게 좋아해주다니!!!! ㅋㅋㅋㅋㅋㅋ 읽어줘서 고마워 너 삥은 love...☆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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