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미래에. 역사가 나를 여인에 빠져 본분을 잊은 무능한 왕이라, 또 폭군이라 기억한다면, 그러라 하지요.'
'나는 내 황후의 기억 속에 무능한 지아비로 남는 것이 훨씬 더 두렵습니다.'
겨울이 아닌 봄에 당신을 만났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달랐을까.
봄 같은 사랑을 했으려나.
선택 받은 자. 설국(雪國)의 황제 김민석. 結
'아, 추워.'
반쯤 열린 창틀에 새가 앉아있다.
비둘기 말고, 닭 말고.
왕관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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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안에서도 하고 싶고, 나가서도 하고 싶고,
풍국까지 데려가서 내 방안에서도 하고 싶고
씨;발 지금 저 밖에 눈 깔린 바닥 위에서 하다가
등에 동상이 걸려서 살갗이 다 벗겨져도 좋으니까
거기서도 뒹굴고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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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니가 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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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가 주인 떠나 무얼 할까.
'너에게로 날아가고 싶어.'
새장을 찾아 왔는데, 자신은 이미 날개가 없다.
그런데 왜 새장을 버릴 수 없는 것일까.
구제 받는 자. 풍국(風國)의 황제 오세훈. 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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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아니야. 하나도 안 닮았잖아?"
"응. 안 닮았어."
"...."
"그래서 예뻐."
"우리 공주마마가 오늘 왜 이리 애기짓을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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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만한 감옥도 없는데,
궁궐안에 있는 네가 이렇게 불안하니,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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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궁녀들이 차갑게 젖은 귤들을 다시 공주의 방으로 옮겨 그 나무 상자에 채워넣었을 때에는, 나무 상자 안에 비는 칸이 하나 없었다.
그리고 경수는 일주일 동안 지독한 감기를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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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의 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고 덤덤한 어투로 뻔한 안부인사만을 전한다.
길지만 별 큰 뜻은 없는 서찰의 끝에는 추위에 몸을 조심히, 또 건강히하라는 문장이 써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눈물이 나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맨 마지막에 그 건강하라는 문장 끝에 쓰여있는 두 글자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온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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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팔았으면 팔았을지언정, 누구에게 넘길 생각은 꿈에도 한 적이 없다고."
..저잣거리 거지놈에게라도 시집을 가겠다 네가 그리 울 때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 냉랭한 얼굴만 보이다 그날 밤 어둠 속에서 홀로 눈물 흘리던 내가 아닌가.
가질 수 없는 자. 지국(地國)의 왕 도경수. 結
"궁궐의 꽃은 만개를 하였는데. 내 꽃은 언제 오나."
이곳에 도착하면, 어떤 색의 꽃을 좋아하냐 물으리라.
그리고 답하는 대로 화국의 궁궐안을 모두다 그 색깔의 꽃으로 물들이리라.
내가 꽃 화(花)자를 쓰는 화국의 왕이냐 되물었던가.
정말 불의 나라가 아닌, 꽃의 나라라 생각이 될 정도로. 내 너를 위해서라면 꽃으로 궁을 채우리.
꽃이 싫다하면, 꽃잎 하나라도 눈에 띄지 않게 다 뽑아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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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꽃 피워주마."
가지려 하는 자. 화국(火國)의 왕 박찬열. 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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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가다 묻는다. '달님, 돌아가고 싶어?' 하고.
그리고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먼저 선수를 친다. '가지마. 나랑 있어.'
없애버릴까, 땅에 묻어버릴까.
어떻게 해야 너를 이 세상에 - 내 옆에 붙잡아놓을 수 있을까.
찢을까, 불태울까. 하지만 그러면 혹시 너에게 해가 가진 않으려나. 종잇장이 찢기는 순간 네가 사라지면 어쩌나.
나는 보이지도 않는 글자들이 끝나면, 너는 어떻게 되며 -
내가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그 세상으로 네가 돌아가버리면...
네가... 내가 없는 그 세상에서, 네가...
...나 없이 울기라도 하면 어쩌나.
그리고 네가 없는 이 세상에서, 나는 어쩌나.
매일 밤을, 날 싫다고 밀어내는 널 안고서.... 고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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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달님이 나를 사랑하나?"
-
'미안해.'
'한 번만 더 나 버리고 가.'
빼앗아야 하는 자. 설국(雪國)의 황제 변백현. 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