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던 어느 날, 원두는 길가에 쓰러진 아기고양이 한 마리를 구해줬어. 집으로 데려와 씻기고 먹이고 따뜻하게 돌봐줬지. 기운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곁을 지켰어. 원두의 보호 아래 아기고양이는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해 왜 점점 주둥이가 길어지고 꼬리가 풍성해지지...? 원두는 설마설마하며 검색을 했고 알게 된 거야. 아 내가 여우를 주워왔구나....
원두는 곧바로 동물보호센터에 연락했어. 여우를 민간인이 기를 수는 없으니까. 센터에서는 곧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고, 원두는 기다렸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를 않아. 센터에 몇번 더 전화를 해봤지만 소용 없었어. 결국 아이를 안아들고 직접 찾아갔는데, 센터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아무도 원두를 바라보지 않는 거야. 마치 원두는 그곳에 없는 사람이라는 듯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도 봤고, 답답한 마음에 소리 높여도 봤지만 모두 소용 없었어. 사람들은 하나같이 원두를 무시하고 지나쳤어. 원두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쩐지 지쳐있는 듯한 여우를 품에 안고 원두는 심각하게 고민했어. 이렇게 되면 내가 키울 수밖에 없는 건가...
생각에 잠기느라 눈치채지 못했지.
품 안의 여우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음을. 정말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어
자신이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는 여우를 데려왔다는 걸 오늘 그 여우가 센터 사람들 수십명에게 재주를 쓴다고 가까스로 회복한 기력을 모두 다 써버렸다는 걸 오직 원두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까지 했다는 걸 원두는 정말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어.
여우 김우석은 사람을 홀릴 줄 알고, 홀릴 수 있는 요물이야. 하지만 그는 절대로 원두만큼은 건드리지 않아. 김우석이 바라는 건 자신에게 홀린 원두가 아니라 자신과 같은 마음을 갖게 된 원두니까. 너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기를. 내가 네게 느끼는 소유욕, 애정, 집착만큼 너도 나를 돌이킬 수 없이 갈망하게 되기를 김우석은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재주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
근데 이거 참 쉽지 않네ㅋㅋ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 원두가 자신을 애완동물쯤으로만 여기는 것도 짜증나는데 종종 원두의 집을 찾아오는, 개냄새를 풀풀 풍기는 인간도 너무 거슬린단 말이지 아무래도 조만간 정체를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하는 우석이야. 인간화를 하는 건 오랜만인데 잘 컨트롤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