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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115l 7
이 글은 5년 전 (2019/7/29)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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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에서 아무도 죽지 않았다면/페퍼와 토니 결혼X/평화-토니가살아있는FFH-소문과 이어집니다./날조&캐붕주의 

1. 파프홈 관람하는 토니와 냇 

 

https://www.instiz.net/name_enter/64373247 

 

2. ㄱ토니피터 ; 엔겜에서 피터가 스냅한다면 

 

https://www.instiz.net/name_enter/64373316 

 

3. ㄱ토니피터 ; 코알라가 보고싶은 피터를 위해 

 

https://www.instiz.net/name_enter/64373347 

 

4. ㄱ토니피터 ; baby spider 

 

https://www.instiz.net/name_enter/64373386 

 

5. Another ending ; 엔겜에서 모두 살아있다면? 

 

https://www.instiz.net/name_enter/64373470 

 

6. ㄱ토니피터 ; 평화 (1편) 

 

https://www.instiz.net/name_enter/64373568 

 

7. ㄱ토니피터 ; 파프홈에서 토니가 살아있다면 (2편) 

 

https://www.instiz.net/name_enter/64373585 

 

8. ㄱ토니피터 ; 소문(male escort) (3편) 

 

https://www.instiz.net/name_enter/64373639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피터는 방과 후 스타크 인턴쉽을 더 열정적으로 참여했고,-토니의 한숨이 늘어난 것은 덤이었다.- 뉴욕의 골목을 누비던 도중 누가봐도 수상하다고 생각되는 남자들이 보라색으로 빛나는 무기를 들고있는 걸 발견했다. 장난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렇게 어두운 골목에, 검은색 일색으로 치장한 남자들에, 수상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까지. 누가보아도 이상하고 위험한 광경이었다. 지금 나서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피터는 이내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들자 건물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말한대로 물건은 준비 됐어, 어디로 가면 되지?” 

 

무기를 가방에 집어넣은 남자가 통화를 시작하더니 고개를 몇 번 끄덕이곤 차에 타고 사라졌다. 전화 한 남자 1명, 운전자 1명, 조수석에 1명. 피터는 부디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위험이기를 바라며 토니에게 연락을 취했다. 

 

“캐런, 스타크씨랑 전화 연결 가능할까?” 

 

[프라이데이에게서 다운로딩한 이번 주 일정에 의하면 지금은 회의에 참석하고 있을 시간인데, 문자라도 남길까?] 

 

“음, 보라색으로 빛나는 무기를 가진 남자들을 쫓고 있다고 남겨줘.” 

 

[알겠어.] 

 

저가 학교에서 기억하기도 싫은 그 소문에 시달린 이후로 토니는 더욱이 피터의 생활에 신경썼고, 피터는 그의 그러한 걱정을 줄이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보고했다. 이 정도 보고면 충분하겠지! 피터는 그렇게 생각하며 차량을 뒤 쫓았다. 

 

그리고 그 시각, 회의에 참여 중이던 토니는 제 앞에서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5번째 발표자를 보며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다음.” 

 

발표자가 눈에 띄게 안도하며 단상에서 내려갔다. 저번에도 느낀 거지만 종이로 만들어지는 나무에 대한 모독이야. 토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왜 여기 앉아있는지 생각했다. 

 

「“? Kid? 왔으면 말해야지, 뭘 그렇게 넋 놓고 있어?” 

 

페퍼가 중국으로 출장 아닌 출장을 간 후 피터가 저의 집무실로 처음 출근한 날이었다. 서류에 집중하고 있던 토니는 피터가 들어온지도 모른 채로 일하다가 목이 뻐근해짐을 느끼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제 눈 앞에 저를 쳐다만 보고 있던 피터를 발견하고는 의아함을 담아 물었다. 얘가 또 무슨 사고 쳤나.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조용해? 

 

“어, 아뇨, 스타크씨가 집중하고 계시길래, 그게, 이렇게 회사에서 일하시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싱겁긴, 새삼스레 반하기라도 했나보지?” 

 

“아, 아뇨! 반한다기 보다는, 그게, 스타크씨는 이렇게 큰 회사를 이끌어가는 분이시고, 음, 그런 대단하고 Awesome한 일을 하시는 분이 제 눈 앞에 계시다는게, 아, 저 완전 바보같아 보일 거 아는데, 그게,” 

 

피터의 말에 토니는 장난처럼 대꾸했으나 피터가 얼굴이 벌개져가며 손 사레를 치며 변호하는 모습을 보자니 어쩐지 저마저 간질간질해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드러내기에는 저는 어른이었다. 

 

“그래, 그건 안다니 다행이네, 너 일하러 온거야. 가방 저 쪽에 벗어놓고. 프라이데이, 피터가 할 수 있는 일 좀 정리해서 알려줘.” 

 

[Yes, Boss.] 

 

토니는 간질간질한 제 심장 언저리를 무시하며 피터에게서 눈을 뗀 채 다시 서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무어라 항변하려던 피터가 이내 프라이데이의 안내에 따라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는 것을 곁눈질로 살펴 본 토니가 이내 즐거운 듯 미소지었다. 저렇게 좋아라하면 뭐, 일 좀 열심히 해볼까?」 

 

그러고보니 그 때 피터 얼굴이 아주 볼만했는데. 시선은 제 눈 앞에 띄워진 홀로그램을 향한 채 토니는 저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런 토니의 미소를 정면에서 마주친 발표자의 음이탈이 들려오자 다시 인상을 그었다. 토니 스타크, 집중하자, 집중.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아이의 생각에 토니는 남 몰래 한 숨 쉬었다. 그리고 그 때, 제 홀로그램 화면에 나타나는 메시지에 토니는 의자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Boss, 피터 파커로부터 메시지입니다. 

'보라색으로 빛나는 무기를 가진 남자들을 발견해서 쫓고 있어요.'] 

 

“미안하지만 난 급한 일이 생겨서 나머진 서면으로, 아니, 그건 종이가 너무 아깝잖아. 오늘 회의는 다음 주에 다시 하는 걸로. 프라이데이, 창문 열어.” 

 

급하게 말을 마친 토니는 몸을 감싸는 나노 입자를 느끼며 창문으로 뛰어 내렸다. 순식간에 사라진 제 회장님을 보며 직원들은 이제는 익숙하게 바람에 휘날리는 종이들을 주워 정리하고는 제 부서로 돌아갔다. 

ㅡ 

검은색 차는 도시의 외곽을 달려 이내 폐건물에 도착했다. 트렁크에서 무기를 담은 가방을 내리는 것 까지 확인한 피터는 근처의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캐런, 저 건물 안에 몇 명이나 있어?” 

 

[현재 확인되는 인원은 아까 차량에서 내린 3명과 안에 있는 2명이 전부야. 5명 모두 무장한 상태니까 조심하고.] 

 

“Okay.” 

 

웹슈터를 한 번 더 점검하곤 나서려던 피터는 이제는 익숙해진 출력음과 빨간색 형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음, 내가 헛 걸 보는 건가, 여기 계실리가 없는데.  

 

“캐런, 정말 혹시나, 설마하는 마음에 물어보는 건데…….” 

 

[“나도 정말 혹시나, 설마하는 마음에 물어보는 건데 혼자 저길 들어갈 생각이었던 건 아니지, Kid?”] 

 

“스타크씨? 어, 일정에 분명, 회의 중이시라고 들었는데?” 

 

[“그 말은 꼭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내가 그보다 나은 질문 하나만 할게. 너 네가 본 그 보라색으로 빛나는 무기가 뭔줄이나 알고 가는거야, 지금?”] 

 

“그건,” 

 

피터의 앞에 선 토니가 굳은 표정을 숨기지 않고 다그치듯 묻자 피터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만 굴리며 우물쭈물 말을 흐렸다. 그 모습을 본 토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피터.” 

 

“네….” 

 

“네가 말한 그게 우주에서 온 물질이면 어떡하려고 했어. 네 힘으로 해결할 수 없었으면? 하지만 내가 올 수 없는 상황이었으면?” 

 

회의까지 중단한 채 피터에게 날아오는 동안 토니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학교에서의 그 우습지도 않은 연극 이후로 눈 앞의 꼬맹이가 저에게 더 열심히 보고하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물론 토니는 피터가 보고하지 않더라도 어디서 무얼 하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지만, 아이가 저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과 제가 알아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 변화를 기꺼워하는 쪽이었고. 그래서 토니는 재앙의 주둥아리라는 별명을 가진 이 답지 않게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제 의견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미 실패한 것 같지만. 토니는 팔짱을 낀 채 나지막히 말했다. 

 

“Pete, 네가 초인이라는 사실은 내가 널 걱정하는 마음에 단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아.” 

 

“……네, 명심할게요.” 

 

피터는 이렇게 눈에 잡힐듯이 보이는 토니의 애정과 호의를 받을 때면 마음이 먹먹해졌다. 세상에서 저를 먼저 찾아주고, 믿어준 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저를 찾아준 유일한 사람. 그리고 그 순간 피터는 이 먹먹함과 벅차오름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그래, 훈육은 이쯤하는 걸로 하고. 그래서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이라도 들어보자.” 

 

그렇구나, 이런게 사랑이구나. 

피터 벤자민 파커, 16세.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ㅡ 

무장한 2명이 거래하는 당사자는 아니었던 모양인지 피터가 쫓아온 3명과 그저 대치상태를 유지했다. 계획이랄 것이 없던 피터는 정면돌파를 제안했고, 가진 정보가 적었던 토니는 그 제안에 수락했다. 애초에 건물 자체도 1층짜리였고, 무장한 민간인 5명은 어차피 피터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거래하려는 물건이 정체불명의 보라색으로 빛나는 무기만 아니었다면 굳이 토니가 오지 않아도 충분한 사건이었다.  

 

“프라이데이, 저 보라색으로 빛나는 거 혹시 지구 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질이야?” 

 

[현재 이 거리에서 확인 가능한 사실은 고농도의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어느 정도의 위력을 낼 수 있는지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제 똑똑한 인공지능이 감안할 수 없다는 건 어찌되었건 우주의 무언가일 확률이 높다는 거였다. 그도 아니면 예전의 저처럼 누군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냈던지. 

 

“들었지, Kid? 들어가면 저 보라색 무기부터 한 쪽으로 처리하자구.” 

 

“네, 알겠어요.” 

 

토니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하자 어딘가 긴장한 듯한 기색의 피터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 그만한 아수라장이 있고 난 뒤였으니 아이가 우주의 ㅇ만 들어도 이런 반응을 보일만도 했다. 아이가 긴장한 게 자신 때문이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토니는 오늘 저녁에는 피터가 좋아하는 샌드위치라도 먹이며 이야기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ㅡ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 어, 인사가 격하시네요!” 

 

“이런 환대라니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네.” 

 

천장을 뚫고 나타난 스파이더맨을 본 이들이 무어라 소리지르며 총을 쏘기 시작했다. 피터의 말에 토니가 짜증스레 대꾸하며 리펄서빔을 날렸다. 피터는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며 무기가 든 가방을 찾아 벽 한 쪽으로 거미줄을 날려 고정했다. 몇 차례의 총성과 비명소리, 건물 외벽이 부서지며 뿌연 연기만이 건물을 채웠다. 상황이 순식간에 정리되고 피터가 무기가 든 가방을 향해 걸어가는 때였다.  

 

[Boss, 응축된 에너지가 발산형태로 바뀌고 있어요!] 

 

“피터, 피해!” 

 

뿌연 연기 속에서도 토니는 피터를 찾아 감싸 안았다. 그 몸놀림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토니의 본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토니는 아이가 입고 있는, 토니 본인이 만든 그 수트가 어느 정도의 내구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 내구성을 뛰어넘는 위험이더라도-일반인이라면 즉사할 수도 있는, 달리는 기차에 치이는 위험이라던지- 아이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점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토니 스타크의 머릿속에서 그 모든 사실들을 종합한 결과 아이가 이 위협에 무사할 거라는 결론을 냈음에도 토니는 몸을 날려 아이를 감싸안았다.  

 

“토니!” 

 

이게 이제 이름으로 막 부르네. 품 안의 온기가 제발 무사하기를, 폭발의 충격과 그로인해 무너지는 건물들의 잔해가 제 몸을 누르는 것을 느끼며 토니는 눈을 감았다.  

폭발이 일어나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피터가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제 위에 늘어진 토니였다. 

 

“스타크씨? 스타크씨, 제발 대답 좀 해보세요.” 

 

제 위에 놓인 어른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이름을 불렀지만 토니는 눈을 감은 채 미동이 없었다. 피터는 덜컥 겁이 났다. 생각하자, 피터 파커, 생각하자, 스파이더맨. 지금 뭘 어떻게 해야하지. 우선, 우선은 스타크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돼. 

 

“캐런, 로마노프씨한테 전화 연결 좀 해줄래?” 

 

[“이런, 피터 네가 전화를 하다니 무슨 일이야?”] 

 

“로마노프씨, 스타크씨가 눈을 안 떠요, 아니, 건물이 폭발해서,” 

 

[“피터? 거기 어디야.”]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피터의 모습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타샤가 위치를 물었다. 여기, 여기 위치가. 

[“알겠어, 금방 갈게. 피터, 진정해. 괜찮을거야.”] 

 

전화가 끊어진 후 피터는 건물의 잔해를 들어 올려 토니를 밖으로 옮겼다. 퀸젯이 나타나고, 익숙한 실루엣이 달려오자 피터는 긴장의 끈을 놓고 눈을 감았다. 

ㅡ 

피터가 눈을 뜨고 처음 본 것은 팔짱을 낀 채로 저를 바라보고 있던 나타샤였다. 

 

“……로마노프씨?” 

 

“세상에, 피터, 일어났어? 몸은 괜찮은 것 같니?” 

 

“스타크씨가…….” 

 

“그래, 토니는 다른 병실에 있어. 헬렌이 와서 봐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넌 어때, 괜찮아?” 

 

“저는, 저는 괜찮아요. 스타크씨가,” 

 

“피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침상 옆으로 의자를 당겨 앉은 나타샤가 묻자 피터는 제가 보라색 무기를 가진 남자를 쫓아갔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군, 그게 폭발해서. 알겠어. 내일 학교도 가야하니까 오늘은 이만 쉬자. 그 무기에 대해서는 나랑 다른 멤버들이 알아볼테니까.” 

 

“스타크씨는 괜찮나요?” 

 

“……아직 눈을 못 떴어. 머리 쪽에 충격이 조금 있었던 것 같은데, 수술 할 정도는 아니고. 괜찮을 거야. 우주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인데, 아무렴.” 

 

“…….” 

 

나타샤의 위로에도 피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떨어뜨렸다.  

 

“집에 가고 싶으면 이야기해. 나나 캡틴이 데려다 줄거야.” 

 

평소 같았다면 신이 나서 방방 뛰었을 아이는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나타샤는 그런 아이를 바라보다 조용히 병실 문을 열고 나갔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우울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다니는 피터에게 네드는 무슨 일이냐 물을 수도 없었다. 피터 괴롭히는 일을 학교생활의 낙으로 삼던 플래시마저-토니가 다녀간 이후에도 플래시의 괴롭힘은 빈도가 줄기는 했지만 계속되었다.- 피터를 향해 무슨 일 있냐 물을 정도였으니. 혹시라도 토니가 눈을 떴다는 연락이 올까봐 피터는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수 없었다. 

 

[해피, 스타크씨 괜찮나요?] 

[스타크씨 눈은 언제쯤 뜰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정말 괜찮은 거 맞나요?] 

[스타크씨가 눈 뜨면 연락 좀 주세요…] 

 

5분 단위로 보낸 문자는 모두 토니의 안부를 묻는 문자였다. 학교를 빠지고 옆을 지키고 싶었으나 나타샤와 캡틴, 제임스마저 완고하게 안 된다며 딱 잘라 거절했기 때문에 피터는 학교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피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자책과 토니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으로 수업에 한 글자도 집중할 수 없었다. 공책 한 귀퉁이에 의미 없는 끄적임을 이어가던 피터가 제 핸드폰으로 온 해피의 답장에 벌떡 일어섰다. 

 

[토니 일어났어.] 

 

“피터 파커? 무슨 문제라도 있니?” 

 

“어, 저, 제가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조퇴하고 병원 좀 가고 싶어서….” 

 

평소 성적도 좋고 수업에 성실한 태도를 보이던 피터가 오늘 유난히 집중을 못한다 생각하던 선생님은 아무런 의심 없이 담임에게는 자신이 이야기 해주겠다며 푹 쉬라는 말을 덧붙였다. 피터는 가방을 챙겨 그 길로 거미줄을 타고 본부로 향했다.  

“스타크씨!” 

 

달려왔는지 문을 열고 나타난 아이는 이마에 송골송골한 땀을 맺힌채 가슴팍이 불규칙하게 오르락 내리락했다. 뒤따라 들어온 해피가 일났다는 표정으로 피터를 허망히 쳐다봤다. 브루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토니는 저를 부르는 어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 여지껏 보지 못한 의아함이 담긴 눈동자에 피터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순간, 

 

“저 꼬맹인 뭐야? 설마 내 아들은 아니지?” 

 

토니의 말 한마디에 병실 내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이는 뻣뻣하게 굳은 얼굴을 한 채 눈만 굴렸다. 이게 지금, 무슨……. 

 

“어, 그게, 저는 피터 파커에요…” 

 

저를 빤히 쳐다보는 의구심 가득한 눈빛에 피터는 제가 말하면서도 왜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한 채 더듬더듬 자기 소개를 했다. 피터는 맹세코 제가 토니의 앞에서 스스로 자기 소개를 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토니는 늘, 어쩌면 피터 자신보다도 저를 잘 아는 이였으므로. 그 모습을 팔짱을 낀채 바라보던 토니가 피터의 말을 자르곤 한 마디 던졌다.  

 

“그래서, 어벤져스가 언제부터 보모가 됐어?”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우두커니 선 피터만을 제외한 실내의 멤버들이 한숨을 삼켰다. 세기의 천재, 지구를 구한 불세출의 영웅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남자가 기억 상실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누가 저 재앙의 주둥아리 좀 막아, 나타샤의 조용한 읊조림에 로마노프요원, 생각보다 입이 많이 험하네? 하는 토니의 비꼼만이 나지막히 병실을 채웠다.- 

“다른 외상 소견은 딱히 없는데, 머리 쪽에 있던 충격 때문에 기억에 장애가 조금 온 것 같아. 아니면 그 보라색으로 빛났다는 무기 때문이던지.” 

 

“정확하게는 2012년 뉴욕에서 치타우리 침공 이후의 기억이 없대.” 

 

“잠깐, 잠깐만요. 그럼…….” 

 

피터를 병실 밖으로 데리고 나온 나타샤와 브루스가 토니의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의 하얀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려가는 꼴이 안쓰러웠다. 그런 피터의 모습을 보며 나타샤가 안타까운 눈빛을 한 채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래, 피터. 저 안의 토니는……널 기억하지 못해.” 

 

피터는 마음 한 구석 어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피터는 아무도 없는 제 집의 침대에 누웠다. 아까 병실에 들어갔을 때 저를 의심하고 경계하던 토니의 눈빛에 어쩐지 가슴이 따끔거렸다. 스타크씨가 아니라 차라리 내가 다치는 편이 나았을텐데. 그 날 스타크씨한테 문자를 보내지 말고 혼자 갔더라면. 의미 없는 가정과 생각들이었다. 

스타크씨랑 처음에 만났을 때 어땠더라…. 그 때도 이미 내 모든 걸 다 알고 난 뒤에 오셨겠지. 스타크씨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래도 그 때도 저렇게 의심 가득한 눈빛은 아니셨는데……. 혼자 고개를 주억거린 피터가 생각을 이어갔다. 동영상도 같이 찍어주셨으면서. 그 다음엔 벌쳐 사건이 있었고……. 제가 보낸 문자에 답장하나 안 해주면서도 모두 다 읽고 심지어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피터는 그 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물론 그 직후에 무인아머인 줄 알고 소리쳤는데 스타크씨가 나오셨을 때 심장이 떨어진다는 기분도 같이 느꼈고. 그 때도 날 그렇게 걱정하셨었지. 그 다음엔 내가 어벤져스 제의를 거절하고……. 그리고 2년 동안 끊임없이 제가 토니에게 문자를 보내고, 찾아가고, 저를 Kid가 아닌 Pete라고 불러줄 만큼이나 친해졌는데. 도넛 모양의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갔을 때에도, 주홍빛 폐허 속에서 사라져가는 저를 걱정하던, 제가 붙잡았던 유일한. 그리고 되돌아온 저를 꼭 안아주던 그 온기.  

 

내가 그 온기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있는 물음이었다. 

 

‘스타크씨가 저를 선택하셨듯, 저도 스타크씨를 선택한거에요.’ 

 

이번엔 제가 모든 것을 걸고 제가 아는 토니를 되찾으면 될 일이었다.  

학교가 마치자마자 본부로 달려온 피터는 토니가 지난 밤부터 랩실에 틀어박혀 꼼짝도 않는다는 말에 랩실로 향했다. 다만, 

 

"어, 프라이데이? 랩실 문 좀 열어주실래요?" 

 

평소라면 자동으로 열렸을 문이 열리지 않자 피터는 그럴 리 없다 생각하면서도 고장을 의심했다. 그게 아니라면, 아니야, 설마. 

 

[파커군, Boss께서 랩실 출입 권한을 해제하셔서 보스의 승인 없이는 랩실에 출입할 수 없어요. 파커군의 방문을 알릴까요?] 

 

"아뇨, 아뇨, 잠시만." 

 

피터는 쓸쓸한 얼굴로 입을 다문 채 가방끈만 꾹 쥐었다. 설마 했던 일이었다. 그래, 스타크씨 입장에선 나를 못 믿으실만도 하지. 로마노프씨가 특히 저 시기의 스타크씨는 우주를 다녀오셔서 더 예민하시다고 하셨으니까. 머리는 그럴 수 있다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마음은 계속해서 그래도를 붙였다. 그래도, 그래도 꼭 이렇게까지 하셨어야만 했나. 들어줄 수 있는 이가 없는 말들이 나오지 못한 채 가슴에서 회오리쳤다. 그래,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서운해 할 시간이 없어. 

 

“프라이데이, 저 왔다고 스타크씨한테 알려주실래요?” 

 

[Boss께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돌아가라고 전해달라고 하시네요.] 

 

“어,” 

 

토니를 알게 된 이후로 이렇게 문전박대를 당했던 적은 없는 터라 이런 전개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피터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음, 네. 그럼, 내일 또 오겠다고 전해주세요.” 

그렇게 피터가 찾아가고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3일째 이어졌다. 밥은 잘 드시기는 하는건지, 또 커피로만 때우고 있는 건 아닌지, 피터는 이제 창문을 깨고 들어가볼까 하는 고민마저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안 나오셨다고하면 그냥 창문으로 들어가야겠다. 학교를 마치자마자 본부로 향한 피터는 랩실로 향하던 중 회의실에서 모여 앉아있는 멤버들을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회의실 안에 토니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크기는 했지만. 왜 다들 여기 모여계시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저를 향해 쏠리는 이목을 느끼며 피터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 피터. 마침 잘 왔어. 저번에 그 무기 거래하려던 사람들을 찾았어. 아마도 다른 사람이랑 거래하려는 모양인데.” 

 

“그럼 스파이더맨도 데려가면 되겠네.”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있던 토니가 몸을 떼며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을 토니가 먼저 제안하는 모습에 멤버들과 피터 모두 쳐다봤다.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표정에 나타샤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피터는 부디 이번엔 로마노프씨가 총을 꺼내들지 않기를 바랐다. 

 

“토니.”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쟤도 어벤져스 아니야? 기록 보니까 달려오는 트럭도 한 손으로 막아내고, 힐링팩터 때문에 기차에 치여도 멀쩡하던데. 능력도 살상보단 구출이나 생포에 적합한 것 같고, 이 일엔 쟤가 적임자야. 이의 있는 사람?” 

 

토니의 건조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목소리 때문인지 사람보다는 도구를 설명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피터는 토니를 만난 이후 언제나 제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으나 제가 생각한 인정은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이런 식으로. 피터는 애써 제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그래, 어쨌거나 인정해주신 거잖아. 좋게 생각하자. 

 

“어, 제가 도움이 된다면, 저도 가고 싶은데요.” 

 

“좋아, 그럼 오늘 회의는 끝난거지?” 

 

말을 마친 토니가 누가 잡기도 전에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피터는 그런 뒷모습을 황망히 쳐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중에 기억 돌아오면, 오늘 회의는 꼭 보여줘야겠어.”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야.” 

 

어딘지 모르게 서늘함이 느껴지는 나타샤와 제임스의 대화를 뒤로 한 채 피터는 제 앞에 놓인 홀로그램에 띄워진 정보를 머릿 속에 넣기 시작했다. 그래, 그 사람들을 찾으면 어쩌면 토니의 기억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길지도 몰라.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피터가 작전에 나갈 채비를 했다. 

“피터, 네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아까와 같은 돌발행동은 우리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어. 너 혼자 일하는게 아니잖아.” 

 

“네, 제가 너무 성급했어요. 죄송합니다…….” 

 

“그래. 다친 곳은 괜찮은 거야?” 

 

무너지는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마음이 급했던 나머지 피터는 무리하게 움직였고 그 탓으로 오른쪽 팔에 큰 상처를 입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며 욱신거리는 팔을 붙잡은 채 피터가 괜찮다 웃어보였다. 아프기는 했지만 내일이면 괜찮아질 터였고, 거래하려던 사람들도 생포했고, 사상자 한 명 없이 잘 마무리 되었으니 팔 한 쪽이면 과분한 거래였다. 웃음을 본 나타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토니가 어째서 이 아이를 작전에 투입하지 않으려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본부에 도착하면 곧장 브루스한테 가서 진료받고.” 

 

“음,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텐데…….” 

 

피터가 왼손으로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이의 웅얼거리는 말을 들은 나타샤가 눈을 치켜떴다. 

 

“어른이 말하면 좀 들어.” 

 

“냇, 토니랑 똑같은 말을 하는군.” 

 

“스티브.” 

 

나타샤의 조용한 읊조림에 스티브가 큼큼 헛기침을 하며 애꿎은 계기판만 만져댔다. 그 모습을 본 피터가 작게 웃음지었다. 지난번에도 느낀 거지만 역시 로마노프씨가. 벌개진 제 눈가를 쓸고는 토니에게 총구를 들이밀던 나타샤의 모습을 생각하던 피터는 이내 이어지는 생각에 쓸쓸하게 웃음지었다. 그러고보니 평소라면 다친 것을 알고는 진작에 오셨을텐데. 아니, 아니다. 제가 아는 토니였다면 애초에 저를 여기로 보내지 않았을 터였다. 이런 생각하지 말자, 피터. 서운해하면 안 돼, 괜찮아. 본부로 향하는 내내 아이는 무엇이 괜찮아야하는지 모른 채 괜찮다, 서운하지 않다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본부에 도착하자마자 나타샤는 피터를 끌고는 의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브루스와 이야기 중이었던 건지 토니와 브루스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브루스가 피터의 피가 말라붙은 팔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린 채 달려왔다. 

 

“이런, 피터. 괜찮니? 어쩌다 이렇게 다친거야?” 

 

“그게, 건물 안에 사람이 있길래…….” 

 

“그래서 범인은 잡았고?” 

 

걸어온 토니가 피터의 상처를 흘긋 본 채 심드렁히 물었다. 마치 밥은 먹었냐는 투였다. 그 예상치 못한 반응에 피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물어물 잡았노라 답했다. 나타샤는 토니를 향해 싸늘히 눈을 빛냈다. 나타샤의 위험한 분위기를 감지한 피터와 브루스가 서로 눈짓했다. 박사님, 어떡하죠. 토니한테 숨구멍 하나 생기는 거지, 뭐. 

 

“토니, 지금 애가 다쳤는데 그 말이 나와?” 

 

“뭐가?” 

 

“당신 자꾸 그렇게 재수 없게 굴거야?” 

 

“로마노프요원, 당신이야 말로 왜 그래? 어마무시한 회복력을 가진 애를 왜 그렇게 바람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하는데? 우리가 언제 저런 상처에 이렇게 야단법석이었어?” 

 

“어, 저 진짜 괜찮아요. 보세요. 아까는 팔도 못 움직였는데 지금은,” 

 

분위기를 환기해보려던 피터의 말에 나타샤의 기세가 더욱 흉흉해졌다.  

 

“네, 입 다물게요.” 

 

“Okay, 좋아. 일단 싸울거면 나가서 싸워. 환자한테는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는 거 다들 몰라? 피터, 우선 치료부터 받자. 소독도 하고.” 

 

“어, 음, 네.” 

 

기묘한 대치상태를 이루는 나타샤와 토니에게 축객령을 내린 브루스가 어쩔 줄 몰라하는 피터를 의무실 한 쪽으로 이끌어 의자에 앉히고는 상처를 살폈다.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난 뒤 문 밖에서 토니와 나타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웅웅이는 소리였으나 피터는 초인이었고, 발달한 오감으로 집중하면 충분히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이내 팔에 부어지는 소독제에 아픔을 참지 못하고 집중이 흐트러졌지만. 

 

“좋아, 대체 뭐가 문제야? 너네 진짜 이상한 거 알아? 지난 회의때도 그렇고. 대체 왜 저 꼬맹이를 못 싸고 돌아서 안달이야?” 

 

토니가 눈썹을 찡그린 채 미세하게 떨리는 제 왼손을 주무르며 말했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 말이 당신 입에서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나타샤는 이제 이 상황이 기가 막힌 것을 넘어서 웃기다고 생각했다. 지금 누가 누굴보고. 애지중지니 과보호니 하는 것은 이 남자가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았다. 처음 독일 공항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어리겠구나 짐작은 했지만, 15살짜리를 데려온 것은 제 눈앞의 남자였다. 단발성으로 끝날 거라 생각했던 저의 예상과는 다르게 둘은 멘토와 멘티 관계-어느 멘토가 멘티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보고받는지는 의문이었으나-라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그 사이에 자세한 일들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다른 멤버들이 곁에 없는 토니에게 피터가 큰 위안과 힘이 되었다는 것은 알았다. 더군다나 아무리 잃어버린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되찾기 위해서라지만 토니가 모든 것을 걸고 그 위험한 시간여행을 한 결심을 굳히게 한 것 역시 피터 때문이었고. 가만, 생각보다……. 

 

“뭐?” 

 

로맨틱한 관계잖아? 

 

“아니, 별 거 아냐. 나중에 기억이 돌아오면 어떨지 궁금해서.” 

 

내가 왜 이걸 이제야 눈치챘지? 나타샤는 당사자들은 모르는-엄밀히 말하자면 피터는 제 마음을 자각함과 동시에 사건이 터졌지만- 둘의 사랑을 눈치챘다. 그러지 않았다면 제 시간이 가장 귀한 줄 아는 이 오만하고 저 밖에 모르는 남자가 소년을 위해 해왔던 많은 귀찮은 일들이 설명되지 않았으니.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나타샤는 빠르게 전의를 상실했다. 토니 스타크, 이 양심도 없는 인간. 기억을 잃지만 않았어도 퍼부어주었을 테지만, 지금의 토니는 상대해봐야 의미가 없었다. 

 

“됐어. 나 오늘 생포한 사람들 때문에 가봐야해.” 

 

“지금 도망가는거야?” 

 

“그래, 그렇다고 해두자.” 

 

지금의 일보 후퇴는 도약을 위한 것이었다. 어벤져스 멤버 모두가 어리지만 매사에 눈을 빛내는 밝고, 곧은 어린 영웅을 좋아했으므로 피터는 이제 토니만의 아기거미가 아니었다. 누가 홀랑 가져가게 둘 줄 알고. 나타샤는 등 뒤에서 저를 부르는 토니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발걸음을 이어갔다.  

피터는 본부에서 하루 정도 머무르기로 했다. 메이에게 붕대로 칭칭감긴 팔을 보여줄 수 없기도 했고, 나타샤와 브루스가 하루 정도는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 제 방에 도착한 피터는 오늘 망가진 슈트를 쳐다봤다. 이 정도면 제가 수리할 수도 있었지만, 토니를 한 번 더 만날 수 있는 기회였으므로 슈트를 들고는 랩실로 향했다. 두근두근, 기억을 잃은 토니와 단 둘이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프라이데이, 스타크씨가 만들어주신 슈트가 망가져서, 음, 그 수리…를 부탁드리려고 왔는데요.” 

 

[허가 승인, 문이 열립니다.] 

 

문을 열고 보이는 랩실에 피터는 반가움을 느꼈다. 여기 못 들어온지 이제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됬는데, 굉장히 오래간만에 온 기분이었다. 더미는 잘 지냈나. 

 

“안녕하세요, 스타크씨!” 

 

“어, 거기다 슈트 올려놔.” 

 

저에게 눈길 한 번 안 주고 등 돌린 채 책상 위의 홀로그램만 쳐다보며 말을 하는 토니에게 입술을 삐죽인 피터가 슈트를 올려놓고는 멀뚱히 섰다. 음, 무슨 말을 꺼내야하지. 생각하자, 피터. 책상 위에 올려진 이제는 밑 바닥을 드러낸 커피자국이 남은 머그 잔을 보던 피터가 말을 꺼냈다. 

 

“어, 그, 저녁 식사는 하셨어요…?” 

 

“뭐?” 

 

“아니, 그, 저녁 식사 시간에 못 뵌 것 같아서…….” 

 

“내 저녁 식사도 걱정해? 친절한 이웃답네.” 

 

“음, 네, 뭐……, 아, 스타크씨, 혹시 오늘 저 다친 게 보고가 안 갔나요…?” 

 

“아니, 왔어. 근데 그걸 내가 신경써야해?” 

 

“어, 아뇨. 그냥, 전에 있으셨던 일을 다 보셨다고 해서…….” 

 

웅얼이듯 말을 이어가던 피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져 공기 중으로 흩어지자 토니가 이내 한 숨을 쉬더니 등을 돌려 피터를 쳐다봤다. 

 

“그게 뭐?” 

 

“네?” 

 

“네 말대로 너랑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대충 어떤 관계인지는 알겠는데, 그럼 뭐가 달라지냐고.” 

 

“그게, 무슨…” 

 

“꼬마야, 네가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착각…이요?” 

 

“그럼 예전처럼 네가 위험할 때마다 보고받고 출동해야해? 아니면 전에처럼 무인아머라도 보내던지? 너한테 랩실 출입 권한도 줘야하고, 너 일거수일투족 보고받으면서 보호해야하고? 그래야하는 이유가 뭔데? 내가 그만큼 한가한 사람으로 보여?” 

 

남을 보는 듯한 건조함과 무심함, 늘어놓는 말마다 피터 제 가슴이 지끈거렸다. 오늘 다친 팔보다 토니가 늘어놓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 아팠다. 지난 밤의 다짐이 토니의 눈빛과 말에 흔들렸다.  

 

“스타크씨, 전 그저,” 

 

“오, 그래. 네가 알고있는 대로 난 토니 스타크고, 내 시간이 네 시간보다 비싸고 귀중하다는 것도 알고 있겠네. 슈트는 내일 돌려줄게.” 

 

“…….” 

 

“뭐 해, 안 나가고?” 

 

“…….” 

 

명백한 축객령에 피터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괜찮아, 피터. 기억도 잃으셨는데, 왠 꼬맹이가 자꾸 건드리니까 조금 예민하셔서 그래.  

 

“나 원 참. 저런 어린 애를 데리고 뭘 하겠다고.” 

 

랩실의 문이 닫히기 전 들려온 토니의 작은 혼잣말에 괜찮다라며 애써 스스로 다독여 온 서러움과 서운함이 둑이 터진 듯 몰려왔다. 

방으로 뛰어오다시피 온 피터는 문을 잠그고는 스르르 주저앉아 무릎을 모아 감싸고는 고개를 박았다.  

 

‘저런 어린 애를 데리고 뭘 하겠다고.’ 

계속해서 토니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사실 피터도 속으로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저를 데려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다만, 이렇게 확인받을 줄은 몰랐을 뿐이다. 괜찮아, 앞으로 잘 하면 되지. 앞으로, 앞으로가 있을까? 스타크씨가 허락해주지 않으면 나는 만날 수조차 없는데. 사랑이라고 자각하자마자 끝나버린 기분이었다. 

 

'피터 파커, 애써 괜찮은 척 안해도 돼.' 

'안 괜찮은 거 알아, 울어도 돼.' 

 

“괜찮은 척 안 해도 된다고, 울어도 된다고 했으면서.” 

 

저도 모르게 툭, 원망어린 말이 흘러나왔다. 피터는 제가 말해놓고서는 놀라서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한 번 터져 나온 서러움은 이내 넘쳐 흘렀다. 스타크씨, 나빴어. 이렇게 기대게 만들어놓고, 자기만. 소리내어 울 줄 모르는 피터의 눈에서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친척집을 전전하던 저를 벤과 메이가 거두기 전까지, 피터는 혼자 서는 법을 배워야했다. 제가 잘 할게요, 버리지 마세요, 말할 수 없는 제 진심을 눌러가며. 착한 아이가 되면,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다면 저를 받아주지 않을까. 아이는 눈칫밥을 먹어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착한 사람이 되어야지, 아무에게도 짐이 되지 않게. 그런 저에게 저런 따뜻한 말을 해준 것은 토니가 처음이었다. 늘 듣고 싶던 말이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이럴거면, 그렇게 잘 해주지 말지. 멈출 줄 모르는 눈물을 쏟으며, 피터는 토니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그를 원망했다. 

다음 날 퉁퉁부은 눈을 한 피터를 복도에서 만난 나타샤가 속으로 토니를 향해 욕을 퍼부으며 피터를 카페 테리아로 이끌었다. 따뜻한 우유를 한 잔 건네 준 나타샤가 피터의 앞에 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로 손만 만지작 거리는 피터를 본 나타샤가 한 숨을 내쉬었다. 망할, 토니 스타크. 

 

“피터, 무슨 일인지 말해봐. 말하지 않으면…….” 

 

토니의 몸에 숨구멍 하나 정도는 더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나지막히 울리는 나타샤의 목소리가 진심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피터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음, 그게……별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 네 눈을 보면 너희 숙모가 나보다 먼저 토니를 죽이려고 달려들지도 모르겠는걸. 나야 상관없지만.” 

 

“그, 그 정도로 심각해요?” 

 

“거울이라도 보여줄까?” 

 

더듬더듬 제 눈가를 만져보던 피터가 쓰라린지 찡그렸다.  

 

“아뇨, 안 봐도 충분한 것 같아요….” 

 

이내 작게 한숨 쉰 피터가 나타샤를 향해 말을 이었다. 

 

“……정말 별 일 아니였어요. 그냥, 스타크씨가, 저를, 데려온 걸 후회하시는 것 같아서…….” 

 

“오, 피터, 그 망할, 아니, 토니가 그런 소리를 했어?” 

 

고운 말 써야지, 하는 스티브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스티브, 난 노력했어. 이 얘길 들으면 당신 입에서도 고운 말은 안 나올걸. 

 

“그냥, 절 데리고 뭘 하겠냐고…….” 

 

“그 를, 아니, 를 듣고만 있었어? 피터, 지금 토니가 온전치 못하다는 건 너도 알잖아.” 

 

순식간에 토니를 환자로 만들어버린 나타샤의 분노어린 말에 피터가 힘없이 미소지었다.  

 

“하지만 저 스타크씨도, 스타크씨니까…….” 

 

“그건…….” 

 

“괜찮아요, 저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요. 스타크씨가 절 데리고 온 걸 후회하지는 않을까, 하는 그런. 사실 따지고 보자면 그 보라색 무기를 벽으로 던져서 폭발하게 만든 것도 저니까…….” 

 

“피터, 그건 그냥 사고였어.” 

 

“하지만 그 사고 때문에 스타크씨가 기억을 잃었잖아요. 사실 전, 저는 저를 기억하지 못하시는 건 괜찮았어요. 추억이야 다시 쌓으면 되니까. 하지만, 다른 분들 역시도 기억 못하시는 거잖아요. 해피나, 포츠씨나 다른 어벤져스 멤버 분들에 대한 기억도 전부요. 그래서 너무 죄송해요……. 차라리 제가 다쳤으면,” 

 

“피터, 그건 잘못된 결론이라는 걸 잘 알잖아. 그리고, 얼마가 걸려도 기억은 돌아올거야. 아무렴, 무려 그 토니 스타크인걸. 안 돌아오면 돌아오게 만들면 돼.” 

 

“음, 하지만 방법이…….” 

 

“어제 네가 생포한 그 남자들이 다음 거래 장소를 말했어. 자기네들도 물건을 나르기만 하면 된다고 들었대. 너한테 그거 말해주려고 가려던 중이었는데.” 

 

“그럼,” 

 

저의 말에 아이의 눈에 생기가 도는 것을 본 나타샤가 웃음 지으며 말을 마무리했다. 역시 미소 짓고 생기가 도는 것이 훨씬 피터다웠다. 

 

“그래, 그 물건이 토니의 기억을 되찾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 

 

피터가 다급하게 부은 제 눈을 가라앉힐 얼음을 찾는 것을 보며 나타샤가 생각했다. 그래, 그래도 실마리가 없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충격요법이라도 써보지, 뭐.  

겨우겨우 부은 눈을 진정시킨 피터가 퀸젯에 올라 거래 현장에 도착한 참이었다. 다급하게 제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캡틴, 지금 그 쪽에 다른 테러 사건이 하나 일어났는데 일단 본부에 남아있던 토니가 출동했어. 내가 가고는 있는데 거리가 좀 있어서. 거리가 가까운 사람이 그 쪽 팀 밖에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지원 가능해?” 

 

“뭐? 하지만 토니는 지금,” 

 

제 아무리 토니 스타크여도 기억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나노슈트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10여년이란 세월동안 쌓아 온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과 판단 능력은 그렇게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간의 크고 작은 작전에서 그를 빼왔던 것이기도 했고.  

 

“토니 스타크가 남이 말리는 거 들은 적 있어?” 

 

제임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스티브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래, 그건 확실히 토니 스타크답군.” 

 

“제가 갈게요.” 

 

잠자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피터가 제가 가겠다며 나섰다.  

 

“피터, 하지만.” 

 

“일전에 한 번 스타크씨 따라서 가본 적도 있고, 이번엔 돌발행동 같은 거 안 할게요. 약속드릴 수 있어요.” 

 

제발요, 아이의 간절한 청에 나타샤와 눈빛을 주고받던 스티브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말렸어도 어떻게 해서든 그 쪽으로 갔을 아이였다. 이런 점에선 토니와 똑 닮았군. 

 

“남은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고, 본부에서 보지.” 

 

“Yes, sir!” 

 

피터가 밝게 인사하며 퀸젯에서 뛰어 내려 익숙하게 거미줄을 이용해 빌딩숲을 지나갔다. 

 

“나타샤, 정말 괜찮을까? 토니는 지금 기억이 없는 상태라 힘들 것 같은데.” 

 

“괜찮을 거야.” 

 

다쳐 온 아이를 보며 의무실 밖에서 자신의 왼손을 쥐던 토니를 생각한 나타샤가 단언했다. 그래, 무려 그 토니 스타크가 모든 것을 걸고 되찾은 아이인데, 그렇게 쉽게 잊어버릴 리가. 

스타크씨의 기억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크씨에게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게 더 중요하니까. 지난 밤의 제 결론은 결국 토니 스타크였다. 그래, 앞으로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면 되지. 봉쇄된 도로를 거미줄로 가로지르며 피터는 다시금 다짐했다. 피터는 쉼없이 달려 테러 현장으로 도착했다. 이미 한 차례 폭발이 있던 건물과 그 주변은 초토화된 상태였다. 이런 도심 한복판에서 테러라니, 범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질이 나빴다. 

 

“캐런, 스타크씨가 어디있는지 알 수 있을까?” 

 

[지하 1층의 한 남성과 대치 중이야.] 

 

“범인이랑 대치 중이신건가? Okay, 가는 길 좀 안내해줘.” 

 

피터가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으로 뛰어들었다. 지하 1층에 도착한 피터는 제 몸에 폭탄을 두른 남성과 대치 중인 토니를 발견하고는 달려갔다. 모든 것은 순간이었다. 피터가 스타크씨,하고 부르려던 그 순간, 남자가 제 몸을 향해 총을 쏘고, 남자의 자켓 안쪽에서 일전에 보았던 보라색으로 빛나는 물질을 본 피터가 토니를 향해 몸을 날려 감싸안고는 뒹굴었다. 

 

고막을 찢을 듯한 커다란 굉음과 등의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피터가 의식을 잃었다. 

피터는 일전에 토니와 함께 했던 유럽여행 꿈을 꿨다. 꿈 속의 토니는 이전처럼 저에게 웃어주고,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봐주었다.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저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토니에게 피터가 제 마음을 고백하자, 토니가 더욱 진하게 웃으며 저에게 다가왔다. 그 미소에 어쩐지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얼굴에 열이 몰리는 것 같았다. 깨고싶지 않을 만큼이나 단 꿈이었다. 

 

‘Pete, 제발, 눈을 떠.’ 

 

스타크씨? 약에 취해 가물가물한 눈을 살풋 뜬 피터가 제 손을 잡고 침대에 엎드린 채 불편하게 자고 있는 토니를 바라봤다. 스타크씨가 왜 여기서 주무시고 계시지. 이렇게 주무시면 불편할텐데, 담요라도 덮어드려야겠다. 조심조심 잡힌 손을 빼내려는 피터의 시도는 오히려 손을 꽉 붙잡는 토니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피터?” 

 

제 손 안의 꼬물거리는 움직임에 토니가 눈을 뜨고는 몸을 일으켰다.  

 

“어, 깨셨어요? 주무시는 걸 깨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냥, 담요라도 덮어드리려고,” 

 

토니는 말을 이어가는 피터를 껴안았다. 품 안의 체온을 느끼며 토니가 피터가 잠든 2일을 회상했다. 피터가 저를 구하고자 몸을 날려 껴안은 그 순간에 토니는 제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기억을 마주했다. 더불어 기억을 잃은 제가 이 아이에게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까지도. 아이를 데리고 그 건물의 잔해를 파헤쳐 데리고 나왔을 때, 나타샤가 저를 보던 표정이란. 급하게 본부로 피터를 옮기고, 아이의 상태를 체크하는 동안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자마자 나타샤에게 정강이가 까였다.  

 

“피터에게 재수없게 군 값이야.” 

 

옆에서 스티브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데 저번부터 저 양반이, 진짜. 

 

“싼 편이네.” 

 

비명조차 못 지른 토니가 정강이를 문지르며 말했다. 

 

“맘 같아선 한 대 쳐주고 싶은데, 이제 당신 봐줄 데라곤 얼굴 정도같아서. 그리고 몸에 숨 구멍을 내주고 싶지만 그건 내 몫이 아니라 피터 숙모의 몫이지. ” 

 

“…그거 참 눈물겨운 배려네.” 

 

“알면 피터한테 잘해.” 

 

쿨하게 뒤 돌아선 나타샤가 뒷정리를 위해 스티브와 함께 나섰다. 그리고 2일 동안 토니는 피터의 곁을 지켰다. 아이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부디 어서 빨리 눈을 떠주길 바라며. 

 

“…스타크씨는, 괜찮으세요?” 

 

귀 옆에서 들리는 아이의 목소리가 상념을 깨웠다. 일어나자마자 제 걱정이라니. 그러고보니 아까도 저한테 담요를 덮어주기 위해서 일어났다고 했던가.  

 

“…피터, 지금은 내 걱정이 아니라 네 몸 상태 먼저 챙겨야지.” 

 

“하지만 저는 초,” 

 

“내가 저번에 뭐라고 했지, Pete?” 

 

“음…, 글쎄요…?” 

 

“네가 초인인건 내가 걱정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었지, 분명히.” 

 

“그…스타크씨, 기억이,” 

 

“그래, 돌아왔어. 하나만 묻자, 넌 왜 내가 하는 한 소리를 듣고만 있던거야? 그런 소리를 듣고서도 넌 내가 구하고 싶었어?” 

 

몸을 뗀 토니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래, 이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소리인지 저도 안다. 제가 뱉은 말들에 아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울었을지 조차도. 하지만 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어른은 제 잘못을 알면서도 이렇게 아이에게 투정 부렸다. 

 

“그야…그 스타크씨도, 스타크씨잖아요. 전 스타크씨만 무사하시면 됐어요.” 

 

아이의 답에 말문이 막힌 것은 토니였다. 그래, 이제는 인정해야만 했다. 제가 아이를 향해 가진 이 마음이, 순수한 마음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손에 선연히 잡힐듯한 애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아이를, 어떻게 안 좋아해? 젠장. 기억을 잃었던 토니 스타크였다면 모르지만, 저는 아니다. 저는 이 애정을 놔줄 생각이 없었다.  

 

“…피터, 나는, 그래, 너한테까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진 않았지만……. 난, 내가 하려고 하는 것마다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어. 완전히 망쳐버렸지. 너도 알다시피 네 인생에도 꽤나 큰 시련으로 나타났지. 하지만 피터, 내가 한 일 중 유일하게 후회하지 않은 단 한 가지는,” 

 

토니는 피터의 눈을 맞추고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모든 걸 걸만큼이나 소중한.  

 

“Pete, 널 만난거야.” 

 

피터는 토니를 와락 껴안았다. 마주 안아오는 두 팔을, 이 따뜻한 품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추천  7


 
글쓴요원
마지막 장면을 위해 나는 2만자를 쓴 것이다,,,,
5년 전
요원1
어헝ㅇ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토니가 후회하지 않은 단 한가지... 피터 ㅠㅠㅠㅠㅠㅠㅠㅠ 나 파프홈 장면 막 오버랩되면서... 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행복해라 토니피터...
5년 전
글쓴요원
맞아 사실 비행기 안에서 해피가 피터에게 해준 그 말 내가 쓰는 소설 속 피터는 들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듣게 해주고 싶었다!!!
5년 전
요원2
ㅠㅠ쓰니요원ㅠㅠ 아까읽었는데 인티가 아파서,, 이제 댓달오ㅜㅠㅠ 쓰니요원덕에 행복해,,,
5년 전
글쓴요원
헉 내 덕에 행복하다니 너무 과분한 칭찬이야....고마워... 나는 내글구려병에 걸려서 영 마음에 안 들지만...흑흑...
5년 전
요원3
ㅜㅜㅜㅜㅜㅜ 나 진짜 요새 쓰니 글 보러 인티 들어와 오늘은 글 안 올라왔나 하면서 ㅜㅜㅜㅜㅜㅜ 나무 좋아 진짜
5년 전
글쓴요원
세상에ㅠㅠㅠ 너무 과분한 칭찬이야ㅠㅠㅠㅠ요원들이 재밌게 읽어줘서 나야말로 너무 고마워ㅠㅠ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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