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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범규는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자신이 진학한 학교로 간 사람은 본인 딱 하나였기에 상경 후 딱히 아는 사람도 없었고 외로움을 많이 탈 것 같다 모르는 사람만 있는 곳에서 익숙해진다는 게 쉽지도 않을 뿐더러 알바까지 병행하느라 시간이 그리 많지도 않았을 듯 그런 범규에게 연준이 찾아온 건 범규가 종강하던 날 홀로 집에 가고 있을 때일 것 같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가면서 우산을 써도 몰아치는 빗줄기에 인상을 구겼을 듯 그러다 마침 자취방 앞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볼 것 같다
빗소리에 고양이 울음 소리가 파묻히고 있는데다가 하도 작아서 하마터면 지나칠 뻔할 정도였을 듯 비에 홀딱 젖어서 덜덜 떨리는 걸 보고 범규는 주위를 살필 것 같다 너 혼자야? 범규는 자기가 질문을 한 뒤에야 아 대답할 리가 없지 깨달았을 듯 비를 홀딱 맞으면서도 자리를 옮기진 않아서 안쪽으로 데려다 주려다가 인터넷에서 새끼 고양이를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글을 본 게 생각날 듯 덕분에 손을 대지는 못하고 가만히 서서 고양이만 내려다 볼 것 같다 그러다 자기 우산을 고양이 머리 위로 씌워 줄 듯 엄마 올 때까지 쓰고 있어 알겠지?
바람이 불어 이미 젖은 옷이었지만 우산까지 빌려 주느라 범규는 푹 젖은 생쥐꼴을 하고 자취방에 도착할 것 같다 고양이한테 우산 선물하는 생쥐라니 생각해 보니까 웃겨서 범규는 샤워를 하다가 그 고양이 생각을 하고 웃을 듯 다음 날이 되고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구는 날씨 속에서 범규는 알바를 하러 갈 것 같다 중간에 고양이가 있던 길목을 들리는데 고양이가 보이질 않을 것 같다 잘 갔겠지? 생각하면서도 걱정이 돼서 가는 내내 뒤를 돌아볼 것 같다
범규가 알바를 끝내고 집에 가던 중에 고양이가 있던 길목을 한 번 더 들릴 것 같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그 고양이가 다시 있을 듯 너 집에 안 갔어? 무릎까지 굽혀서 고양이한테 묻는데 그 새끼 고양이는 자기 몸의 몇십 배나 큰 범규 바짓단을 콱 물고 당길 듯 놀아달라는 건가 싶은데 고양이가 다리를 절고 있어서 이상하다 싶어진 범규가 고양이가 끌고 가는 대로 갈 것 같다 바짓단 잡고 질질 끌더니 범규가 따라가는 걸 알고부터는 따라오라는 듯이 골목 안쪽으로 들어갈 듯
그리고 새끼 고양이가 발걸음을 멈춘 곳에는 새끼 고양이와 꼭 닮은 성묘 하나가 쓰러져 있을 것 같다 새끼 고양이는 그 앞에서 계속 울고 있고 범규는 가까이 다가가서 그 고양이가 죽었다는 걸 알았을 듯 고양이를 묻어 주고 범규는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부터 갈 것 같다 다친 다리를 치료하고 유의할 점들을 듣고 범규는 새끼 고양이를 안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향할 듯 도착하자마자 잔뜩 사온 고양이 물품을 내려놓으면서 한숨 쉴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범규를 올려다 보고 있는 고양이 앞에 엎드려서 눈을 맞춘 범규가 고양이 코를 톡톡 칠 듯 나 너 때문에 일주일치 일급 썼어 그러니까 형이랑 많이 놀아 줘야 해 알겠지? 꼭 대답하는 것마냥 울음 소리를 내는 고양이를 보고 범규는 그대로 잠에 들 것 같다 아침부터 알바까지 뛰고 병원까지 왔다 갔다 했으니 피곤했을 듯 범규가 자다 일어났을 때는 웬 어린 아이가 나체로 누워 있을 것 같다 범규 일어나자마자 소리 지르고 난리났는데 애는 것도 모르고 자고 있을 듯
범규 이게 꿈인가 공포 영화야 뭐야 하면서 애를 깨우려는데 애 머리에는 검은 고양이 귀에 검은 고양이 꼬리가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저런 것도 파나? 아닌데 옷도 안 입었는데 저게 왜 있어 하면서 머리 굴리는 소리가 다 들릴 지경까지 왔을 때 아이가 깰 것 같다 눈을 끔뻑거리면서 범규를 올려다 보더니 범규한테 가서 폭 하고 안길 듯 누구는 놀랐는데 누구는 아무렇지도 않게 안겨 있을 것 같다 꿈인가 싶지도 못하게 체온이 따듯할 듯 그게 범규가 연준의 모습을 제대로 본 날일 것 같다
내가 애를 어떻게 키워 그 생각이 무색하게 연준이는 하루가 다르게 컸고 연준이가 한 살이 될 무렵엔 범규와 키가 비슷해질 것 같다 싱크대에서 연준이 간식을 까고 있던 범규 뒤로 연준이가 안겨서 범규 어깨에 얼굴을 부빌 듯 좀만 기다려 하고 고개를 딱 돌렸을 때 머리통이 자기 시야 바로 옆에 있어서 뭐지 하고 고개 숙이고 발 밑을 봤는데 까치발을 든 것도 아니라서 범규 속으로 혼자 자존심 상해할 것 같다 연준이는 그런 생각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범규 앞에서 간식 먹고 있을 듯 예전엔 까치발 들어도 나보다 머리 하나는 차이 났는데 왜지 왜
연준이가 세 살이 될 무렵 주말 연준이는 소파에 옆으로 앉아서 소파 팔걸이 위로 다리를 올려놓고 있을 듯 언제 저렇게 키가 더 커진 거지 싶어진 범규 소파 밑에 앉아서 리모컨 꾹꾹 누르면서 돌아가는 채널 보고 있는데 뒤에서 연준이가 하는 소리에 리모컨 뚝 떨굴 듯 야 위로 올라와 범규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몸 돌려서 연준이 올려다 보는데 뭐가 문제냐는 듯이 다리 구부리고 가부좌 자세 하더니 자기 옆 툭툭 칠 것 같다 야? 잘못 들은 줄 알고 재차 묻는데 연준이는 이해 못하겠다는 듯이 왜 할 듯
야가 뭐야 왜 반말해? 세 살인데 뭐 어때 그래 세 살인데 왜 반말하냐고 범규 여태껏 존심 상하던 거 다 생각나고 반말까지 하니까 제대로 자존심 상해서 따박따박 물을 듯 내가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생각하는데 너 고양이 세 살이면 몇 살인지는 알아? 하는 연준이 때문에 몇 살인데? 물을 듯 연준이는 대답도 안 하고 범규 일으켜 세워서 자기 옆에 앉히고 범규 무릎에 머리 베고 잘 것 같다 어이없어 범규 휴대폰 켜서 고양이 나이 검색하는데 세 살이면 스물여덟이라는 거 보고 자기 무릎 베고 누운 연준이 내려다 볼 듯 말도 안 돼
뭐가 말도 안 돼 태연하게 하품이나 하는 연준이 내려다 보다가 문득 자기보다 배로 빨리 늙어가는 연준이가 자기보다 먼저 자기를 떠나는 게 겁이 날 것 같다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현실에 범규는 연준이 끌어안고 울 것 같다 연준이는 왜 울어 하면서 범규 등 토닥여 주고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