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올해 시청률 10% 이상을 돌파한 미니시리즈를 단 한 편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믿기 어려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박해진 주연의 《꼰대인턴》이 기록한 7.1%가 최고 시청률이다. 이나마 특별출연한 《미스터 트롯》 영탁 덕분이라는 자조 어린 분석이 나왔다.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처럼 완성도가 높은 작품도 있었지만 시청자들은 냉담했다. 드라마 왕국이란 칭호는 이제 확실하게 옛말이 되었다.
KBS도 못지않다. 2019년만 하더라도 《동백꽃 필 무렵》으로 활짝 피어나는 듯했으나 올해엔 MBC처럼 두 자릿수 시청률의 미니시리즈를 단 한 작품도 배출하지 못했다. 특히 《어서와》는 0.9%라는 역대 지상파 최저 시청률까지 기록했다. 여기서도 박해진이 주연한 《포레스트》의 7.4%가 최고 시청률이었다. 박해진이 MBC와 KBS에서 모두 최고 시청률 미니시리즈를 찍은 셈이다.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으면 그 주인공이 그해의 스타로 주목받았을 텐데, 올해는 두 지상파 최고작을 한 사람이 찍었어도 큰 관심이 없다. 지상파 추락엔 날개가 없다. KBS가 믿는 구석은 주말 드라마가 버텨준다는 점이다. 《한번 다녀왔습니다》가 37%를 찍었다.
SBS는 그나마 상황이 괜찮다. 수목극을 없애고 월화, 금토극에 올인했는데 《낭만닥터 김사부2》가 27% 대박을 터뜨린 이래 《굿캐스팅》 《하이에나》 《펜트하우스》 등 두 자릿수 작품을 여러 편 배출했다. 지상파 중에서 연기대상을 겸연쩍지 않게 치를 수 있는 유일한 방송사다.
tvN은 올해 완연히 부활했다. 지난해 성적이 안 좋았을 때 “올해는 테스트의 해였다”고 호기롭게 말했었는데 실제로 올해엔 성공작이 줄을 이었다. 올해 VOD 조회 수 10위권에 tvN은 무려 5작품을 진입시켰다(《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슬기로운 의사생활》 《하이바이 마마》 《구미호뎐》). JTBC는 2편(《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이고 SBS도 2편(《펜트하우스》 《낭만닥터 김사부2》), KBS는 1편(《한 번 다녀왔습니다》), MBC는 1편도 없다.
JTBC는 올 상반기에 《부부의 세계》 《이태원 클라쓰》라는 2편의 초대박작을 내며 주목받았지만 하반기에 《라이브온》이 0.428% 역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침체기에 빠지고 말았다. 현재 황정민, 임시완, 윤아 등을 투입해 반전을 노리고 있는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새해에 확인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