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나이에 결혼해서 하루하루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너징어.너 나름대로의 사회생활도 즐기고,남편인 준면이의 내조도 하면서 살고 있어.그런데 어느날,거의 유일하게 연락을 하고 있던 대학동기가 이번에는 꼭 동창회에 나오라면서 전화를해.다 너보려고 모인다고,주인공이 빠지면 쓰겠냐면서.사실 너징어가 일을 제외하고 나가는걸 싫어하는 준면이 때문에 4년동안 동기들 얼굴도 못봤거든.요즘이 딱 일이 널널한 시기기도 하고,한번쯤 봐야겠단 생각은 꼭 했었으니까 알았다고 답했어.친구는 이번주 토요일 8시라면서 잊지말라고 한번더 당부했지.
드디어 당일날,바쁜 스케줄을 겨우겨우 비우고 나갈 채비를 해.평소에는 잘 입지 않는 치마도 꺼내입고,수수하게 했던 화장도 좀 더 진하게 해보고.새로 사놓은 향수도 첫 개시하고,특별한 날에 신으려고 아껴둔 구두도 꺼내신어.4년만에 만나러 가는자리라 준면이한테 이야기도 해놨고,허락도 맡았지.두근두근,설레는 마음반,걱정되는 마음반으로 집을나서.
골목을 돌아서 한블럭을 가면 나오는 삼겹살집.그게 도대체 어디야?너징어는 정확하지 않은 위치에 이리저리 살피면서 핸들을 꺾어.그러다가 골목을 돌고나니까 정말 삼겹살집이 딱!하나 있는거야.여기구나!하고 옆 빈공간에 차를 주차해.완전히 시동도 끄고,차키를 돌려빼서 가방에 넣고.후,심호흡을 한번 쉬고 차를 빠져나와.어서 동기들을 보고싶은 마음에 걸음이 빨라져.사실 백현이가 와있나,하는 기대가 커서 그런거지만.
"어!오징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친구가 소리쳐.동기들의 시선은 일제히 너징어를 향하지.누가 왔을까,해서 둘러보는데 백현이는 안보여.아마도 안왔나봐.이렇게 엇갈리게 되니까 괜히 속상하고,그래.그래도 티는 내지 않고,야 진짜 오랜만이다.잘지냈냐?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얼굴보기가 이렇게 힘드냐?어?"
"미안미안.바빠서."
"뉘예뉘예.어련하시겠어요?"
앞자리에 앉은 종대가 짖궂게 장난을 걸어.사실 학교다닐때 정말 웃겼던 친군데,여전한것 같아.분위기도 그렇고 종대도 그렇고 그때로 돌아간것같이 좋은기분에 웃음이 나와.다른 동기들도 한마디씩 건내고,너징어는 대답해주느라 바쁘지.그런데 그때,딸랑 하고 문이 열리더니 백현이가 들어와.어딜가나 인기가 많고 주목을 끄는 백현이 답게 동기들의 시선도 다 백현이를 향해.
"어,변백현 오랜만이다!"
"잘지냈냐?진짜 몇년만이야 이게."
종대가 인사를 건내고,백현이가 자연스럽게 너징어의 옆자리에 앉아.너도 백현이한테 안녕,하고 인사를 하지.떨리지만 아무렇지 않은척 하면서 말이야.앞에 놓여진 술잔을 한번 들이키고,무슨 말을 해야될지 몰라서 어색하게 가만히 있는데 종대가 말을 꺼내.
"너네 학교다닐때 둘이 뭐 없었냐?나는 둘이그렇고 그런줄알았더만 오징어는 홀랑 준면선배랑 결혼하고,변백은 유학가고."
"하하,그랬냐?"
이자리에 없는 준면이의 이름을 언급하는 종대와,너징어와 자기의 사이를 물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백현이.아직까지도 백현이를 보면 저릿,하는 기분이 드는 너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어.너징어는 그런데 백현이는 아무렇지 않은가봐.사실 이제 둘은 그냥 동창일 뿐이잖아.구석에 위치해서 어쩔수없이 종대와 너징어,백현이 이렇게 셋만 대화하게 됬고,너는 간간히 말없이 웃다가,응.하는 대답도해.그렇게 말없이 술잔을 홀짝이는데,백현이가 너징어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물어.
"준면선배,아니 남편이 잘해줘?"
아무렇지 않게 물어오는 백현이.오기비슷한 감정이 생겨서 너징어도 더 태연하게 대답해.사실 결혼도 백현이를 잊기위해 도망치듯이 한건데.씁쓸함이 몰려오지.
"응.그이가 나 많이 아끼잖아."
"하긴,선배가 너 엄청 아꼈지.."
"넌,여자친구 없고?결혼할 사람이라던가."
"난 결혼할 생각없어.얽매이고 싶지도 않고,또..."
"또?"
"첫사랑도 아직 못잊었고."
너징어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술을 들이키며 말하는 백현이.첫사랑이 너징어라는 말은 안했지만,백현이가 씁쓸하게 웃어.아마도 흔들림없이 태연한 너징어의 모습때문인것 같아.백현이가 목이 타는지 앞에 놓여있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종대는 이미 취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어.너징어도 술잔을 비우고 말하지.
"으,첫사랑이래.변백현 오글거리는건 알아줘야돼."
"오글거리는게 아니라 감성적인거야.그건 그렇고,피아노...아직도 해?"
백현이가 너징어의 눈치를 보면서 물어와.피아노 치냐고.그런데 입이 떨어지질 않아.사실 내가 피아노치는걸 싫어하는 준면이 때문에 결혼하고나선 거의 한번도 접해본적이 없거든.너징어는 잃어버린 꿈에 쓰게 웃으면서 대답해.
"아니,그이가 싫어해.나 피아노하는거."
"정말?에이,아쉽다.난 너 피아노치는거 보고 반했는데."
"그러게,나도 아쉽네."
백현이와 너징어가 서로 많이 좋아했던때의 이야긴데도,너희는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척해.너징어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지.백현이도 마찬가지고.다시 너징어를 쳐다본 백현이가 신혼여행은 어디갔었냐,결혼식때 못가서 미안하다.같은 얘기를 해.못간게 아니라 안간건데 말이야.신혼여행은 유럽으로 갔었고,그때 안와서 좀 섭섭했다는 대답을 했어.결혼식 당일날 서로가 서로를 생각했던건 각자만의 비밀이야.그렇게 얘기를 나누는데,가방속에서 핸폰이 울려.확인했더니 수신자는 [김준면].너징어는 걱정되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아.
"응,왜?"
- 왜 이렇게 늦어.일찍오라고 했잖아.
"자기야 내가 늦는다고 했잖아.밥도 해놨어."
- 화내기전에 들어와.너 보고싶어.
준면이가 많이화나있는듯 해서지금 당장 가야할것 같아.백현이가 준면선배?하고 물어.너징어는 응,그이가 들어오라내,미안.하면서 급하게 일어나.그런 너징어를 보는 백현이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고.
"조금만 더 있다가.내가 데려다줄게."
"미안,백현아.나 가야될것 같은데..."
백현이가 일어나서 가려는 너징어의 손목을 붙잡아.살짝 술에 취해서 너를 올려다보지.이대로 가면 언제볼지도 모를텐데,너는 너무 속상해.그래도 어쩔수없으니까 미안하다면서 팔을 빼는데,백현이가 놔주질 않아.
"우리 4년만이잖아.30분만 더 있다가."
"저,그게 백현아."
"이렇게 가면 언제 볼수있는데?나 또 4년 더 기다려?"
살짝커진 백현이의 목소리.너만 기다린게 아니야,백현아.너징어는 이런말도 할수가 없어.
준면이랑 결혼하고 백현이랑 흫흫흐흫ㅎㅎ흐흐ㅡ하는 썷ㅎㅎㅎㅎ 징어누구랑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