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에도 도경수가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은 은은하게 돌았었다. 그 큰 소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있는 도경수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 믿기 어려웠지만, 점차 확신할 수 있었다. 학교에 자주 나오진 못하지만 나올때마다 교실 한쪽에서 느껴지는 도경수의 시선이 그랬다. "야." 평소 말이 없어서 듣기 힘들던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그것도 바로 뒤에서 내 어깨를 살짝 건들며.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을 뽑으며 말없이 도경수를 올려다보자 도경수가 슬쩍 눈을 피한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채로 내게 내민 것은. "...이걸 왜 줘?" "숙제잖아. 너 회장이라며." 내가 회장인건 어떻게 안건지 궁금했다. 6월부터 거의 학교에 안나오다시피해서 여름방학개학 후에도 얼마간 안나오는 도경수였는데. 도경수의 노트를 밀어냈다. 어쩌면 그때 우리 둘다 볼이 붉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거 개인제출이야." 순간 도경수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게 보였고 어색해져버린 분위기에 내가 먼저 자리를 피해 교실을 나왔다. 그래, 그게 학기중에 있었던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였다. 그런데 지금, 또 한번의 대화가 이어지려 한다. 드디어 졸업식인 오늘, 졸업가운을 입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는데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도경수. 2학기가 되면서 아예 학교를 안나오거나 2교시까지만 하고 조퇴했던 도경수와 이렇게 눈이 마주치는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어색하게 얼굴에 미소를 띄우자 도경수가 또 한번 고개를 휙 돌리고 만다. 뭐야, 사람 민망하게. 졸업식인 끝난 후, 나처럼 부모님이 바쁘셔서 가족동행을 못하는 아이들끼리 뭉쳤다. 미성년자로서의 마지막 날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좋을까 운동장에서 상의중인 우리에게로 단정하게 교복을 입은 도경수가 다가왔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한테. "야." "...나?" "어. 너. 핸드폰 줘 봐." 내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을 보며 턱짓을 하는 도경수에게 조금 당황했지만 뒤에서 나를 부추기는 여자친구들의 목소리에 얼떨결에 핸드폰을 내밀었다. 핸드폰을 건네받고 플립을 열어 무언가 꾹꾹 누르고 내게 다시 건네는 도경수는 무표정이었지만 귀와 목이 발갛다. 겨울이라서 그런가. "이거 내 번호야. 나 데뷔해도 번호 안바꿀거야." "...응." "...연락해." 그게 도경수와 나의 마지막이었다. 2012년 2월, 겨울. # 픽션과 팩트(아닐수도있어 썰이라서)가 적절히 섞인 조각이었음... 댓글 좀 주겠니...? 반응 괜찮으면 더 쪄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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