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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3/8/11) 게시물이에요



1. 그 (he)






[엑소] [빙의글] 11시, 그 적당함(단편) | 인스티즈


"난 니가 이해가 안된다고. 적어도 날 조금은 생각했더라면

연락은 해줬어야하는거 아닙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 상황이 그럴 상황이 아니였다니까...

하...됬네요 내가 다 미안해"


" 지금 얼굴 더 보기싫네요. 들어가죠"




뒤도 안돌아보고 문소리를 세게내며 방으로 들어간다. 

미친듯이 짜증나는 이 상황

내가대체 뭘 잘못한건데.

내가 연락하던말던 그쪽 신경쓰지도 않았잖아.



집안끼리 강제로 진행된  결혼. 

서로를 알아볼 시간조차 없이 혼인서류에 도장을 찍고  부부가되었다.

같은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시어머니도 집에와선 사이가 참 좋네. 잘 지내라. 하고 덕담을 죽 늘여놓던 우리사이에 단 한가지의 모순이있다면


그와 나는 서로에게 결혼을 생각할만큼

깊게 사랑했던 애인이 있었다.



같은집에서 그를생각했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그가 내게해준 밥이 생각났고

같이  영화를 보면서  그와의 추억을 떠올렸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가속삭인 말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오늘

갑자기 연락이 안된 내게 그가 내게 화를낸다.


잠자리에 든 그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일어나서 내가없으면

그냥 평소대로. 또  그남자에게 갔구나. 하고 생각하기를 바라며





그의 아파트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동안 밖을 바라봤다. 
허름한 아파트에 대조되는 값비싼 차. 그의 아파트와 내 차.

깊은 한숨을 쉬는사이 그가 문을 열었다.
다행히 아직 자는중은 아니였던지 눈이 맑다.


"왔어?"

하고 날 맞아줬다.


[엑소] [빙의글] 11시, 그 적당함(단편) | 인스티즈


"00아. 괜찮아?"


"아니....안괜찮아."



내 이야기를 듣고
뒷머리를 슥 쓰다듬는 그의 어깨에 볼을 대고 기댔다.

평소처럼. 평소에 그랬던거 처럼 날 대해줘 
날보고 아무일도 없었던처럼 웃어줘


"근데 그남잔 괜찮은거야? 너 이렇게 나와버려도..."

"서로 신경 안쓰기로했어. 걱정마 오빠 어떤 상황에서라도
곁에있어주기로 약속했잖아 우리.."

"너..너무 힘들어보여."

"나 더 힘들지않게..내옆에 있어줘"



또 한번 이기적인 부탁을 한다.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있어서도. 없어서도 안될 그런 애매한 존재였다.


절대 무너너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를 처음만났던 그때를 추억하며

적어도 그때는 지독하게 달콤한 기억밖에 없었으니까.














2.시간


11시 그 적당함



143



3년전.




[오늘 수업 절대 빼먹으면안되. 나한테 또 연락온다고.]


어 김종대다. 
그때서야 오늘 전공수업이 있다는게 생각났다.

근데 사실 지금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
조금있다 갈께.

핸드폰을 핸드백에 던져넣었다.


학교와 정 반대로가는 버스를 타고 아침부터 대형마트로 향했다.


먹지도 않는 음식들을 잔뜩 넣어놓고.

[엑소] [빙의글] 11시, 그 적당함(단편) | 인스티즈


전자코너로 향했다. 멀리서 환하게 웃으며 고객들을 맞이하는 그가 보인다.
나도모르게 씩  웃었다.

그가 뭘 찾는지 두리번두리번하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활짝 웃는다.

당황해서 얼굴이 빨게졌다.

5분후 종대에게 전회가 왔다.
벨소리에 또 움찔.
아직도 두근대는걸보니까 내가 그를 많이 좋아하긴 하나보다.

ㅡ빨리와

"응 지금 가"


내게 시선을 거두고 할일을 하는 그를보고 오늘도 봤다. 하고 혼자 생각하면서 지나쳤다. 그는 내가 아침마다 여기에 출석도장을 찍는 이유를 알까.



난 지금 몇달째

짝사랑중이다.








(종인시점)



오늘도 그녀가 왔다.  오전 11시.
이 시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이 마트를 들린다.
내가있는곳에서 잠시 멈칫하고 날 바라보다가 내가 고개를 돌릴즈음엔
이미 발길을 멀리로 돌린 후이다.


한달째 그녀의행동에 이상하다 생각했고
두달째 그녀가 일주일동안 오지않았을때  12시가될때까지 입구만 쳐다보고
세달째 그리고 네달째. 그녀가 궁금해졌다.

이름이 뭘까
무슨일을 하는사람일까
왜 이시간만되면 여길 찾는걸까.

또 취미는 뭘까 좋아하는 음식은 뭘까.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11시쯤 되서 여김없이 입구를 바라봤다.


어,있네.

나도모르게 활찍웃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고 금새 자리를 떴다.


손님이 밖으로 나갔다. 
5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마트안에 있을까. 계산대가 있는곳으로 무작정 달렸다.
멀리서 내가 매일보던 그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전화를 끊고 계산대로 향하는 그녀의 팔목을 살짝 잡았다.
작은키로 날 올려다본다.


"어..."

"그쪽 많이봤는데. 얼굴은 처음보네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내가 그녀가 항상 날 보고있단걸 눈치챈게
당황스러운 모양이였다.

"아니 전 그냥..."

"전 김종인이라고합니다. 반가워요."

손을내밀었다. 그녀가 날 한번 다시보곤 작은 손을  내민다.

카트에는 쓸데없는 과자들. 집앞 편의점에도 널린게 저런거일텐데
굳이 여길 온 이유가...


"ㅈ...좋아해요!"


"...네?"


계산도 하지않은 카트를 내버려두고 밖으로 후다닥 달려간다.
당황스런 나머지 멍ㅡ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뛰는거봐. 되게 귀엽네.

"총각. 계산해야지."

"네?아...얼마에요?"

"10만원"

....아



그 많은 과자를 가지고 다시 자리로왔다.
내일 오면 줘야겠네...


"어!야 이거 왠거야"

"니꺼 아니야. 손대지마"

"참나. 다먹고 살이나쪄라"


괜히 시비걸고있어 내 10만원...


의자에 앉아 과자가 한가득담긴 봉지를 쳐다봤다.

"내일도 오겠지...그나저나 나때문에 여길 그만큼 온건가..."

씩 웃었다. 내일은 이름도 물어봐야지.






.

.


.
.

.

..




(다시현재.종인시점)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거보다

훨씬더 과분한 여자라는걸.





00이가 그남자때문에 운다. 난 절대 울리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내가 아닌 다른남자가 00이를 울린다.

웃어 줄수가 없었다. 모든게 걱정됬다.

계속 말라만가는 00이의 몸도. 마음도 우리의 가망없는 미래도..


결혼하고서 이렇게 니가 불행할 줄 알았으면
하지말라고 조금만 더 매달려볼껄.
내가 능력이 될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할껄.


00이를 탓할 자격도 없었다. 내가 그저 현실의 장벽을 넘지못한 패배자였으니까.

남자는 대기업의 본부장이였고
나는 이제겨우 수많은 비정규직중 한명일 뿐이였으니까

그리고 00이는. 결혼이 사업인 집안에서 태어났을 뿐이니까.

운명이고 숙명이라 받아들이고싶었다.

난 널 감당할수 없어. 그런데 놓아주진 못하겠다. 하는 이기적인 생각과함께

결혼까지 한 여자와 계속해서 만남을 가진다.



그런데 다른남자때문에 우는 널 보니까 미쳐버릴거같다.
아무것도 못해주는 내가 바보같아서 미쳐버릴거같다.

내가 이거밖에 안되거

너한테 아무것도 해줄수 있는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해


나같은 놈때문에 고생하게해서









3. Best friend



깨어보니 오빠의 침대에서 잠들어있었다. 얼마나 잔거지

놀라서 시계를 보니까 아직 새벽 4시. 오래 잔줄 알았는데 3시간밖에 안잤네


옆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오빠의 입술에 입을 살짝 맞췄다.



"나 오늘은 가볼게.사랑해"




내가 다 차지했던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곤 밖으로 나왔다.



비가 주르륵 쏟아진다. 어둡고 춥다



"운전...어떻게 해가지"





시동을 거는순간까지도 아파트 위를 올려다봤다. 혹시나 깼을까봐.

불이 켜지지 않은걸 확인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도착하면 그가 집에 없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가 사랑하는 그녀와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

차라리 지금 이 상황이 모두 거짓말이였으면 좋겠다.



눈을 감았다 뜨면 환하게 웃고있는 오빠가 날 안아주면좋겠다.



빨간불. 차를 세우고 하염없에 울었다.

어젯밤 날 보던 눈빛 손짓 목소리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나는데


내가 어떻게 오빠를 포기해. 


가끔은


아주가끔은



오빠를 두고 결혼해버린 날 증오하고 원망하는 오빠를 생각해본다.

차라리 그랬으면 우리둘 이렇게 까지 되진 않았을텐데



서로를 놓아주지도 놓지 않을수도 없는 이 상황이


너무 서러웠다.



변백현이 결혼식날 한 말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언젠간 헤어져야 할 사람들

죽을만큼 사랑해주자고. 대신 이 상황에 서로가 지친다면. 미련없이 놓아주자고.



점 지쳐가는 우리 둘의 모습이 눈에 서려


차 없는 도로에서 초록불이 되었는데도 핸들에 머리를 박고 한참을 울었다.



미안해. 이거밖에 안되는 여자라서


이런 나 만나서 고생하게해서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엑소] [빙의글] 11시, 그 적당함(단편) | 인스티즈


"어디 갔다 왔어요?"





금방 뭘 먹었는지 입가에 묻은 걸 닦아낸다.

새벽부터 정장까지 말끔하게 차려입고서





"알거 없잖아요.내방에 들어오지 마요."



"000."



갑자기 내 어깨에 두 손을 올려놓는다. 작게 실눈을 뜨고 말했다.




"니 애인님이 지치시기전에. 내가 먼저 지치게 생겼는데."



"무슨소리에요. 우린 그냥 비즈니스야. 잊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그의 팔을 툭 치고 방을 나갔다. 


저럴때마다 당황스럽다. 대체 나한테 뭘 원하는건지. 




그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백현시점.)



내 어깨를 툭 치고 밖으로 나간다.  



비즈니스. 그래 우린 더도 덜도 아닌 형식상 결혼에 사업일 뿐이다.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사이로 1년이 지났다.




적어도 그녀는 그랬겠지.




사실 난 애초에 애인이 없었다. 있어서도 있을수도 없었다. 생기는 애인마다

엄마의 뒷봉투로 하나 둘 나가 떨어졌으니까. 끊임없는 반복에 난 모두 지쳤었다. 





본부장으로 승진이 되고나서 제일 먼저 받은건 결혼 소식이 아닌 청첩장이였다.

내 이름과 그녀 이름 석자가 적힌.



공교롭게도. 난 몇달전부터 그녀를 좋아했었다.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워보였고 손짓 하나 목소리 까지 예뻐보였다. 


다만 내가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녀가 2년동안 사랑해온 남자가 있다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나니까.


그녀가 2년 동안 사랑해온 남자가 내가 제일 따르던 고등학교 선배였으니까.





청첩장을 받고도. 마냥 기뻐할수가 없었다.



이 사실을 안 그녀의 반응은 어떨까. 



머리가 복잡해졌다.



일부러 그녀와 처음 정식으로 만나는날 . 나도 애인이 있다고 거짓말을 쳤다.

그 둘의 훼방꾼이 되고싶지 않았다.


서로가 지칠때 쯤 내게로 오라고. 그 이야기를 빙 둘러 이야기했다.







그리고 얼마전 . 형이 내게 전화를 했었다.



"00이. 잘부탁해. 나한테 미안해 하지 않아도되. 너도 알잖아. 나 예전부터 많이 아팠던거.이제 나 신경쓰지말고. 둘이 부부라는거...잊지말고."




고등학교때부터. 형은 많이 아팠었다. 자주 학교도 빠지고 입원도 자주하고

공부를 진짜 잘하던 형이였는데. 다 낫고나서 겨우 대형마트에 취직했다는 소리를 들었

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즘. 다시 병이 재발한 모양이였다.





형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00이 절대 못놓을거같으니까. 니가먼저 00이 데려가 달라고. 




어쩌다가 서로가 모두 이기적인 결정을 내린걸까.

나도 그녀도. 형도.



우리 이 지독한 이기심이 절대로 좋은 결과를 불러오지 않을거라는걸 뻔히 알면서.







오늘도 늦게 들어온 그녀를 보면서 알았다. 우리 셋다 지쳐가는 중이구나.









그녀가 내 팔을 치고가면서 내 손에서 그녈 위해 준비한 목걸이가 굴러 떨어져 침대밑으로 들어갔다. 그녀는기억하지 못하겠지만오늘은 우리 첫번째 결혼기념일이니까.




( 종인시점)



다. 이 시간쯤이면 당연히 이미 가고 없을줄을 알면서 침대 옆자리를 슬짝 만져보았다. 간지 꽤 되었는지 온기조차 없다.



축 쳐진 몸을 이끌고 부엌에서 풍기는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냄비를 열어보았다.

죽이네.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또 바빠서 밥 안먹고갈까봐 그런건가.



근데 어쩌지. 나 이제 회사에 못나가는데.



얼마전에  그나마 비 정규직으로 있던 회사를 그만뒀다. 어릴때 찾아왔던 병이 재발했다고했다. 손쓸 수 없을만큼 진행됬다고 했다.


내게 단 1년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차라리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내가 없어지면 그 둘이서 알콩달콩 잘 살지않을까. 둘의 훼방꾼이 된 날 잊어버리고 새 시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런 내 맘을 알아줄 백현이라면

적어도 이런 내 맘을 이해해줄 00이라면.




죽을 끓이고 옆에 00이가 보지못하게 숨겨놓은 많은 약봉지들을 꺼냈다.

선반 위에다 올려두려다 손에 힘이빠져 후두둑. 떨어져버린다.



내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은. 4개월 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시계를 봤다. 11시. 3년전의 나였더라면.


설레는 맘으로 00이를 기다리고 있던 시간이였겠지.


00이가 날 설레는 맘으로 찾아오던 시간이였겠지.



맘껏 울고싶은데 몸에 힘이없다. 가만히 앉아있는데 갑자기 머리가 너무 아프다.

수백개의 바늘이 내 머리를 관통 하는거같다. 어제 00이가 오고나서 버틴답시고 약을 너무 많이먹었나.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겨우 침대로 기어가서 전화기를 열었다. 살려줘. 하고 말하면 바로 달려와줄사람. 나도모르게 00이의 번호를 누르려다. 백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렇게 염치가 없어도ㅡ 제발 00이에게만은 더이상 초라한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그래서 그래. 조금만 이해해주라.



다이얼이 울린다.


한번


두번


그리고 세번



손에서 툭 하고 핸드폰이 떨어진다. 떨어진 핸드폰에서 급하게 날 찾는 백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형.형하고. 정말 미안하다 백현아. 내가 이렇게 착한 네게

무슨 나쁜짓을 하고있는걸까. 내가 너무미안해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눈이 감긴다.



















"ㅎ...형!!!"



이상하다. 전화를 끊지않는다. 거친 숨소리가 잠깐 들리더니 핸드폰 떨어지는 소리. 형 안되 이러지마. 


'머리에 종양 제거하려면 뇌를 다 긁어내야한데.'


형 제발 일어나.전화기에 대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죽지마 제발 죽지마


'근데백현아. 나...너무 힘들어.'


안 힘들게 내가 혼자있을께. 형이 나한테 미안하다 말하는게 마지막이 될순 없잖아 제발 살아있어줘.



형이 내게 전화가 온날 했던 말들이였다.


처음엔 뇌를 다 긁어내야한다느니 너무 힘드다느니 장난처럼만 느껴졌다.


그냥. 믿기 싫었던게 더 맞는말일 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앞두고서 아무렇지도 않게 00이를 보는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번도 우는모습을 본적이 없었는데. 핸드폰 저편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왔었다.




형은. 어서 외국으로 가서 아무도모르게 죽고싶다고했다.


내게 부탁을 하나 더 했었다. 00이가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못된놈으로 기억하게 해 달라고. 내게. 3년간의 추억을 망가트려달라고. 빙 돌려 이야기했다. 날 아무것도 아니였던것처럼 만들어줘ㅡ 하고.





119를 부르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멀리서 회의가 있다며 달려오는 비서에게 미루라는 말을 던지고 미친듯이 달렸다. 최소한 우리에게 극적인 결말이 없기를 바라면서.














"상태는 좀 어때요"



"이정도면 일상생활도 힘들텐데. 입원하는게..."



"얼마나 더 살 수 있는데요."



"저번에 왔을때 1년정도였는데. 이건뭐 진행속도가 워낙 빨라져서...

못깨어난 상태에서 그냥 죽을수도있어요."



"제일 좋은병실로...잡아주세요."




과연 내가 어떻게 하는게 제일 올바른 선택일까.


알려야할까


말아야할까




제일 좋은 병실에 누운 형의 모습이. 언제나 당당하고 멋있었던 형에게

처음으로 연민을 느끼는 순간이였다. 설마 오늘도 형 집에 들리는건 아니겠지.




그리고 저녁이 됬을때쯤. 내게 전화가 왔다.



ㅡ오늘 언제와요



"오늘 나 집에 못들어가요. 집에서 편히 자."



ㅡ그러죠



짧은 통화를 끝내고 이제서야 고운 숨을 뱉어내는 형의 손을 붙잡았다.


우리가 대체 왜이렇게 된걸까.



형이 안아팠으면 


내가 형을 알지만 못했어도


00이가 마트에 들리지만 않았어도




우리 서로 만나지는 못해도




이렇게까지 아프진 않을텐데









5.죽음에 관하여.






"형. 오늘도 좋은아침.

나 오늘 3일동안 출장가야해서 

한참 못보겠네. 나 없는동안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다."




형이 쓰러진지 일주일째. 차마 00이에게 알릴 수가 없어 나 혼자서 병간호를 

했다. 내가 한 걸 모두 참회한다는 의미. 서로에게 어쩔수없이 큰 상처를 준 우리는 


결국은 이런 결말을 맞게됬다.


미안하고. 미안함



병실에 불을끄고 집으로 향했다. 아직 잠들어있을까

언제까지 형이 병실에 있다는걸 숨길 수 있을까






결국은 밝혀질 사실을 숨기는 나는. 

그녀를 볼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린다.











"요새 야근이 굉장히 잦네요."


그녀의 표정이. 매섭게 서려있다.


"하도 일이 많아서."



"그거알아요? 그쪽 아침마다 병원냄새 아주 지독하게 난다는거."



"..."



"매일 병원에 가야할만큼 아픈건가? 아니면.. 나몰래 간호할 사람이 있다거나."



"이봐. 지금 무슨말을 하는거야."



"왜.

오빠랑 친한 형동생 사이라는거 말 안했어요."



"..."



"날 그렇게까지 나쁜년으로 만들어야했어?

그쪽도 여자 있다면서. 왜 나한테만 이래?"




그녀가 운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하염없에 운다.


울지마요. 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알고 있었어요 오빠가 계속 아프다는거.

집에 가기만하면 약냄새가 진동했으니까ㅡ 또

예전에 놀러갔었다가


진단서를 봤었어. 


내앞에서 아무렇지 애쓰는척 하는 모습보니까 별로 

아는척 하고싶지 않았어. 근데

 그쪽이 뭔데 내가 그쪽한테 미안하게만드는데



똑바로 말해요. 지금 오빠 어디있어."




멍 ㅡ 했다.  어떻게 안걸까. 난 한마디도 그런 이야길 한적이없는데.


내 친언니가 오빠 동기야. 그쪽이름 말하니까. 바로 알더라.


멍한 내 얼굴을 보고선 뒷말을 잇는 그녀였다.




그제서야 생각났다. 그녀의 어머니가 예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형의 집에서 풍기는 익숙한 냄새. 내게서 풍기는 그 냄새들.


모르는게 이상한거구나. 하고말이다.




글썽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미안해요. 형 마지막 부탁이라..."


"제발 부탁해요. 나 좀 데려가줘.."



그녀가 내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이러지마요ㅡ


내가 이런모습 보고싶어서 한 말이 아니잖아.

왜 

그쪽이 왜 나한테 이러는건데.


더이상 그녀에게 해 줄 말이 없었다.


무릎을 꿇은 그녀의 앞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그럼 나 출장 다녀오는동안. 간호 잘해줘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의사가 말했다. 3개월에서 다시 줄어든다.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는게 좋다.



3일 후에 다시볼때쯤


형이 환한 미소로 00이와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해. 하고 달콤한 말을 서로 건내면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동안. 


우리의 마지막을 떠올려보았다.



까맣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오빠. 많이 말랐네."



티슈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이제 몇시간 후면 그가 돌아온다.

내가 있는 동안도 일어나지 못했다. 그가 돌아오면

반갑게 그를 맞이하며 일어났으면. 하고 생각했다.




우리가 왜이렇게됬을까.


우리둘은 내가 결혼을 하고서도 둘을 놓지 못할만큼

서로 사랑했을 뿐이고


백현씨는 우리 둘 사이에서 그 오랜시간을 혼자서 버텨왔다.


그가 마지막에 내게 이야기했다.


사실나. 애초에 애인같은거 없었어요. 

그쪽이랑 형이랑 잘되길 바라는 내 마음이였으니까.

나 오기 전까지라도 좋은시간 보내요.

나이제 미련같은거 안가질께.




그는 나에게. 항상 미안한 존재였던거다.

날위해서 모든게 날 위해서 이뤄졌던 연극들이

결국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구나.




손을잡고 두시간정도 잠이들었다.

창문을열고 밖을 바라보고있는 백현씨가 보였다.


그 사이ㅡ 오빠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아....."


둘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실눈을 살짝 뜨고서 천장을 바라본다.

형!하고 달려와 나 알아보겠냐고ㅡ 말을 건낸다.



피식. 하고 특유의 웃음을 짓는다.



그가 함께 안도의 한숨을 지었고

나도 고개를 푹 숙이고 숨을 골랐다.




"이야기 해요."




그는 그렇게 짐을 챙겨선 밖으로 나갔다.

같이있어요. 하는 말을 건네기도 전에





"너한테 이런모습 죽어도 보여주기 싫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버렸네...."


"오빠 너무 힘들면 말 하지마..어?"


"나 내일이면 없을지도몰라.

지금 할말있어서 그래"


힘들게 고개를 내쪽으로 돌린다. 무슨 큰 결심이라도 한듯 

눈시울이 붉어져서 또렷히 날 바라본다.


"나 니가 생각하는거보다 많이아파

지금 눈 감았다 뜨면 죽었을수도 있어. 그만큼 아파

우리 백현이한테 너무 못할짓 믾이했어. 알잖아 백현이 첨부터 여자친구 없었어

내가 알기론... 아마많이 좋아했을거야 니가 생각했던것 보다 아주 많이..



일어날때.밥먹을때

씻을때. 영화볼때

졸릴때...그리고

내가보고싶을때...


나말고 백현이한테만 집중해

처음엔  힘들지도 몰라 

내가 많이 생각날지도 몰라


근데 너네둘은 평생을 같이 살아야할 부부라는거...

날 가슴에 응어리로 두더라도

이런 나쁜일들 말고. 전에 좋은 추억만 기억해줘


그냥 꿈같음 추억이였다...하고 생각해줘



미안해. 이런말밖에 못해줘서...


백현이한테도 내가 항상...미안하고 고마웠다고 전해줘....



못난 내옆에 끝까지 있어줘서


너무고맙고 사랑해.


00아....


졸린다. 나...잘께."



내 손을 잡은 손이 힘없이 떨어진다.

다시 손을 잡았다.


"나도 ....사랑해 오빠."













번외는 내일 올릴게요♡



 
여우1
헐 너징!!!!!!!!!!!내가 예전에 브금도 물어봤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직도 번외못읽었음 그때 이후로 왔었어?
10년 전
글쓴여우
번외 할려다 사춘기쓴다고 무제한연기..ㅡㅋㅋㅋ쏘리ㅠㅠㅋ
10년 전
여우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예전에보고진짜아련터졋는데...ㅜㅜ
10년 전
여우3
아우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슬퓨ㅜ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여우4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헐..............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허어허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여우5
허헝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현실눈물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여우6
ㅠㅠㅠㅠㅠㅠㅠ눈ㅁ ㅜㄹ
10년 전
여우8
ㅠㅠㅠㅠ새벽에ㄴ진짜현눈 ㅠㅠㅠㅠ하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여우9
허류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여우10
대박이야ㅠ ㅠ. ㅜ 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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