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역대급이다. 드라마가 재밌다는 뜻으로서의 역대급이 아니다. 목이 날아가는 생시들(살아있는 시체)과 태왕의 환영을 보고 착각해 민초들을 모조리 도륙하는 태종(감우성). 19금 등급이긴 하지만 그 자극이 역대급이고, 사실상 좀비에 악령까지 깃든 생시들과 사투를 벌이는 완전한 허구의 이야기에 굳이 태종, 충녕대군(장동윤), 양녕대군(박성훈) 같은 실제 역사 속 인물을 고스란히 채워 넣은 그 만용이 역대급이다.
예상대로 드라마는 첫 회 방영만으로 논란의 불씨에 불을 지폈다. 굳이 역사 속 실존인물을 끌어다 쓸 이유가 전혀 없는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태종, 충녕대군, 양녕대군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 신경수 PD는 “완벽한 허구로의 지향이 이 드라마가 구현해야 할 공포의 현실성을 앗아갈까 걱정이 되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실감나는 공포를 위해 역사 속 인물을 썼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포 같은 자극을 위해 역사 속 인물을 이용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이라 볼 수 있을까.
문제는 실존 인물을 썼다는 사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제 아무리 허구라고 사전고지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허구라면서 실존 인물은 왜 썼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그 시공간적 디테일에 대한 고증은 있어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첫 회부터 조선이라고는 볼 수 없는 잘못된 시공간적 디테일들을 채워 넣는 우를 범했다.
<조선구마사>를 쓴 박계옥 작가는 전작이었던 tvN <철인왕후>에서도 판타지 사극에 굳이 실존인물인 철종과 순원왕후, 안동김씨, 풍양조씨 가문을 등장시켜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특히 “조선왕조실록 다 지라시네” 같은 과한 대사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물론 이런 역사적 인물을 가져다 쓰고, 파격적인 설정으로 역사적 상황들을 헤집는 자극적인 이야기로 이 드라마는 무려 최고시청률 17.3%(닐슨 코리아)를 기록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철인왕후>는 그 판타지 설정을 통해 조선시대라는 공간으로 넘어간 인물이 다른 성을 체험하며 드러내는 파격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지만, <조선구마사>는 과연 그런 부분이 존재할까 싶다. <킹덤>과는 다르다고 했지만, 벌써부터 좀비에 오컬트, 사극의 여러 부분들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아류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어째서 <조선구마사>는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 걸까. 저의까지 의심받는 역대급 선택의 결과가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