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싫어. 싫다고, 안들어줄거야. 꺼져, 저리 안가?!
좀 사라져라 제발, 뭐? 부탁 들어주면 가겠다고?
...아 진짜 싫은데...아 무서우니까 그 얼굴 치워!!!후...... 알았어. 부탁 하나만 들어줄테니까 진짜로 가야해 알았지?
한참을 텅 빈 허공에 대고 실랑이를 하는듯한 소년은,
결국에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건너편 테이블로 다가갔다.
알바생으로 보이던 소년이 홀로 실랑이를 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던 나는, 그 소년의 발걸음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여전히 그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우물쭈물해하는것 같던 녀석은,
아씨 모르겠다 하고 제 머리를 박박 긁어대더니, 그 말에 뒤를 돌아보는 한 남자 손님에게,
"손님, 초면에 이런 말 해서 죄송한데.. 반지 좀 주실래요?"
하고 부탁했다.
당연히 뜬금없는 소년의 부탁에 남자는 당황해 했으나,
그 당황함이 도를 넘어서 자칫 화를 내는듯해 상황을 지켜보던 내가 저건 너무하다 싶었다.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삿대질을 하는 남자에,
소년은 어쩐지 원망스러워 보이는 눈빛으로 제 뒤쪽의 허공에 시선을 주더니,
곧 무언가 경청하듯 우두커니 있다가도, 뭔가를 결심한듯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저씨 죽은 여자친구가 꼈던 반지, 지금 아저씨가 갖고있잖아요. 그거 주시라고요"
소년의 입에서 나온 대사에, 턱을 괸채로 관망하고 있던 내 팔이 테이블 밑으로 툭하고 떨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