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고있는 너의 사진에 가슴이 살짝 아려온다. 나에게 따라해보라며 귀여운 표정을 짓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한데 너는 나를 두고 어디로 날아갔을까. 탁자에 사진을 올려놓고 옆에 있던 칼을 집었다. 손가락 끝에 대고 세게 눌러보니 소리도 없이 칼날이 살짝 들어가더니 피가 새어나온다. 문득 날카로운 것들을 무서워하던 너의 모습이 생각나서 칼을 내려놓았다. 너가 싫어하는 것들과는 절대 함께하지 않을게. 너가 아끼던 피아노 뚜껑을 열어보았다. 먼지를 살짝 쓸어내리니 하얀 건반이 드러난다. 아침마다 연습해서 내가 항상 시끄럽다고 소리를 질렀었는데....그것마저 그리워질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민석아. 피아노 위에 올려져있던 악보와 엠피쓰리를 집었다. 엠피쓰리를 옆에 놔두고 악보를 펼쳤다.자, 민석아. 너가 제일 좋아하던 곡이야. 너가 보고싶을 때마다 한번씩 연주했더니 누구보다 이 곡은 자신있다. 너에게 바치는 나의 마지막 세레나데. 이 곡을 연주한 후에 나는 너의 음성을 들으며 너가 제일 좋아하던 겨울 바다에 갈거야. 거기서 천천히 바다와, 그리고 너와 하나가 될께. 항상 깊은 바다까지 헤엄쳐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던 너잖아. 내가 그 꿈을 대신 이뤄줄게. 피아노에 손을 대는 순간, 갑자기 너가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나에게 남겼던 말이 떠오른다. "루한아,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죽으면 안돼. 알았지?" 빠오즈란 별명을 가졌던 넌 어디가고 볼이 홀쭉해진체로 눈물이 그렁그렁한채 힘없이 떨리는 손으로 너가 나에게 겨우 적어준 말이다. 민석아, 나는 죽는게 아니야. 너의 세상으로 들어가는거야. 너가 그 세상으로 들어감으로써 나에겐 너의 세상으로 가야 될 의무가 생겼어. 그 세상의 너는 건강하게 활짝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겠지. 그곳에 갈 생각만해도 나는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 자, 이제 연주할때야. 나의 마지막 세레나데를 너에게. 사랑한다, 민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