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영우는 남들 다 하는 것들을 알아서 해 주기를 바랄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데이트가 평범하길 바란 건 애초부터 잘못된 생각이었고 첫키스 때 영우가 원래 키스는 이빨끼리 닿냐고 물어본 거 보면 연애는 고사하고 이런 만남도 처음이라는 거 알 텐데 일반적인 연애 관계의 것들을 영우한테 바라고 있다는 느낌이 듦 영우한테 우리는 사귀는 사이라고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고 영우도 우리가 사귄다고 생각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가 딱 그럼 비자폐와의 관계였다면 키스하고 별로 안 좋아하는 데이트도 다 맞춰주고 하면 상대도 우리를 사귀는 관계로 생각한다고 기대해도 되겠지만 영우는 그게 안 되는데 그걸 바란다는 것부터 좀 이상했음 평범한 연애일 수 없고 영우한테는 뭔가를 바랄 수 없으니 준호가 진짜 각오를 제대로 했다면 텐트럼이나 멜트다운 진정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자폐인이랑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평소에 대화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다 공부했어야 했다고 보거든 그런데 누나를 소개해 주려고 하는 거나 자기 섭섭한 마음을 영우한테 언성 높여가며 내보이는 거나 다 그런 부분이 부족해 보임 누나를 꼭 소개해 줘야겠다면 밥 메뉴라도 배려를 하든지 누나랑 만나면서 있을 법한 상황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리 얘기를 나누고 가든지 해야 했고 섭섭한 게 있다면 한 번에 몰아서 터뜨릴 게 아니고 그때마다 바로 나는 이런 걸 섭섭하게 느낀다고 조곤조곤 얘기했어야 했음 이쯤되면 준호가 어디까지 배려하고 맞춰야 하는 거냐 싶겠지만 영우랑 연애를 하려면 이 정도 각오는 원래 필요했음 자폐인이랑 같이 산다는 건 원래 그런 일들의 연속임 그래서 그런가 준호가 초반에 얼마 못 갈 마음 아니라고 했던 게 잘 모르고 한 말 같음 남들 시선 아랑곳하지 않을 각오는 됐지만 영우랑 정서적으로 교류하는 것 자체도 힘들 거라는 각오는 안 된 느낌이랄까 사실 그래서 더 현실적인 거지 뭐... 가족 중에 자폐가 있는 설정도 아닌데 자폐인이랑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이어나가야 하는지 준호가 어떻게 다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