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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3/9/04) 게시물이에요

 

 

 "나 진영이형한테 고백 받았어."

 

 달캉, 얼음을 휘젓던 정환이 선우와 눈도 맞추지 않고 대답했다. 만나봐. 짤막한 대답만 남기곤 빵 한 조각 잘라 입에 넣는 그를 오래간 노려보았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선우가 자신을 보고 있든, 아니든 별 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비 온다."

 

 어둑해지는 하늘 아래로 불투명한 빗방울이 하나 둘 잇달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곧 이어 들려오는 시원한 물소리에 선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우산도 없는데… 슬쩍 정환을 보았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톡, 빗소리에 묻혀 조그맣게 들리는 알람음에 선우가 핸드폰을 들어 보았다.

 

 [뭐해? 생각해봤어?]

 

 선우의 한숨이 짙어졌다. 진영이 보낸 메시지였다. 며칠 전, 진영과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을 떠올린 선우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무거운 눈꺼풀, 몸도 나른하고 몽롱한 것이 비가 와서 그런가. 흔한 파란색 한 줌 찾아 볼 수 없었다.

 

 "선우야, 우리 만나 볼까?"

 

 어제도 오늘처럼 비가 왔다. 우산이 버거울 정도로 쏟아지는 비에 둘은 붙어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낑낑거리며 진영의 몸에 달라붙은 선우와 눈을 맞댄 그가 말했다. 갑작스런 고백은 차분히 내려 앉았다. 툭, 툭, 우산의 끝에서 떨어지는 빗자락 소리가 선우의 왼쪽 귀에 똑똑히 들렸다. 오른쪽 귀엔 진영의 애틋한 맘이 울리고 있었다. 허둥지둥 말을 줄이던 선우를 돌려보낸 진영의 어깨는 축 젖어 있었다. 선우는 그제야 알아챘다. 아, 어쩐지 비가 이렇게나 오는데 한 방울도 안 젖었다 했네. 죄책감에 맘이 갑갑했다.

 

 "…이정환."

 "왜 또."

 "나 진짜 진영이형이랑 만나 봐?"

 

 정환이 그제야 선우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라고 말하는 듯 한 관심없는 눈빛. 또 한 번 무덤덤히 상처가 그어졌다. 짜증나게 딸려오는 두근거림과 함께. 선우는 괜스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왜 나는 얘를… 핸드폰이나 두드리고 있는 정환을 흘긴 선우가 다시 핸드폰을 보았다. 애타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메시지에 선우는 갈등했다. 진영이형이랑 사귀면 이정환이랑 있는 시간은 줄어들겠지, 생각만 해도 허전한 공간이 서글펐다.

 

 선우는 잠시 생각 하더니 막힘 없이 답장을 적어 내렸다. 형 제가 계속 생각했는데 저도 형 좋아하는 것 같…  어딘가 악에 받쳐있는 글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당장 옆에 있는 놈 좋아해봤자 뭐해, 한 번 봐주기라도 하나. 나도 사랑받고 싶어. 선우는 전송 버튼 위에 엄지를 살짝 떼곤 여전히 망설였다. 흘끗 정환을 보았다. 울컥울컥 하는 맘이 지금도 차올랐지만, 일방적이었다. 그래서 힘들었다. 이렇게라도 너가 나의 빈자리를 느낄 수 있다면…

 

 "야, 비 너무 온다. 우산 사 올게."

 

 선우의 엄지가 막 화면에 닿을려던 순간 정환이 말 했다. 놀란 선우가 정환을 보았지만 그는 벌써 후드를 뒤집어 쓴 채 달려 나간지 오래였다. 연한 회색이었던 그의 옷이 점점 곤색마냥 짙어졌다. 감기 걸리면 어쩔려고, 추울텐데, 차라리 내가 갈걸. 동시에 떠오르는 걱정들 사이에 선 선우는 금방이라도 달려 나가 정환을 찾고 싶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10분, 15분, 흘러가는 시간에 선우는 발만 동동 굴렸다. 지금쯤이면 오고도 남았을텐데. 손톱까지 까득까득 깨물던 선우가 손으로 머리를 가린 채 건물 밖으로 뛰쳐 나왔다. 팔 위로 순식간에 올라탈 거센 비를 예상했지만, 이상하게 비가 오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린 선우가 머리를 들자 그의 앞엔 정환이 우산을 든 채 서 있었다. 뚝, 뚝, 머리칼 사이 사이로 베어 나오는 물기에 선우가 입을 벌렸다. 얼마나 맞았으면 이 정도로 젖은 것인지. 선우가 어느새 많이 차가워진 정환의 손을 잡자 정환이 말했다.

 

 "이 근처에 편의점 진짜 없더라. 지하철 역까지 갔다 왔잖아."

 

 허탈하게 웃어 보인 정환이 우산을 선우의 손에 쥐여 주곤 다시 후드집업을 바로 썼다. 우산 밖으로 나가 버리는 정환에 선우가 소리쳤다. 야! 이정환!! 그 외침에 정환이 뒤돌았다. 살짝 띄운 미소는 어쩐지 슬퍼보였다. 손으로 오케이를 그려주며 정환 역시 소리쳤다. 아까 진영이형 카톡 맞지?! …잘… 만나!  그 말을 끝으로 정환은 입술을 깨문채 뒤 돌아 뛰었다. 초라한 뒷모습이 너무도 작게 보였다. 선우는 검은 우산을 손에 든 채 그 자리에 온종일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정환이 뛰어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벌개진 눈 위로 굵은 눈물이 비 처럼 쏟아졌다.



 
여우1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짱 좋다 욕쓸뻔 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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