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혁이 택운의 허리를 잡았다. 끝까지 밀어 넣는다. 그러자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음에도 택운의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흐으, 하는 소리에 상혁이 비식 웃는다. 베개를 꾸욱 쥔 손이 덜덜 떨려오고 있었다. 그 위로 행해지는 행위는 무자비했다. 끝까지 뺐다가, 끝까지 집어넣는 상혁의 배려없는 행동에 죽어나는 것은 택운이다. 베개는 점점 젖어만 갔다. 축축하게, 눈물로.
이런 행위가 지속된 지는 오래 되었다. 상혁과 택운이 처음 만난 게 상혁이 여섯살, 택운이 열 한살 때고, 처음으로 이 섹스같지 않은 섹스. 폭력에 가까운 행위를 시작한 건 상혁이 열 여섯, 택운이 스물 한 살 때니 햇수로만 따지면 삼 년 째다. 글쎄, 이제 2013년의 여름 끝자락이고 처음 당한 건 겨울이었으니, 3년 후반정도 되겠다. 택운은 이 폭력에 대해선 거의 해탈했다. 남자와 남자와의 관계 그것도 제가 아래에 있어 섹스할 때 느낀다는 통속적인 쾌감을 비롯한 여러 느낌들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니와 제 위에 올라타 짐승같이 움직이는 저 놈은 더럽게도 권력적이었으니 말이다. 집안 배경이 그러했고 힘이 그러했고, 뭐 먹이사슬에 있어 우위에 있는 건 어찌 됐든 저 놈이었다. 그리고 가진 건 자존심 뿐인 택운이 경찰서에 가서 저 새X가 나를 강간했어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도, 저보다 5살이나, 어린 놈한테.
"고개 들어"
"..."
"마주보고 할래?"
그리고 저, 저 반 말. 택운이 작게 욕을 뱉고 고개를 들었다. 침대 커버에 자꾸만 팔꿈치가 쓸린다. 상혁이 몸을 지탱하고 있는 부분 마저 온통 흔들어 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상혁이 흔드는 건, 지 거시기도 아니고 정택운의 몸도 아니고, 정택운의 인생 그 자체였다. 상혁은 돈이 많다. 택운은 돈이 없다. 가족도 없었다. 그러다 열 한살에 상혁의 아버지가 세운 사설 고아원에 들어갔다가 총명한 머리로 상혁의 과외를 맡았다. 택운은 솜털 가득 살내음 가득 나는 제 손으로 사과의 숫자를 세주며, 상혁에게 5 빼기 2는 3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근데 상혁은 머리가 나빴다. 뭔 헛소리야, 이거 재미 없어! 그 말을 할 때마다 택운은 쩔쩔맸다. 과외를 잘 하면, 점심에 돈까스가 나오니까 잘 해야 하는데. 하지만 정말 도움 안 되게, 상혁은 이기적이었고 배타적이었고 자기중심적이었으며 독단적이었고 독재적이었다. 그냥, 제 멋대로, 제 맘대로. 한상혁에게 규칙 같은 건 없는 거 같았다. 유치원 때부터 또래보다 큰 덩치 생각 못 하고 맘대로 굴다가 다치게 한 친구도 여럿이었으며 그 수는 커 갈수록 많아져만 갔고 나중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게 그 증거다. 하지만 택운을 건든 적은 없었다. 가끔 야한 농담을 하는 정도. 그리고 일은 상혁이 열 여섯에 터졌다. 그 때 택운은 상혁의 집에 얹혀 살고 있었다. 몇년 간 과외를 한 정에 결국 상혁의 아버지가 택운을 거둔 것이다. 사실 상혁의 집이 너무도 넓어서 방이 너무 많이 비었었다.
"형"
"..."
"형 섹스해 본 적 있어?"
그 때 택운은 스물 하나였다. 여자친구는 없었다. 그래서 택운은 고개를 가로 저었고,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글쎄, 옷이 찢어졌고 뒤도 찢어졌으며 목에 이빨자국이 났다는 거만 기억이 난다. 그렇게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택운의 첫 경험은 실로 충격이었다. 상혁에겐 아닌 거 같지만, 적어도 택운에게는. 그래서 마구 소리를 질렀다. 발악했다. 상혁에게 대든 것은 처음이었다. 아, 5살이나 어린 놈한테 대든 다는 말이 맞는 것인가. 뭐, 하여튼 그렇다. 그래, 발악했다. 넌 규칙도 없느냐고 법도 없고 인생이 니 마음대로냐고. 상혁은 그 때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왜 그때 그 말은 이렇게도 기억속에 박힌건지.
"형 같은 나머지를 위한 규칙은 없어."
"..."
"원래부터, 없었어."
택운은 아직도, 나머지다.
그래서 반항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