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망설여지던 걸음이었지만 막상 도착한 이 곳은 내 고민이 무색해질만큼 여전히 고즈넉하기만 했다. 살을 에는 바람에 나는 아직도 그의 걱정이 되었다.괜시리 주위를 슥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주먹을 꾸욱 쥐었다 폈다. 발길은 자연스레 창고로 향했다.그럴리가 만무했지만 어쩐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의 온기가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보다 더 녹슨 철문은 무거운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쾌쾌하게 가라앉는 먼지와는 상반되게 밝은 아침햇살이 새어들어와 작은 창고 안을 비추었다.서툰 솜씨로 만들었던 투박한 나무책상이 그대로 놓여있었다.누렇게 색이 바랜 종이들을 손으로 쓸어 보았다. 내가 떠나고 나서도, 너는 이것들을 놓지 못했나보다.제법 쌓여있는 종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완벽하진 못하지만 지난 그때보다 확연히 반듯해지는 필체들이 눈에 띄었다.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남겨져 밤낮 글공부를 했을 그를 생각하니 눈물이 비져 나왔다.투둑,툭 떨어지는 눈물과는 상관없이 집중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다시금 웃음이 번졌다. 어쩐지 이른 오전임에도 노곤하게 잠이 쏟아졌다.공기는 아직도 차가웠지만 예전 생각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 내다 보니 꼭 그와 함께 있기라도 한 듯 포근하게만 느껴졌다.그와 나란히 앉아 그림책을 넘겨보던 낡은 침대에 걸터앉았다.불안하게 삐그덕댔지만 그 소리 또한 예전과 다름없는 것이었기에 나는 더 안정을 찾을수 있었다. 두 다리를 모아 끌어안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그 지난 날, 내가 서투른 손길로 버벅대며 연주해주던 노래가 떠올랐다.작은 소리로 흥얼거려 보았다. 이제는 더 근사하게 불러줄수 있는데.그렇게 콧노래를 작게 웅얼대다가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을 것이다.나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웅크리고 졸고있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리 없는 둔중한 철문이 또 한번 끼익 움직였다.그 뒤로 모습을 보인건 그,아니 너였다.나는 단번에 꿈인 것을 인지했다. 너의 모습이 너무 여전해서.까무잡잡한 피부가, 진하게 그어진 쌍커풀이, 답지않게 비단같던 머리칼이 비현실적으로 여전해서.참 바보같다고 생각했다.나는 이렇게도 변해버렸는데 내 기억은 그때에 머물러 있으니 당연히 너는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꿈이라 단정짓고 나니 씁쓸한 한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네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바로 앞까지 당도했을때 나는 약간 의아해졌다.체취를 기억하면 그 체취가 꿈에서도 느껴지는 것이었던가.위를 올려다 보았다.네가 빙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내가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떼자, 네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많이 보고싶었습니다."딱 한번 들어봤지만 결코 잊을수 없었던 목소리가 다시 귓속에 스몄다. 그 간략한 문장을 알아채는 동시에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네가,종인이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거칠게 갈라지고 부르튼 피부가 여실히 닿아왔다.그대로 종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꿈 속에서 내 진심을 모두 전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종인이 부시럭대며 제 옷을 몇번 뒤적이더니 모서리가 다 헤어진 작은 쪽지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나른하게 졸려오는 나는 그 쪽지를 펼쳐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종인은 개의치 않는듯 말없이 나를 안아 토닥여 줄 뿐이었다. 따뜻한 그 품 속에서 바보같이 나는 또 눈을 감고 말았다. 아주 잠깐 졸았던 것 뿐인데 몸이 개운했다.다리를 내리고 양팔을 벌려 기지개를 켜려는데 왼손에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금방 꿨던 생생한 꿈이 떠올랐다. 종인이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던 것도 생각났다.자꾸만 작게 떨리는 손을 재게 놀려 조심스레 쪽지를 펼쳐 보았다.꼬깃꼬깃 접혀있던 종이는 아주 뻣뻣하면서도 또 유연하게 흔들렸다.삐뚤한 글씨로 쓰인 문장들이 몇개 적혀있었다. -경수에게경수가 집에 안 오고 나서부터 겨울이 일곱번 왔습니다.보고싶습니다.아줌마도 보고싶습니다.나는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이제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제일 처음 쓴 편지를 경수에게 주고싶습니다.경수가 내 편지를 보고 웃으면 좋겠습니다.경수야, 좋아합니다.- 꿈이, 꿈이 아니었나.아득 물고있는 잇새로 흐느낌이 주체할수 없이 새어나왔다.종인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기다린다. 앞으로도 기다릴 것이다. "종인아,종인아..나도 좋아해.."뒤늦게 대답을 해 보았지만 내 대답은 먼지만 켜켜히 쌓인 창고의 차가운 공기로 흩어질 뿐이었다. 나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와히!!!!!!!!!!!!!!!!!!아까 어떤 징이 써달라해서...쓴건데..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좀 이상할거야.........그냥 봐주라.....ㅋㄷㅎㅅ
그렇게 망설여지던 걸음이었지만 막상 도착한 이 곳은 내 고민이 무색해질만큼 여전히 고즈넉하기만 했다.
살을 에는 바람에 나는 아직도 그의 걱정이 되었다.
괜시리 주위를 슥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주먹을 꾸욱 쥐었다 폈다. 발길은 자연스레 창고로 향했다.
그럴리가 만무했지만 어쩐지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의 온기가 남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보다 더 녹슨 철문은 무거운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쾌쾌하게 가라앉는 먼지와는 상반되게 밝은 아침햇살이 새어들어와 작은 창고 안을 비추었다.
서툰 솜씨로 만들었던 투박한 나무책상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누렇게 색이 바랜 종이들을 손으로 쓸어 보았다. 내가 떠나고 나서도, 너는 이것들을 놓지 못했나보다.
제법 쌓여있는 종이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완벽하진 못하지만 지난 그때보다 확연히 반듯해지는 필체들이 눈에 띄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남겨져 밤낮 글공부를 했을 그를 생각하니 눈물이 비져 나왔다.
투둑,툭 떨어지는 눈물과는 상관없이 집중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다시금 웃음이 번졌다.
어쩐지 이른 오전임에도 노곤하게 잠이 쏟아졌다.
공기는 아직도 차가웠지만 예전 생각들을 하나 둘씩 끄집어 내다 보니 꼭 그와 함께 있기라도 한 듯 포근하게만 느껴졌다.
그와 나란히 앉아 그림책을 넘겨보던 낡은 침대에 걸터앉았다.불안하게 삐그덕댔지만 그 소리 또한 예전과 다름없는 것이었기에 나는 더 안정을 찾을수 있었다.
두 다리를 모아 끌어안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 지난 날, 내가 서투른 손길로 버벅대며 연주해주던 노래가 떠올랐다.
작은 소리로 흥얼거려 보았다. 이제는 더 근사하게 불러줄수 있는데.
그렇게 콧노래를 작게 웅얼대다가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
웅크리고 졸고있는 나 이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리 없는 둔중한 철문이 또 한번 끼익 움직였다.
그 뒤로 모습을 보인건 그,아니 너였다.
나는 단번에 꿈인 것을 인지했다. 너의 모습이 너무 여전해서.
까무잡잡한 피부가, 진하게 그어진 쌍커풀이, 답지않게 비단같던 머리칼이 비현실적으로 여전해서.
참 바보같다고 생각했다.나는 이렇게도 변해버렸는데 내 기억은 그때에 머물러 있으니 당연히 너는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꿈이라 단정짓고 나니 씁쓸한 한편,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네가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바로 앞까지 당도했을때 나는 약간 의아해졌다.
체취를 기억하면 그 체취가 꿈에서도 느껴지는 것이었던가.
위를 올려다 보았다.네가 빙긋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떼자, 네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많이 보고싶었습니다."
딱 한번 들어봤지만 결코 잊을수 없었던 목소리가 다시 귓속에 스몄다. 그 간략한 문장을 알아채는 동시에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네가,종인이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거칠게 갈라지고 부르튼 피부가 여실히 닿아왔다.
그대로 종인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꿈 속에서 내 진심을 모두 전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종인이 부시럭대며 제 옷을 몇번 뒤적이더니 모서리가 다 헤어진 작은 쪽지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나른하게 졸려오는 나는 그 쪽지를 펼쳐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종인은 개의치 않는듯 말없이 나를 안아 토닥여 줄 뿐이었다. 따뜻한 그 품 속에서 바보같이 나는 또 눈을 감고 말았다.
아주 잠깐 졸았던 것 뿐인데 몸이 개운했다.
다리를 내리고 양팔을 벌려 기지개를 켜려는데 왼손에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금방 꿨던 생생한 꿈이 떠올랐다. 종인이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던 것도 생각났다.
자꾸만 작게 떨리는 손을 재게 놀려 조심스레 쪽지를 펼쳐 보았다.
꼬깃꼬깃 접혀있던 종이는 아주 뻣뻣하면서도 또 유연하게 흔들렸다.
삐뚤한 글씨로 쓰인 문장들이 몇개 적혀있었다.
-
경수에게
경수가 집에 안 오고 나서부터 겨울이 일곱번 왔습니다.
보고싶습니다.
아줌마도 보고싶습니다.
나는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이제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
제일 처음 쓴 편지를 경수에게 주고싶습니다.
경수가 내 편지를 보고 웃으면 좋겠습니다.
경수야, 좋아합니다.
꿈이, 꿈이 아니었나.
아득 물고있는 잇새로 흐느낌이 주체할수 없이 새어나왔다.
종인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기다린다. 앞으로도 기다릴 것이다.
"종인아,종인아..나도 좋아해.."
뒤늦게 대답을 해 보았지만 내 대답은 먼지만 켜켜히 쌓인 창고의 차가운 공기로 흩어질 뿐이었다.
와히!!!!!!!!!!!!!!!!!!아까 어떤 징이 써달라해서...쓴건데..
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좀 이상할거야.........
그냥 봐주라.....
ㅋㄷㅎ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