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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1년 전 (2013/9/21) 게시물이에요

꾸욱. 내 손목을 밟고 지나가는 그 느낌에 부스스 눈을 떴을땐 이미 교복을 다입은채 신발을 고쳐신고 있는 도경수의 뒷모습이 보였다. 뭐야!! 왜 먼저나가! 사실 이 말이 끊기기 전 이미 문을 닫고 나간 도경수이다. 어제 밤과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서는, 그래 순간 경수의 변화를 기뻐했던 내가 바보지. 발을 헛디뎌 침대에서 굴러 떨어져선 속옷을 챙겨선 욕실로 향했다.

 

 

누군가가 묻는다. 왜? 왜 도경수야. 없지, 답답하지. 기쁜지 슬픈지 표정조차 감추는 그 철벽위로 콘크리트 까지 쳐바른 도경수가 어디가 좋냐고. 그래. 도경수가 그랬던가. 아무렴 상관이 없는거다. 그 감정변화 한번 없는 메마른 일자 입술선은 늘 삐쭉거림 한번 없다. 그래도 가끔씩 천천히 굴려 올려보는 그 눈동자가 그 어느것보다도 뜨거운것이다. 이런 애정표현을 하는 나를 부담스러워 하지않는, 심장이 튀어나갈듯 떨면서 겨우 잡은 제 손을 뿌리치지 않는. 그런 도경수가 있다.

 

 

급하게 신발을 꾸겨신으며 살짝 창문가로 내려보자 팔짱을 낀채 반듯하게 서서는 앞을 보고있는 도경수의 정수리가 보였다. 저렇게 기다려놓곤 또 내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언제 기다렸냐는듯 도도하게 걸어갈것이다. 눈에 뻔히 보이는 제 도도한척을 내가 모를줄하는 도경수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이층쯤에서 부터 부러 쿵쿵 발소리를 내며 내려갔다. 일층 현관에 도착하자 달려 다섯걸음 쯔음에서 천천히 걸어가는 도경수가 보였다. 야. 경수야. 그러면 왜 부르고 이냐는 눈빛으로 천천히 돌아보는 도경수.

 

 

누군가가 묻는다. 도경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고.

 

 

"같이가~"

 

 

도경수를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해?

 

 

 

 

 

 

 

경수는 18살. 종인이도 18살이야.

둘은 같은학교긴 하지만, 학교에서 이름난 둘은 좀 다른이유로 이름이났지.

 

 

경수는 엄청난 철벽남인데, 그게 완전 도그심해(결국 종인이랑 후에 사귀면서도 철벽철벽)

종인이는 여자친구도많고 남자친구들도많고, 항상 시끌벅적한 모든곳의 중심이였지.

그래서 둘은 절때로 같이 부딪힐 일이없었어.

 

 

그러던 어느날 이동수업에서 같은반이 된 둘이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되.

종인이는 친구들이랑 놀다가 늦게 들어오는바람에 맨 뒷자리에 앉았고,

경수는 깜빡 쉬는시간에 졸았는데 아무도 안깨워주는 바람에 늦게와서 뒷자리에 앉은거지.

 

 

그런데 종인이는 워낙 오지랖같은 성격이라 경수한테 계속 장난도 쳐보고 치근덕대는데

경수는 그걸 싫어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걍 무시를 해. 아예 바람취급도 안하는거야 ㅋㅋ

 

그래서 결국 수업끝날때까지 종인이에게 민망함만 남겨주곤 경수는 종이 침과 동시에 자리를 떠나버려.

그모습을 힐끔힐끔 보면서 수업내내 한참을 웃었던 종인이 친구들은 경수가 나감과 동시에 굳어버린 종인이 표정을 보곤 엄청나게 웃지.

 

 

쟤 뭐하는애냐고,

워낙 서글서글 한대다가 분위기맞추는걸 잘하고, 인기도 많은 종인이가 이렇게 무시를 당한척이 처음이여서 자존심이 상한거지. 그래서 애들한테 물으니

쟤 말도마. 친구도 없고, 말을 전혀안해. 오죽하면 공부도 잘하는데 선생님들이 싫어하겠냐.

이러면서 종인이를 비웃으며 위로하지.

종인이는 아직도 자존심회복이 안되는거야.

 

그래서 그날이후부터 부러 경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면서 이동수업때마다 옆자리에 억지로 앉고 그러는데도

경수는 여전히 쳐다도 안봐주지.

종인이 마음은 딱이거야. 처음엔 뭐저딴게 다있나, 확 때려버려서 복종하게 할까 싶었는데

점점 오기가 생기는거야. 뭔 짓을해야 자기가 먼저 안달나서 나한테 말을걸까.

진짜 별거 아니였는데 일이 점점 커지는거지.

 

 

그런데 그 집착이 조금 변질되서는

경수를 괴롭히는 쪽으로 바껴버려. 그것도 유치한 괴롭힘이였지.

체육복을 갈아입으려고 탈의실에 들어가는 경수를 일부로 반대편으로 밀어 여자 탈의실로 보낸다던가,

친구들과 누가누가 먼저 야구공으로 도경수 머리를 맞추나

방과후 도서관으로 가는 도경수의 뒷통수만 노려댔었지. (경수는 한번도 맞지 않았지만)

 

 

그러던 어느날 체육관에서 체육수업을하는데, 자유시간이 주어졌어.

여자애들은 지들끼리 떠들기바쁘고, 남자애들은 농구를 하고.

경수는 여느때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곤 구석에서 조용히 꾸벅이며 졸고있었지.

사람들이 다빠지고, 체육부장인 종인이가 공을 치우다가 보니까 아직도 경수가 자고있는거야.

골려줄까 해서 조용히 혼자 빠져서는 문을 걸고 나와서는 이따 다음시간에 열어줘야지 하곤 웃으며 나갔는데

그걸 새까맣게 잊곤 방과후에야 급하게 달려간거야.

 

 

이미 해는 지고, 불 스위치역시 문밖에 있는 체육관이여서 체육관 안은 온통 컴컴한상태.

종인이는 급하게 좌물쇠를 풀곤 문을 확 여는데,

무언가가 제 품을 급하게 파고들어.

금방 제 와이셔츠가 젖도록 우는 경수가 있고, 종인이는 당황스러움에 어리벙벙하지.

 

 

사실 경수는 예전의 트라우마가 있는데,

경수네 엄마는 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되셨고, 경수는 그런 엄마를 단칸방에서 돌봐줬었지.

그땐 경수가 중학생이였고, 하루종인 방안에서 공부하다가, 엄마의 수발을 들다가.

학교를 갈때면 엄마가 어떤 사고를 칠지몰라서 문을 걸곤 나갔었는데,

어느날 방안에서 불이나서 엄마가 돌아가셔버렸었어.

 

그래서 경수는 항상 자기가 엄마를 죽였다고 괴로워하며 살아왔어.

자연스레 말도 안하게 되고. 유일한 핏줄이였던 엄마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었지.

엄마는 되게 활발하시고, 밝은 성격이라고해야하나. 딱 종인이성격.

그래서 경수는 제게 다가오는종인이를 보면서 피하고싶으면서도

자꾸엄마가 생각나기도 하고. 울쩍하면서도 계속 찾게되는거였지.

 

 

 

 

그래도 경수는 정말정말 종인이를 한번도 안봐줘.

종인이는 그날이후 너무미안해서 이젠 방과후에도 경수를 따라다니지.(경수는 그날 사건이 종인이짓인지는 모르고, 그날 그렇게 경수가 울고나선 언제그랬냐는듯 경수는 멍한 종인이를 지나쳐 집을가버렸었어.)

 

두발짝 뒤에서 항상 제얘기를 하면서.

경수가 아는애일지 아닐지 몰라도 그냥 자기친구들이랑 자기랑 있었던 일들을 막말하고,

친구들비밀도 폭로하고 혼자웃고 ㅋㅋ

여전히 경수는 앞만보고 걷고, 종인이 혼자 떠들다가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서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경수는 집을 들어가버린상태 ㅋㅋ

그런데 이상하게 경수와 있는시간엔 기분좋은 약에 취한듯 술술술 이야기를 뱉어내게 되는거야.

 

 

그러던 어느날엔 점심시간마다 축구를 하던 종인이가 넘어져서 다치게되.

꽤 큰상처임에도 불구하고, 종인이는 그냥 긴교복바지로 덮어버렸지.

보충기간이라 보건실도 닫혀서, 그냥 교복바지에 쓸리는 상처를 애써 모른척하며 말아버려.

그리곤 그날역시 경수를 집에 바래다주곤(그냥 따라가기)

닫히 철문을 그냥 잠시동안 멍하니 보다가 오는동안 참았던 쩔뚝거림을 하며 집을 가려 뒤돌아섰는데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제 가방을 무언가가 치고 떨어져.

 

 

의아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 바닥을 보니 데일밴드.

고개를 드니 철문사이로 빼꼼히 보고있던 경수가 훽 문을 닫곤 들어가버려.

경수는 이미 점심자습때 창가로 종인이가 다친거 봤었던 거지.

종인이는 그 데일밴드를 쓰지도 못하고 손에 꼭쥐곤 쩔뚝거리며 집을가.

 

 

이감정이 뭔가하니, 도경수가 너무 좋다는것말고는 설명이안되.

어쩌다 알게된 경수의 번호로 수십개의 카톡을 날려도 읽기만 하고 답은없고.

종이 치자마자 경수네 반으로 달려가면 경수는 단한번도 저를 기다리지않고 휙 뒷문을 통과해버렸지.

 

 

그런데도 집을가다가 종인이가 용기를 내서 경수의 손을 잡으면

그걸 또 뿌리치는법은없고,

종인이가 말하다가 자기말에 빵 터져서 막 웃으면 그걸 웃지도 않고 조용히 보곤마는데

 

 

사실 종인이가 몰라서그렇지, 경수는 종인이를 계속 보고있었어.

제 뒤에 따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없으면 은근히 두리번거리면서 찾기도하고,

창가에 앉아서 제친구들과 떠들며 지나가는 종인이를 턱괸채 보기도 하고.

손을 잡아오는 종인이가 저도 내심 이상하게 좋은거야.

 

 

 

그래도 워낙에 감정표현에 서툴러서, 뭘해야할지모르겠고

몇번이고 거울을보고 웃는표정을 해봤지만 암만연습해도 그게안되는거지. 자기도 웃어주고 싶은데, 아쉬워.

 

 

막 얘네 스타일은 이래.

종인이가 커플신발이라면서 신발을 선물주곤, 신켜주려고하면

촌스럽게 무슨 이런걸사냐며 종인이를 타박하면서도 지가 알아서 꾸깃꾸깃 발을 밀어넣으면서 신발을 신는 ㅋㅋ

 

종인이가 오늘 왜이렇게 이쁘냐면서 제 감정표현이나 생각들을 서슴없이 말해대면

경수는 얼굴을 들이밀며 말하는 종인이 이마를 꾸욱 밀어버린다거나, 그렇게 ㅋㅋ

 

 

 

무엇보다도이커플의 장점은

김종인이 엄청난 낮져밤이라는거 ㅎ

도경수는 더 엄청난 낮이밤져라는거 ㅎ

 

 

여튼 상상에 맞길게.

 

 

 

엄청나게 수다스럽고, 솔직한 김종인과

그런 김종인 못지않게 김종인을 사랑하면서도 철벽남인척 코스프레 쩌는 도경수 ㅋㅋ

그렇게 둘은 잘지낸다. 행쇼행쇼



 
여우1
헐 ♡ 사랑함
11년 전
여우2
알러빗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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