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신이었다. 오랫동안 귀신이었다. 사람과 사람을 정상적으로 마주한 지 꽤 오래된, 그런 귀신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친구는 있다. 친구.. 라고 칭할만한 사람인가 의구심이 들긴 해도 친구는 친구였다. 차학연. 처음 그는 자신의 집 안에 있는 나를 보고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통화를 하던 친구에게 이런말을 했다. 아, 우리 집에 귀신 또 왔어. 귀신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것을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었다. 지금은 내 친구가 된 그 남자는 내게 손짓했다. 나가라고.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의 집은 신박하게도 내 마음에 꼭 들었으니까. 남자는 내게 제안을 했다. 내가, 너 같은 애들 많이 봐서 아는데 말이야-...
그가 내게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게 허락한 시간은 단 3개월이었다. 처음엔 일주일이었으나, 내가 싫다고 고개를 도리질쳤더니 결국 물러서고 물러서다 3개월 이상은 안 된다며 펄쩍 뛰어 결국 내가 물러섰다. 차학연. 내가 들은 이름중에 단연 제일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이름을 대며 그는 나에게 단순하게 말했다. 넌 어떻게 죽었길래 상처 하나가 없어? 우리 집 오는 애들은 어디 다리하나 분질러 졌거나 머리통이 없거나 그랬는데.
나는 그 말에 이상하게도 단박에 그가 상냥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 집에서의 생활은 편안했다. 그는 알게 모르게 나를 의식하고 있었고 나는 나름 조용히 살아갔다. 내가 맘에 든 것은 그 편안한 집이 아니라 그일지도 몰랐다. 그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귀신이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곧 잘 그의 집에 놀러오고는 했다. 내가 집에 들어선지 한달 정도 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점점 발걸음이 끊기더니 급기야 싸운듯 연락도 더이상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남자는 슬퍼했다. 그게 눈에 보였다. 가끔 술을 먹고 들어오기도 했다. 다행이도 술버릇은 없어 조용히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고는 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안쓰러웠다. 비참하게도 연민이 일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것이 확실시 된 후 얼마 지나지 않고부터 그는 늦게 귀가했다. 집 안에 홀로 남아 그 인간다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쁨으로 다가왔으나 그의 늦은 귀가는 나를 외롭게 했다. 사후의 삶이란 것이 그랬다. 죽은 뒤 평생을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며 살아왔어도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사람만 만나도 금방 외로운 마음이 드는 거다. 나는 그를 기다렸다. 그는 그럴수록 더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왔다. 들어오는 그의 몸은 거의 매일같이 술냄새를 두르고 있고는 했다.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꾸벅꾸벅 고개를 가누지 못하며 집 안에 들어왔다. 그리고 소파에 앉을 것이지 꼭 소파 앞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을 그러모아 앉았다. 나는 그런 그를 신경쓰지 않으려다가, 혹여 감기걸릴것이 걱정되어 그냥 보일러만 켜주었다. 한여름이지만 집 안은 서늘했으니. 그는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짐승이 앓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자음과 모음으로 변하더니 결국 말소리가 되어 내 귀에 박혀들어왔다.
"너는...너는..."
"..."
"친구도 없냐...?"
뜬금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내게 와있었다. 술에 취해 초점이 잘 잡히지도 않는 눈으로 그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본 귀신들은 다 엄마 아빠 친구 찾겠다고 난린데"
"..."
"넌...뭐..."
...옛날에 죽어서 그래요. 나는 천천한 말씨로 대답했다. 그가 모은 무릎 사이로 고개를 숙였다. 파묻힌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내게 다가왔다.
"그럼 지금... 지금 살아있는 친구 없어?"
"..."
"가족도 없어?"
"..."
"...그럼 내가 해줄까?"
그의 고개가 들렸다. 그는 참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묘한 생각이 들었다. 여자친구, 술, 슬픔, 늦은 귀가. 모두,
나때문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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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걍 마무리.
어색하게 끊겼지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