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협박 당한 사건 판결에 ‘사재기’ 사실 엿보여…“불법 아닌 편법이었으면 피해자(빅히트)가 겁먹었을지 의문“
하이브 전신이자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2017년 공갈 협박당한 사건 판결문이다. 이 판결문이 재조명받는 이유는 빅히트가 업계 금기인 ‘사재기’를 했다는 사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짧게 당시 판결문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피고인 A 씨는 2017년 1월 11일쯤부터 2월 초까지 빅히트뮤직 이사인 K, 재무회계팀장 L의 이메일로 ‘소속 연예인 불법 마케팅에 대한 자료를 다 갖고 있다. 3억 3000만 원을 보내주면 관련 정보를 모두 파기하겠다. 돈을 주지 않으면 관련 자료를 모든 언론사와 SNS(소셜미디어)에 유포하겠다’라는 취지 이메일을 보냈다. A 씨는 마치 제3자에게 자신도 같은 내용으로 협박당한 것처럼 빅히트뮤직 이사 K에게 얘기해 겁을 줬다. 이에 이미지 타격을 두려워한 빅히트 이사가 총 8회에 걸쳐 5700만 원을 협박범 중 한 명인 B 씨 동생 계좌로 건넸다.
사재기라는 대목은 B 씨가 A 씨 범행을 알고 통장을 빌려줬는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 등장한다. 판결문에 따르면 “B 씨가 빅히트와 한 거래는 과거 사재기 마케팅해 준 것밖에 없는데, 사재기 마케팅 업무 담당자인 K로부터 거액의 돈이 계속 송금돼 왔다면, 과거 그 업무를 함께했던 피고인 B 씨로서는 피고인 A 씨가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사재기 마케팅을 빌미로 돈을 갈취하는 것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적혀 있다.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공갈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겁을 먹도록 하고 이를 빌미로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다. 애초에 불법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단순히 편법적인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에 불과하다면 피해자가 겁을 먹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피고인 A 씨의 양형에서 당시 마케팅이 불법이라는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변호사는 “재판부에서는 공갈을 저지른 피고인 A 씨에 대해,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피해자가 편법으로 마케팅 작업을 하여 협박의 빌미를 준 잘못도 있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그 의미는 애초에 피해자인 빅히트 마케팅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위와 같은 마케팅 방식이 단순히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이라면 재판부에서 이를 피고인 A 씨에 대한 유리한 정상으로까지 고려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판결문에 불법 마케팅, 편법 마케팅이란 단어가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법원 판단이 불확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홍 변호사는 “판결문에는 ‘불법 마케팅’과 ‘편법 마케팅’이라는 표현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으나, 이는 위 판결의 쟁점이 마케팅 불법성 여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갈 행위를 직접 자행한 피고인 A 씨가 ‘소속 연예인 불법 마케팅 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라는 내용으로 피해자에게 겁을 줬음이 판결 내용상으로 명백하며, 판결문의 ‘판단’ 부분에서도 피고인들이 ‘사재기 마케팅을 빌미로 돈을 갈취’했음을 명시적으로 기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당시 법원은 위 마케팅의 불법성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서라도 적어도 위 마케팅이 ‘사재기 마케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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