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의 뺑소니 사건의 전말을 밝힐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호중 측 관계자는 16일 문화일보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처음 현장에 도착한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블랙박스에서 뺀 후 없앴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파손 과정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해당 매니저에게)이미 파손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 날 오전부터 김호중의 자택과 서울 청담동에 있는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김호중의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과 관련, 소속사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사라진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김호중 측의 주장대로라면 메모리 카드를 확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김호중 측은 유흥주점 방문·운전자 바꿔치기 등 그를 둘러싼 의혹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음주 운전 여부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라고 재차 부인했다.
김호중의 소속사 대표이자 사촌 형인 이광득 씨는 16일 오전 공식 입장문을 통해 “(김호중은)지난 9일 저와 술자리 중이던 일행들에게 인사차 유흥주점을 방문했다”면서도 “당시 김호중은 고양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사고 발생 후 현장을 이탈한 이유는 “이동 중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났고 사고 당시 공황이 심하게 오면서 잘못된 판단을 했다. 사고의 당사자가 김호중이란 게 알려지면 너무 많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운전자 바꿔치기에 대해서는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제가 부탁했다”며 김호중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 대표와 매니저는 범인도피교사죄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도 김호중 측은 향후 예정된 공연 일정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23, 24일 서울 KSPO돔에서 열리는 ‘월드유니언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은 2만 석이 매진됐다. 티켓 가격이 장당 19만∼23만 원 임을 고려할 때 관련 매출만 50억 원에 육박한다. 한 공연 관계자는 “김호중의 개인적 비위로 인해 취소될 경우 엄청난 규모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면서 “교통사고 외 모든 의혹을 부인하며 공연을 강행하려는 이유”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0일부터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김호중의 음주 운전 여부 확인을 위해 당일 행적 추적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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